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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하우스'는 룩소르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나 상징물 모양의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의 은세공품을 파는 가게인데, 주인인 샘 아저씨의 한국&일본 사랑이 각별해서 주 고객도 한국인과 일본인입니다. 가게에 들어서면 벽에 붙어있는 메모와 편지들에서 샘 아저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사실 룩소르에 오기 전부터 여러 블로그를 통해 샘하우스에 대해 알게 되기는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번쯤 들러서 기념품을 사야겠다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2주 전쯤 일요일에 J언니가 팔찌를 산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저도 친절한 샘 아저씨의 점심초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 블로그에서 보던 대로 참 쾌활한 성격인 아저씨는 '진상' '지못미' 같은 한국어 단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한국어 선생님인 저로서는 참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점심이 약속된 시간이었기에, 그 날 수영을 갔다가 1시에 바로 샘하우스로 갔습니다. 

샘 아저씨는 무슬림이 아닌 콥틱 교도여서 맥주를 음료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인지, 일단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맥주부터(그것도 500ml 캔을) 내놓았습니다. 음료를 마시면서 각자 준비해 간 선물(부채, 아랍어-한국어 그림 사전, 전통인형 핸드폰 고리)을 증정했더니 아저씨는 답례로(?) 한 명 한 명의 아랍어 이름으로 만든 목걸이와 샘하우스 글자가 수놓인 주황색 티셔츠를 주었습니다.  

입구에서 볼 수 있는 한국어 간판

들어가자마자 맥주부터 줍니다

샘의 선물 1 아랍어 이름으로 만든 목걸이

샘의 선물 2 샘하우스 글자가 수놓인 티셔츠


점심으로는 원래 생선튀김과 샐러드, 양념된 밥 등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제가 샘하우스에 오기 전 전화를 해서 채식을 한다고 살짝 얘기했더니 저를 위해서는 감자튀김과 야채수프, 이집트식 밥을 준비해주었습니다. 원래 콥틱(이집트 전통 기독교)에서는 1년에 몇 번 단식을 하는 기간이 있는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때 동물성 음식의 섭취를 제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로 이야기를 할 때도 좀 덜 부담스러웠습니다. 사실 그냥 야채나 빵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많은 배려를 해 주어서 고마을 뿐이었지요.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후식으로는 코코넛과 설탕이 듬뿍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달다구리를 먹었습니다. 그 뒤로는 영어와 아랍어, 몇몇 한국어 단어까지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울라'라는 게임도 하고 한국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함께 보면서 놀다 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턱근육이 아프게 웃어 본 시간이었어요 :P

원래 메뉴는 생선튀김과 양념된 밥

저를 위해 준비한 그냥 밥과 야채수프

후식으로는 엄청 달달한 쿠나파(맞나?)

아랍어 수업 때 글자로만 접했던 게임, 떠울라

알고 보니 그냥 '운'이 전부인, 간단한 게임이었습니다

샘하우스에는 이런 것도 팝니다

이건 꼭 한국의 자개공예품 같지 않나요?

도도해 보이는 이집트 고양이들


이건 한국어 이름을 아랍어 글자로 표현한 것인데, 목걸이로 만들면 예쁘겠지요?


한 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저도 팔찌를 살 생각으로 하나 골라 얼마냐고 했더니 "오늘은 친구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난 거니까 장사는 하지 않는다"며 다음에 팔겠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사실 현지인 친구를 사귈 때면 '혹시 이 사람이 나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게 마련이고, 때로는 그런 속셈을 알면서도 모른 척 만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샘 아저씨의 저 말에 '이 사람은 나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렇듯 좋은 사람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행복한 토요일이었습니다 :) 그나저나 팔찌 사려면 다시 들러야겠네요 =_=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