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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9일 월요일 ~ 9월 4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은 라마단 단식이 끝난 이후의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 기간이다. 휴가 떠나기 전 회화 반 학생들에게 이 때 수업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어렵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나에게도 휴일이 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수업 시작 예정!


생활

후루가다에서 돌아온 이후로 뭘 잘못 먹었는지 배탈이 나서 여러 날 고생했다. 처음 룩소르 도착했을 때 몸이 아팠던 때와 상황이 똑같아서 이 곳에서의 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3일 정도 먹는 걸 조심하고 나서 다시 몸은 정상이 되었고, 9월 1일에는 앞으로 남은 2011년의 4개월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긴 휴가에서 돌아온 샘을 만나러 오랜만에 샘하우스에 갔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도 나누고, 한동안 맛보지 못 한 샘의 이집트 요리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맛보는 이집트 음식

감자샐러드와 구운 감자

가지로 만든 샐러드

'풀'이라는 이름의 콩 요리

로비야(Black eyed pea) 샐러드

가장 기본이 되는 샐러드


아, 그렇지만 100%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아랍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속상한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바닥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는데,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생각해 보니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는 듯한 답답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뚜렷한 목표 없이 지내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그 한가롭다는 프랑스와 뉴질랜드에 있을 때도 항상 내 목표는 언어 능력 향상이나 시험 같은 데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매일 공부를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곤 했으니까. 여기에서는 그런 단기적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는 게 아니다 보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잘 지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랍어를 배우는 것은 실생활에서의 쓰임 때문이라기보다 뭔가를, 특히 언어를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인데 그게 지지부진하다 보니 좀 답답한 것도 있다. 지금 수준의 아랍어도 생활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특히나 이 곳에서는 영어가 잘 통하니까), 새로운 단어나 문법를 익히고, 머릿 속의 언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문장을 이해할 때면 이 자체가 일종의 게임 같기 때문에 계속 아랍어를 공부하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은 이게 다 재미있자고 하는 건데 확 재미있지가 않으니까 뭔가 억울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속상한 마음은 탈탈탈 털어버리고 다시 긍정형 인간으로 돌아왔다. 지금 내가 쉬는 것은 (몸이든 머리든) 충전하는 거야, 이거 언젠가 쓸 때가 분명히 올 거야- 이렇게 되뇌면서.


일요일에는 룩소르에 도착한 중추절 격려품을 받아 왔다. 지난번의 설날 격려품과는 품목이 좀 달라져서, 고춧가루와 참기름 같은 반가운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라면 스프, 각종 라면, 스팸, 즉석국 같은 것들은 어차피 내가 먹지 않는 것들이라 이웃과 주변 단원들에게 조금씩 나눠드렸다. 내가 먹는 거든 안 먹는 거든, 격려품은 왠지 내가 부자가 된 것 같게 만든다 :)

이렇게 큰 박스를 받았는데

나에게 남은 것은 요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만들고 싶은 것도 없었던 며칠 간의 슬럼프에서 빠져 나와 오랜만에 통밀 치아바타를 만들었다. 여기 통밀은 엄청 거칠어서 통밀로만은 빵을 만들기가 어려운 탓에 백밀가루를 좀 섞어서 만들었는데 그래도 겉보기에는 100% 통밀같은 느낌이다. 남아 도는 코코넛 가루를 좀 사용하려고 코코넛 마카롱도 만들어서 일요일에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치아바타

짜잔~ 통밀 치아바타 완성

코코넛 마카롱, 오븐 들어가기 전

바삭하게 구워진 코코넛 마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