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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4일 월요일 ~ 7월 10일 일요일


업무

1. 드디어 보충수업 시작! 일단 초급 수업에서는 내 욕심을 많이 부리지 않고 기본적인 동사, 형용사 변화형을 익히고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에 활동물품 지원 신청하면서 그림으로 배우는 한국어 단어? 뭐 이런 책과 워크북을 주문했는데, 아마 룩소르에 도착하는 건 9월이나 될 것 같아서 일단 급한 대로 한국어 그림 카드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A4 크기의 그림카드를 가지고 수업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애들이 보고 공부하려면, 또 매번 치는 단어시험에서 최대한 영어의 사용을 줄이려면 그림을 스캔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는 수업 끝나고 그거 한 장 한 장 스캔하느라 하루가 다 간 것 같다. 어쨌거나 이걸 사용하니까 애들도 단어를 좀 쉽게 알아듣는 것 같고, 매번 "가다-가요-갔어요" 식으로 열심히 훈련을 시키니 발음도 좀 나아지는 듯하다. 매 시간 지난 시간에 배운 단어들을 가지고 쪽지시험도 보는데, 20점 만점에 15점이 안 나온 애들은 남겨서 재시험을 보고 가도록 했다. 재시험에서도 통과 못 하면 다음 시간에 또 재시험. 사실 평소의 나 같으면 통과할 때까지 남겨놓을 수도 있겠지만, 애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는 중이다.     

수업에서 사용하는 단어카드

카드를 이용해서 만든 수업자료


2. 중급 수업은 조금 다른 식으로 하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 기초가 잡혀 있으면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하는 식으로 수업을 하면 되는데, 아직 중급 시험을 치기에는 학생들 수준이 좀 낮은 편이라 얼기설기하나마 전체적인 틀을 짜는 식의 수업을 하고 있다. 일단 쓰기는 학생들이 직접 글을 써 오게 한 다음 이상한 부분을 고쳐주면서 좀 더 자연스럽고 정확한 한국어 작문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는데, 사실 이건 참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캠브리지 시험 writing 수업을 들었던 때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많이 깨지고 그걸 다시 고쳐 써 보는 사이 천천히 실력은 느는 것 같아서, 그냥 여유롭게 마음 먹고 꾸준히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 때 선생님이었던 마일즈는 정말 실력이 좋은 선생님이었는데, 내가 그만큼의 역할을 아이들에게 해 주고 있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아, 그리고 아이들에게 칭찬도 좀 듬뿍 해 줘야 하는데 나는 습관적으로 잘못된 것만 지적하다 보니 토요일에는 애들이 좀 풀이 죽은 것 같아 보였다. 반성.

그 외의 부분들, 그러니까 읽기, 듣기, 어휘와 문법 같은 부분은 내가 한국어 단어들을 영어로 찾아 와서 아이들에게 주고, 문제 풀이를 하는 식으로 수업을 한 다음 그 시간에 공부한 단어 중에서 스무 개 정도의 단어를 가지고 짧은 글짓기 하는 것을 숙제로 내 주고 있다. 물론 단어 테스트도 그 다음 시간에 보는 것이고.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한국어 단어와 영어 단어를 일대일로 짝지어 놓은 것을 보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머리로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녀석들을 진짜로 이해하게 만드려면 사실 한국어로 된 뜻풀이를 보고, 쉬운 말로 설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다 보니 아직 거기까지는 못 하고 있다. 어쩌면 이건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 주로 모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언어영역을 가르쳤기 때문에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뭐 이건 나도 가르치면서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래 자료는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아이들이 쓰기 과제 해 온 것

한국어 단어 정리한 것

그 날 배운 단어로 짧은 글짓기 하는 숙제


3. 수업이 시작된 이후로 정말 정신없이 바빠졌다. 수업 자체는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세 시간일 뿐인데 그 수업을 위해 내가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은 두 배 정도 된다. 그러다 보니 활동물품 지원으로 이집트에 관한 책을 사 놓고도 거의 펼쳐보지 못 하고 있다. 그래도 일단 책을 쌓아놓으니 마음이 든든하다. 관광한국어 교재 만드는 작업도 얼른 해야하는데...

