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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 백밀가루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통밀로만 만든 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주로 통밀과 호밀, 잡곡을 이용한 유럽빵 계열의 건강빵을 사 먹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하게 생각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오히려 빵을 사러 가는 것은 즐거운 소일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 등의 기본적인 재료로만 만들었다는 것이 때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빵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집트에 온 이후로는 슈퍼에서도 쉽게 통밀로 만든 완전채식 빵을 구할 수 있어 식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가끔씩 갓 구운 바삭한 빵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또 제 맘대로 콩이니 건과일을 듬뿍 넣은 빵이 먹고 싶기도 하지요. 그런 빵을 파는 곳은 없으니 결국 직접 구워먹는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룩소르에서 100% 통밀가루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다 백밀가루를 대체할 만한 것을 찾던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세몰리나, 그러니까 파스타를 만드는 듀럼밀 가루입니다. 

네이버 지식사전을 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Duram밀에서 가공된 입도가 거친 가루마카로니(macaroni), 스파게티(spaghetti)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단백질과 회분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며 carotenoid계 색소를 함유하고 있어 색을 띠고 있다. 보통 소맥으로 만든 입도가 거친 가루는 furina라고 한다. 또한 제분공정에서 거친로울(break roll)로 파쇄한 밀배유의 여러 가지 파쇄편을 ‘세몰리나’라고도 한다. 이 세몰리나는 입도별로 분류하여 껍질을 분리하고 나서 분쇄공정의 활면로울(smooth roll)에서 분쇄된다.

복잡한 설명은 잘 모르겠고, 저는 듀럼밀이라는 단단한 밀을 분쇄한 가루가 세몰리나인데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정도로만 이해했습니다. 색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로 가루를 보면 약간 노란빛을 띠고 있어요. 아무튼 이 듀럼밀은 백밀가루에 비하면 우리 몸에서 소화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혈당을 급하게 높이지 않아서, 저인슐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에게 좋다고 합니다. 구글에서 이 세몰리나를 이용한 손수굽기 레시피를 찾다 보니 100% 세몰리나로 빵을 구워본 사람들이 그런 이유에서 이 빵을 만들어 먹는다고 적어 놓았더군요. 알고보니 건강빵이었던 것이었습니다 :)


  -   재 료  -
세몰리나 2C (500ml)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1 3/8ts
설탕 1Ts  (저는 마스코바도를 사용했습니다)
소금 7/8 ts
미온수 200ml
올리브오일 1Ts 

  -   만드는 법   -
1. 세몰리나에 이스트와 설탕, 소금을 넣고 서로 닿지 않게 가루로 코팅합니다.
2. 미지근한 물과 올리브오일을 넣어 반죽합니다. 처음에는 물이 적어 반죽이 안 될 것 같지만 하다 보면 적당한 질기로 변합니다.
3. 둥글게 공굴리기 하여 따뜻한 곳에서 1차 발효합니다. 저는 따뜻한 물을 넣은 전자렌지에서 한 시간 정도 발효를 시켰습니다.
4. 가스를 빼고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을 합니다. 저는 잘라먹기 좋게 길쭉한 모양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5. 다시 따뜻한 곳에서 30분 정도 2차 발효합니다. 두 배까지는 아니고 1.5배 정도로 반죽이 부풀었습니다.
6. 23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워줍니다. 바닥은 살짝 갈색이 돌고 겉이 딱딱하게 익을 정도면 됩니다.

주로 파스타를 만들 때 쓰는 세몰리나

고운 가루이지만 밀가루보다는 입자가 큽니다

세몰리나에 이스트, 설탕, 소금을 각각 넣고

물과 올리브오일을 넣어 반죽합니다

둥글게 공굴리기하여

젖은 보자기를 씌워 발효하면

두 배 정도로 부풀어오릅니다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해서

다시 따뜻한 곳에서 발효한 다음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우면 완성

겉은 바삭, 안은 폭신한 느낌의 촘촘한 빵


다 구워진 빵에서는 세몰리나 특유의 향이 나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지만 촘촘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딱딱하게 구웠나 싶었는데 한 김 식히고 나니 괜찮아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세몰리나를 구할 수는 있지만 사실 가격이 꽤 센 편이라 이렇게 빵을 구워먹기는 좀 부담스러울 듯해요. 대신 원래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그런지 반죽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저는 5분 정도 치댄 듯?) 빵이 잘 만들어진다는 장점이 있으니, 세몰리나를 구하기 쉬운 곳에 계신 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