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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1일 월요일 ~ 7월 17일 일요일

업무

1. 초급수업 : 수요일과 토요일에 두 번 수업을 했는데, 지난 주에 비하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단어시험 통과 못 하면 집에 안 보내줬더니 그 영향인지 단어도 좀 열심히 외워 오고 있고 :) 아직도 한글 읽을 때마다ㅏ와 ㅓ, ㅐ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하는 생각에 좀 답답하기도 하지만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부드럽게 수업을 하려고 나도 노력 중이다. 

매 시간 이런 단어 시험을 본다

앞 장은 동사와 형용사, 이번 장은 명사


2. 중급수업 : 중급 아이들은 단어 시험을 보면 거의 1개, 2개 틀릴 정도로 열심히 외워온다. 그렇지만 문제는 단어를 외우는 것만으로 한국어를 잘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각종 조사와 문형들이 작게는 뉘앙스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크게는 문장의 의미를 바꾸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문법 수업도 듣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모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어떤 것을 '문법'으로 가르쳐야 할 지는 지금 수업을 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데, 확실히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런 쪽과는 틀부터 다른 것 같다. 
 

매 시간 이런 단어 리스트를 나눠준다

이건 새로 내 준 쓰기 숙제




생활

이번 주부터 새롭게 운동을 시작했다. 교회에 나오는 이웃들(브라질 사람, 프랑스 사람, 한국 분도 계시고)과 새벽 5시 반쯤 만나 함께 나일 강변을 걷기로 하고 월요일, 화요일 두 번 1시간 정도 걸었다. 그 시간대는 룩소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데다 귀찮게 들러붙는 호객꾼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다. 수요일에는 몸을 좀 풀어줄 생각으로 걷는 대신 요가를 했는데, 몸이 많이 굳어있었던 것인지 다음 날에는 몸이 두드려맞은 듯이 여기 저기가 쑤시고 아팠다. 아무쪼록 꾸준히 해야지.

목요일에는 룩소르에 축제가 있었는데, '아부 일 하개그'(발음대로)라고 해서 룩소르 지역의 이슬람 성인 같은 사람의 생일이라고 했다. 축제가 있기 며칠 전부터 길거리에 긴 천을 늘어뜨린 간이상점들이 설치되었는데 대부분의 가게들에서 이 축제를 위한 요상한 과자들을 팔기에 궁금해서 한 번 사 보았다. 땅콩으로 만든 강정류는 한국에서 파는 것과 비슷해서 먹기 괜찮은 데 비해 빨간색 흰색 젤리는 대체 뭘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불량식품 느낌이라 딱 맛만 보았는데, 맛도 불량식품 맛.. 한편 축제 자체는 전혀 구경을 하지 못 했다. 축제를 지내기 위해 룩소르 근처의 깡촌 마을에서 사람들이 올라오는데, 좀 거친 편이라 돌아다니다가는 안 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그냥 근처에 안 가고 얌전히 있었다. 

과자 꾸러미

땅콩과 병아리콩으로 만든 강정

정체를 알 수 없는 달달한 것


금요일에는 성경공부가 있었고, 이 날 읽은 것은 여호수아기였다. 처음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 나올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의젓해진 모습이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그래도 꽤 성숙한 신앙을 가지게 된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고 :)

일요일에는 늘 그렇듯 성당, 교회~ 교회에서 나오면 12시 즈음이라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데, 주로 우리가 가는 곳은 룩소르 신전 앞의 패스트푸드 가게인 스낵타임이다. 옆옆 건물인 맥도날드와 달리 채식으로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예닐곱 가지는 되어서(맥도날드는 샐러드와 감자튀김 정도?) 더욱 좋다. 2층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면 아래 사진처럼 룩소르 신전이 보이는데, 일상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은 룩소르에 사는 사람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테네에서 길을 걷다 문득 파르테논 신전을 올려다보는 거나, 파리에 살면서 창 밖으로 에펠탑의 불빛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겠지 :)


바빠지면서부터 요리에 많은 시간을 쏟지는 못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는 코샤리에 도전해보았다. 이집트 사람들이 많이 먹는, 밥+렌즈콩+병아리콩+마카로니+토마토소스+양파튀김 비빔밥 같은 것이 코샤리인데, 사실 여기서는 밖에서 사 먹으면 400원 정도밖에 안 한다. 그렇지만 밥과 마카로니에 비해 콩의 양이 너무 적어서 나로서는 항상 만족할 수가 없었다. 결국 레시피를 찾아 직접 소스를 만들고 각각 삶은 콩과 이 동네 방식으로 조리한 밥에다가 튀기는 대신 오래 볶은 양파를 얹어 코샤리를 만들어봤다. 소스를 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밖에서 사 먹을 때의 '그 맛'이 안 나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대신 내가 원하는 대로 콩을 잔뜩 넣어 먹을 수 있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샘에게 좀 갖다주었는데(검증 차원에서) 나중에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래도 아주 실패는 아닌 듯!

이집트식 밥, 병아리콩, 렌즈콩 위에

토마토소스를 얹고

양파볶음을 얹어서 코샤리 완성


이번 주에는 통밀빵과 모카스콘을 구웠다. 통밀빵은 오렌지 주스를 넣어 통밀의 쓴맛을 잡는다는, 나름 유명한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는데 발효가 덜 된 것인지 내가 원했던 폭신한 통밀빵은 나오지 않았다 :( 처음에는 좀 실망했지만 먹어보니 이것 나름대로 또 괜찮은 것 같다. 모카스콘은 아침에 먹기에 딱 좋아서, 이렇게 한 번 구워 냉동실에 넣어 놓고 아침마다 꺼내 먹으면 일주일 정도는 걱정이 없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 통밀빵

오븐에서 익어가고 있는 모습

젓가락 식힘망 위에서 휴식

통밀 100%라 색깔이 이렇다

속을 봐도 까끌까끌한 통밀


매주 기록을 남기는 것이 조금씩 늦어지다 보니 이제는 거의 1주일이나 지난 때에 포스팅을 하게 된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이런 저런 사진의 힘을 받고 있는데, 다음 주부터는 좀 부지런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