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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채식 음식에 관심이 많은 저는, 종종 외국 블로거들의 블로그에서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내 시도해 보곤 합니다. 먹어보지도 않은 음식을 레시피만 보고 만들다보니 가끔은 실패도 하고 국적불명의 음식이 탄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항상 똑같은 것을 먹는 것은 재미가 없고 지루해서 모험을 하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 

몇 달 전 쯤, 자주 들르는 몇 개의 블로그 중 하나인 101 cookbooks에서 '두까'라는 이집트의 고유한 혼합 향신료에 대한 포스팅을 읽게 되었는데, 정작 이집트에 살고 있으면서도 슈퍼마켓에서든 식당에서든 그것을 본 적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뜻하지 않은 기회에, 저의 아랍어 선생님인 샘 아저씨를 통해서 두까를 맛 보게 되었지요 :) 알고보니 '두까'는 집집마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거라 슈퍼마켓 같은 데서 살 수가 없고, 맛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된장 고추장 간장 같은 기본 양념을 직접 담가 먹던 우리의 옛날을 떠올리니 더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땅콩, 깨, 큐민, 코리앤더씨 등을 빻아 만든 가루, '두까'입니다


먼저 이 '두까'라는 것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아랍어로는 دقة‎ 라고 쓰고 영어로는 보통 'Dukkah'라 표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 이집트 아랍어에서는 목에서 울리는 ㄲ소리를 묵음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두아'에 가깝게 발음됩니다.

견과류와 향신료를 갈아서 만든 혼합 향신료로, 일종의 조미료 같은 것인데 보통 올리브 오일과 함께 빵을 찍어 먹는 '딥'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호주에서 인기가 많은지, 구글에서 검색하니 주로 호주 사이트가 떴습니다) 또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가지 요리 위에 솔솔 뿌려 맛을 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구요. 한국 개념으로는 빵을 이런 데 찍어먹는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밥에다가 후리가께 뿌려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맛은 견과류의 고소함에다 소금의 짭짤함과 큐민이나 코리앤더씨 특유의 향이 잘 살아 있어서 입맛을 돋우는데, 향신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이게 뭐야'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 그렇지만 여기 과자 중에서도 큐민 향이 확 나는 'Oriental flavor'를 제일 좋아하는 저에게는 없어서 못 먹을 귀한 것이라는...

이집트 전통 빵 '아이쉬 발라디'와 올리브오일, 두까

올리브오일을 살짝 찍은 후 두까를 찍어 먹으면 고소&짭짤합니다

가지 위에 마늘과 함께 뿌려진 것이 두까

제 맘대로 구운 병아리콩에 뿌려 먹어보았는데 맛있었습니다


이집트에 있는 동안에는 샘 아저씨에게 좀 얻어먹으면 되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서 생각나면 직접 만들어야 하니까 어떻게 만드는지 레시피를 좀 공부해 보았습니다. 사실 이 레시피는 제가 시도해 본 것이 아니라서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대강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레시피에서 사용한 헤이즐넛 대신에 땅콩이 들어간 것만 빼면 그 외의 재료는 대강 비슷한 것 같거든요. 앞에서도 말했듯 집집마다 입맛대로 만드는 향신료이니만큼 내 입맛에 맞게, 최고의 비율을 찾아내면 되겠습니다 :)

재료 : 헤이즐넛 1/2컵, 코리앤더씨 1/4컵, 깨 3큰술, 큐민씨 2큰술, 흑후추 1큰술, 펜넬씨 1작은술, 말린민트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헤이즐넛과 각종 향신료는 은 오븐에서 가볍게 구운 다음 식혀줍니다. 푸드프로세서나 블렌더를 이용해 한꺼번에 갈아주면 되는데, 과하게 갈다가는 견과류에서 기름이 나오면서 페이스트처럼 될 수 있으니 그것만 주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구하기에는 좀 까다로운 향신료들이 있어서 아쉽지만,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만들어보셔도 좋을 거예요 :)

그럼, Bon Appé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