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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않는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이 수영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소싯 적에는 수영대회도 나갈 정도로 꾸준히 수영을 해 왔기 때문에 진짜 겁이 많은 저도 물만큼은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스쿠버 다이빙도 한 번 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하는 여름 강좌 같은 경우 교육비용에다 바다에 가는 비용까지 합하면 좀 부담이 되어서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 못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여기 이집트로 오게 되면서 꼭 다이빙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이번에 짬을 내어 5일 동안 교육을 받고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서 돌아왔습니다.


다이빙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두 곳이 바로 '다합'과 '후루가다'입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다합은 시나이 반도의 오른쪽 아래에 붙어 있고 후루가다는 홍해 왼쪽 언저리에 붙어있지요. 지도만 딱 봐도 룩소르에서는 후루가다가 가깝습니다. 버스로 가면 5시간 정도가 걸리지요. 다합의 경우 가는 길이 좀 복잡한데, 룩소르에서 버스를 타면 카이로를 거쳐 시나이 반도로 가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예전에는 후루가다에서 시나이반도로 넘어가는 페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운행을 하지 않아서 버스 아니면 비행기(비행기도 다합으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고 해요)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가까운 후루가다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녁 8시에 출발하는 슈퍼젯 버스(요금은 45기니)를 탔더니 12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각에 후루가다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외국인이라고 기사 아저씨가 맨 앞자리에 앉으라고 챙겨주시더라구요. 처음으로 타 보는 이집트 시외버스였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슈퍼젯 버스표

제가 타고 간 버스입니다

저는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운전자 석은 약간 아래쪽에 있어요



오픈 워터 (Open Water)

밤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일단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부터 초급 과정에 해당하는 오픈 워터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날에는 DVD로 다이빙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하고, 제한수역-이번 교육에서는 수영장-에서 기본적인 스킬을 배우게 됩니다. 수영장에서의 스킬 연습은 별로 어렵지 않아서 금방 끝이 났고, 그 이후로는 남은 DVD를 다 보고 퀴즈 문제를 풀었습니다. 교육이 끝나는 셋째 날까지 퀴즈와 지식복습 문제 풀이, 최종시험을 완수하면 된다고 하는데,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둘째 날부터는 몸이 피곤할 것 같아서 저는 첫 날에 공부를 모두 끝내버렸습니다. (시험도 이 날 봐서 백점으로 통과했습니다 캬캬) 안전한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상식들에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문제를 푸는 것은 별로 지겹지 않았어요. 다만 DVD의 경우 자막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휘리릭 지나가버려서, 아예 나레이션이 한국어라면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주어진 문제에 답을 적는 '지식복습'

교육이 끝난 후에는 근처 해변 산책을 잠깐~


둘째 날에는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본격적인 다이빙을 했습니다. 일단은 바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다이빙 지점까지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눈이 즐거웠습니다. 처음으로 다이빙을 했을 때는 압력평형을 맞추는 것(물 속으로 들어가면 수압 때문에 귀가 아프게 되는데, 그럴 때 코를 이용해서 귀 안과 밖의 압력을 맞추어주는 것입니다)이 잘 되지 않아서 귀가 아팠고, 부력 조절도 안 되어서 몸이 둥둥 떠오르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패닉 상태였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트에 올라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두 번째 다이빙을 했는데 이 때는 처음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다이빙이 즐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이 교육을 끝까지 마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지요. 그렇게 첫 번째 개방수역에서의 실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머리가 아프고 몸에 기운이 없어서 이른 저녁부터 잠에 들었습니다. 첫 날 모든 과제를 끝내놓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지요 :)   

보트의 내부

보트의 2층

보트의 주방

흰 배와 바다의 조화

하늘도 바다도 참 예쁩니다

다이빙 장비들

입수를 준비하는 다이버들

한 명씩 물에 뛰어듭니다

이 분은 카메라 때문에 뒤로 입수


오픈 워터 교육 마지막 날인 셋째 날에는 다른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전 날은 매리어트 호텔 옆의 선착장에서 출발을 했는데, 이 날은 Palm Beach 옆에 있는 선착장에서 Sea Omar라는 배를 탔습니다. 이 날은 압력평형을 맞추는 것도 잘 되었고, 바닷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조금 편해져서 비교적 즐거운 다이빙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전에는 바닷 속에 뭐가 있는지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고 물고기에도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들어가 보면 워낙 많은 물고기들이 다니고 있는지라 보트로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책을 뒤적이며 물 속에서 본 물고기를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선착장 옆의 바닷물, 진짜 맑고 투명합니다

Palm Beach 선착장의 풍경

입수 시작

퐁당, 물 속으로

물 속의 저입니다



어드밴스드 오픈 워터 (Advanced Open Water)

3일 동안 오픈 워터 교육을 받은 뒤, 이 날부터 바로 이어 이틀 간의 어드밴스드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드밴스드 오픈 워터 과정에서는, 딥다이빙과 수중항법 외에 각자 취향에 따라 3개의 다이빙 테마를 골라 총 다섯 번의 다이빙을 하게 됩니다. 저는 물고기 식별, 조류 다이빙, 수중 사진 이렇게 세 가지를 실습했습니다. 총 다섯 번의 다이빙이다 보니 첫 날에 세 번의 다이빙(오전에 두 번, 오후에 한 번)을 하고 둘째 날에 두 번의 다이빙을 해서 교육을 마쳤지요.

