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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받아 두었던 '파리의 연인들'이라는 영화를 봤다.

제목이 '파리의 연인'을 생각나게 해서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역시나 원제는 전혀 다른 제목이었다!
원제는 Fauteuils d'orchestre, 즉 오케스트라 좌석이라는 뜻이다.
한 영화평에 따르면, 목만 아프고 잘 보이지는 않는 좌석이지만 무대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주인공인 제시카의 위치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은..'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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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제시카 역할을 맡은 세실 드 프랑스가 맘에 들어서, 오로지 그것 때문에 선택한 영화다.
전에 본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와 '사랑은 타이밍'에서 강하고 현대적인 이미지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다. 마치 커피 프린스의 은찬이같다고나 할까.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늘 듣고 지내던 제시카는, 파리로 무작정 상경해서 일자리를 구한다.
제시카는 경매가 열리고, 연극이 상연되고, 클래식 공연이 열리는 곳 근처의 한 바에서 일하면서
TV에서나 볼 유명배우, 피아니스트, 미술품 수집가들의 삶을 보게 된다.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각기 삶도 생각도 다르다.
피아니스트 아저씨는 돈과 명예를 버리고 사람들과 함께 숨쉬는 공연을 하고 싶어 하고,
유명배우는 대중적인 연속극을 하면서도 작품성있는 감독과 일하기를 선망하고,
미술품 수집가인 할아버지는 죽은 아내와 함께 평생을 모은 수집품들을 경매에 내보내고,
종교를 연구하는 그 아들은 3년 전에 3개월 사귄 애인이 자기 아버지와 사귀는 상황에 황당해 하고...
제시카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 사이를 오가면서, 이들 삶 속의 여러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제시카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영화에서 잘 보여주지 않아 잘 알 수 없었지만,
불빛이 반짝이는 에펠탑처럼 화려하게만 보였던 그들의 삶도
사실은 불안, 모순, 걱정투성이라는 것을, 나는 제시카의 눈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또한 전화가 오면 짜증스럽게 '대체 누구야?'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이들보다는
'와 누굴까?'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제시카의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것도.

저 위에 있는 포스터에 나오는 말들은 사실 영화랑 전혀 상관없는 것 같다.
이 영화가 그렇게 '사랑'과 관련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솔직, 사랑, 인생, 스타일리쉬한 도시, 심플한 사랑...
이런 단어들은 그냥 '파리지엥'과 '파리'에 대한 평소 우리의 생각들이 반영된 결과물인 듯 하다.

낭만의 도시 파리, 그리고 그 상징인 에펠탑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결국은 우리의 삶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그러니 조금 더 기분좋게 살아가라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거 아닐까?

+ 덧 +
영화에 나오는 파리의 이미지는, '이야 멋지다'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도 멋지고.
파리에 진짜로 가게 된다면 이런 환상과 기대는 깨어질지도.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