활동물품 지원으로 이번에 산 책들

각종 파일과 사무용품, 지원받은 돈에 딱 맞게 구입


 
생활

위의 '업무' 카테고리가 빡빡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덕분에 생활은 좀 피폐해졌다. 음, 피폐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이전에 비하면 좀 덜 윤택한 생활이랄까. 수업 없는 날에는 집에서 뒹굴거리며 몸과 마음의 휴식시간을 갖다가 또 꾸역꾸역 자료 만드는 식으로 살았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한국에서 바쁜 거에 비하면 이건 바쁜 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여기 날씨가 요즘 좀 덥다보니 에너지가 빨리 떨어지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월요일에는 이번 주에 휴가를 떠나는 S언니의 집에서 룩소르 단원들이 모여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거의 모두가 모인 것이었는데, 이제 곧 휴가를 가서 룩소르에 없는 사람이 둘이나 되니까 또 여기는 한동안 조용해지겠구나 싶었다. 7월 말이 되어 모두 돌아오면 조금 복작복작하려나? 

금요일에는 성경공부(이 날은 신명기 공부)를 한 다음 샘하우스에 가서 아랍어를 배웠다. 그런데 샘아저씨가 요즘 한국어에 더 관심이 생겼는지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뜻을 밝혀서 일요일에는 한글을 가르쳐주러 또 들렀다. 한국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가르쳐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내가 이고스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은 이미 한글을 뗀 상태였으니까) 나도 거의 실험하는 기분으로 자료를 만들고, 가르치고 있는데 재미있다. 가면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참 수다도 떨고, 밥도 먹고, 각종 문화 수업도 덤으로 따라오다 보니 확실히 학교 수업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 일요일에는 시험 삼아 시샤(물담배)도 피워봤는데, 옆에서 냄새 맡을 때는 사과향이 달달한 시샤인데 연기 자체는 아무 맛도 향도 없어서 좀 실망했다. 역시 난 그냥 옆에서 냄새나 맡고 있는 편이 낫겠다. 

코울슬로 같은 샐러드와 감자 샐러드

볶음 고추장을 갖다 줬더니 파스타에 응용

시샤 도전, 그러나 내 취향이 아니다


요즘의 아침 메뉴는 주로 팬케이크 :) 통밀 팬케이크는 구수한 맛이 있고, 만드는 데 시간도 별로 안 걸려서 아침에 뚝딱 해 먹기 좋다. 이번 주의 실험요리는 팟타이였는데, 팟타이 소스의 재료인 타마린드 주스를 슈퍼에서 발견해서 그걸 졸여서 간장과 섞어 소스를 만들어봤는데 뭔가 부족한 맛이었다. 내가 원하던 팟타이 맛은 아니었지만, 만들면서 뉴질랜드에서 보낸 시간이 떠올라 즐거워다. (좀 우습지만 뉴질랜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팟타이와 버터치킨카레. 태국음식, 인도음식, 베트남음식을 파는 곳이 꽤나 많았다.) 

초코칩이 들어간 통밀 팬케이크

좀 부족한 맛의 팟타이(어쩌면 그냥 볶음국수-_-)

 
바쁜 와중에도 오븐은 돌려야 한다는 생각에(응?) 검증된 메뉴인 모카스콘과 신메뉴인 콘브레드를 구웠다. 부산에 있는 채식 카페 'P.S. Green'의 주인 '신자씨'님의 레시피로 만든 모카스콘은 탄산수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인데, 다른 말 필요없이, 맛.있.다. :P 꽤 많이 구웠는데도 금방 없어져서 이걸 다시 만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녀석이다. 콘브레드는 원래 레시피를 맘대로 조정해서 만들었더니 뭐가 문제인지 사진에서 본 것과는 꽤 다른 결과물이 나와버렸다. 좀 더 노랗고 촉촉해야하는데 식초냄새도 좀 남아있고 퍽퍽한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베이킹소다가 없었기 때문인지, 그냥 밀가루를 통밀로 대체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뭐 그래도 내 입에 들어갈 정도는 되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조금씩 먹고 있는 중 :D 

식힘망이 없어서 이런 식으로 스콘을 식혔다

이번에는 그냥 스콘도 구워봤는데, 맛있었음

콘브레드, 오븐 들어가기 전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좀 부족하긴 하지만, 맛있게 냠냠


   
+ 요즘 나의 기쁨이 되어주고 있는 것 : 음악요정님(음악의 신? ㅋㅋ) in 라디오천국,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