첫 날을 빼고는 모두 이 보트를 탔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파도가 좀 높았어요


딥다이빙은 최고 30m까지,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다이빙인데 보트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그렇게 깊이까지 들어갔다는 걸 인식하지도 못 했습니다.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밧줄을 잡고 검푸른 바다 속으로 깊이 더 깊이 들어가는 이미지를 생각하고 조금 두려워했는데, 막상 해 보니 오히려 수심이 깊은 곳이 더 평화롭고 신비로운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수중항법에서는 손목에 찬 나침반을 보면서 한 방향으로 갔다가 180도 돌아 제 자리로 오는 것, 90도씩 꺾어 사각형 모양을 이루며 헤엄쳐 오는 것 등을 연습하게 됩니다. 전에는 선생님만 잘 따라다니면 된다고 생각해서 아무 걱정이 없었는데, 제가 직접 나침반을 보면서 방향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니까 이게 참 쉽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수중항법 다이빙을 할 때는 위에서 보트가 움직이는 소리(물 속에서는 소리가 몇 배나 크게 들린다고 해요)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물고기 식별에서는 물 속에서 본 몇 종류의 물고기를 기억했다가 보트에 올라와 책에서 그 물고기를 찾아보는 식의 활동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물고기 공부는 두고 두고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홍해 바다에 돌아다니는 물고기, 너무 많았어요.  

조류다이빙에서는 특정한 조류가 있는 지역을 골라, 배가 중간에 다이버들을 내려주면 다이빙을 하면서 배가 기다리고 있는 지점까지 가게 됩니다. 원래는 조류 덕분에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시야도 좋다고 하는데, 저는 이 다이빙을 할 때 발목이 아프고 양말 때문에 핀이 자꾸 벗겨지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마라톤을 하는 심정으로 물 속에서 죽어라 헤엄을 쳤습니다. 덕분에 조류다이빙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졌는데, 다음 번에 기회가 된다면 즐거운 조류다이빙을 해 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수중 사진~ 다이빙을 하면서 디지털 카메라로 수중 생물들과 다른 다이버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는데, 부력을 잘 맞추지 못 하는 상태에서는 사진을 찍다가 몸이 둥둥 떠오르거나 가라앉거나 하기 때문에 참 쉽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멋진 수중 사진을 생각하면서 들어갔으나 막상 찍어온 것은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거나, 화이트 밸런스가 맞지 않는 사진들이라 아쉬웠지요. 

 
수중사진 (제가 찍은 것도 있고, 선생님이나 같이 들어간 J언니가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트에서 먹었던 점심을 빼 놓을 수 없겠지요 :) 같이 탔던 한국 분들 중에는 이집트 음식에 빠지지 않는 고수(코리앤더) 향 때문에 식사를 즐기지 못 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는 너무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단돈 30기니에 즐기는 보트에서의 점심 식사 덕분에 힘을 내서 다이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5일 동안의 스쿠버 다이빙 교육을 잘 끝내고 저는 다시 룩소르로 돌아왔습니다. 저를 가르쳐 준 선생님은 여자 분이셨는데 굉장히 꼼꼼하게, 또 상냥하게 잘 가르쳐 주셔서 좋았습니다! (사실 학생들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좀 더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처음에는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는데, 다이빙을 할 때마다 조금씩 늘어가는 느낌이 들다보니 점차 재미가 느껴졌고, 신기하게도 보트에 올라와 쉬고 있으면 꼭 다시 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음 번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시 파란 홍해 바다의 물 속으로 들어갈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 다이빙을 할 때마다 자신의 다이빙에 대한 기록을 남기게 되는데요, 그것을 적는 공책이 바로 '로그북'입니다. 기록쟁이인 저로서는 이런 게 바로 다이빙에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해요. 아무튼 다이빙 교육을 무사히 끝낸 기념으로 새 로그북을 하나 장만, 이제까지의 다이빙 기록을 모두 옮겨 적었습니다 냐항.

교육할 때 받은 로그북과 새 로그북

컬러풀한 새 로그북 :) 맘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