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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2일 월요일 ~ 9월 18일 일요일


업무

1. 이번 주에는 화, 수 이렇게 이틀 동안 회화 수업을 했다. 사실 이 수업을 저녁에 하는 이유는 한 학생이 호텔에서 일을 하고 있어 저녁 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인데, 무슨 사정인지 그 학생은 어느 때부턴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준비되지 않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학교가 가르침과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해서, 또 수업이 그것을 위한 시간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모두 각자의 역할을 다 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만큼 덜 재미있고 밍숭맹숭한 수업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한 명의 학생을 빼고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고맙기도 하다. 

2.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2부를 보았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 선생님이 자신의 수업을 공개한 후 전문가 코치진으로부터 조언을 받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이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뜨끔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맨 처음, 잘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자신의 룰대로 통제하던 선생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는데,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한 명 한 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선생님의 얼굴도 아이들의 얼굴도 활짝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교육에 '따뜻함', '사랑' 같은 말들을 집어넣어 부담을 주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도,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보고 나니, 나도 내가 가르치는 한국어 문법, 교재 이런 것들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보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최소한 매주 이 다큐를 보는 동안은 꾸준히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교육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코치진 중에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실 때는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대신 자꾸 트집을 잡게 된다. 웃는 얼굴로 따뜻하게 말씀하시는데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교장선생님에 대한 나의 선입견 때문인가? 아 그리고 교육심리 수업을 해 주셨던 신을진 선생님을 봬서 반가웠다. 여전히 부드러운 선생님 특유의 말투~)

3. 토요일에는 카이로에서 토픽 시험이 있었다. 우리 학생들 몇 명도 시험을 보러 갔는데, 사실 합격하리라는 기대는 안 하고 있다. 시험을 보러 가는 아이들은 꽤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이지만 그렇다고 없던 실력이 갑자기 생길 리는 없으니까. 다음이나 다다음 시험을 목표로, 꾸준히 공부시켜야지.
 
4. 지금이 9월 중순인데 아직 학기가 언제 시작하는지 통보를 해 주지 않고 있다. 10월에는 수업을 할 수 있는 거겠지?


생활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 역시 눈에 보이는 성과에 대단히 집착하는 성격인 나에게는, 이 스티커가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P 

일주일에 여섯 번 운동 :)


이번 주에는 추석이 있었지만 이 곳의 분위기로는 명절인 것을 전혀 실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추석 분위기를 내 보려고 송편을 만들어 보았는데, 떡집에서 만드는 것처럼 쫄깃한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고소한 깨소가 들어간 송편을 먹으니 조금 추석 같은 느낌이 났다. 한국에서 공수해 간 쑥가루도 넣어 쑥송편을 만들었으나 너무 적은 양을 넣었는지 쑥 맛이 별로 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깨소와 로비야(콩의 일종)로 만든 소

쑥가루 넣어 반죽을 해서

송편을 빚은 다음

센 불에 올려 쪄 내면

짜잔~ 그럴 듯한 쑥 송편 완성


금요일에는 이제 두 살이 된 꼬맹이 저스틴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함께 점심을 먹으며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커다란 케이크에 딱 두 개의 초만 꽂혀있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어릴 때가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앞으로 건강하게, 또 행복하게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기도해야겠다 :)   

생일을 맞은 꼬마 주인공

꽂혀 있는 초가 딱 두 개


운동을 시작하면서 치즈 및 유제품과 달달한 빵 종류는 다시 멀리하기 시작한 상황이라, 이번 주에는 맛있는 빵 대신 정말 담백하기 그지 없는 무반죽 통밀빵을 구웠다. 통밀 특유의 냄새를 좀 잡기 위해서 홍차를 넣고 단 맛을 낼 만한 재료로 크랜베리를 넣었더니 좀 심심하지만 그래도 '빵'이라는 이름에 충실한 녀석이 탄생했다. 폭신하거나 쫄깃하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꼭꼭 오래 씹어먹어야 하니까 나로서는 손해 볼 것 없는 것 같다. 

크랜베리를 넣은 통밀빵

머핀 틀에 넣어 구웠더니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