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1년 9월 26일 월요일 ~ 10월 2일 일요일


업무

1. 다음 학기 준비 : 이번 주는 회화 수업 없이 다음 학기 수업 준비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아직 정확한 개강 날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음 주 카이로에 다녀와서 10월 둘째 주부터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른 학년보다도 새로 학생들이 들어올 1학년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 이번 주에도 주로 1학년 수업 교재를 만들고 계획을 짜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1학년 모집을 위해 한국과 한국어에 대해 소개하는 안내문을 만들어 학교에 붙여놓았는데, 영어로 쓴 거라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이해할 지는 잘 모르겠다. 바쁘게 쓰느라 전치사 틀린 것도 눈에 띄고, 100%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다음 주에 현지평가회의 때문에 룩소르에 없을 예정인데다 사무실 컴퓨터가 고장 나서 손보기가 힘들어 일단 붙여버렸다. 똘똘한 학생들이 많이 오면 좋겠네.


2. 다음 주에 있을 현지평가회의를 위해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학교 측으로도 단원에 대해 평가하는 설문지가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우리 학과장은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좀 궁금하다. 회의에 가면 각 단원들이 자기 기관에서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있어서, 우리 기관과 한국어 교육 단원으로서의 업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발표 자료도 만들었다. 현지평가회의야 처음 가는 것이라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할 뿐이고, 4월에 룩소르에 온 이후 거의 5개월 만에 처음 카이로에 가는 거라 이런 저런 할 일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 룩소르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을 공수해 와야지 :)
 

생활

월요일에는 현지평가회의를 앞두고 1년에 한 번 있는 건강검진을 하러 병원에 갔는데, 한국에서 했던 걸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간 것에 비해 정말 싱겁게 끝나버렸다. 피검사와 엑스레이 정도. 검사 결과를 받아보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지금 가장 해 보고 싶은 건 인바디인데 이집트에 그런 기계는 없는 걸까 :P 카이로 가는 비행기 표도 구입했다. 왕복 1000기니 정도 드는 비행기 값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이 때가 아니라면 사실상 직접 그 돈을 들여 카이로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10시간씩 걸리는 기차를 타는 것은 아직 엄두가 나질 않는데, 한국 돌아가기 전에 한 번 쯤은 경험하게 되겠지 :)

지난 달에 획득한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다이빙 자격증을 후루가다에서 온 사람 편에 전해 받았다. 룩소르 우리집에는 '주소'라는 게 없어서 편지고 소포고 받을 방법이 없기에 후루가다 다이빙 센터를 통해 받게 된 것이다. 별 거 아니지만 카드를 보니 왠지 뿌듯하다. 

후루가다에서 온 인편에 전해 받은 자격증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이렇게 두 장


이번 주에는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럼에 절인 말린 무화과를 없애기 위해 무화과호두호밀빵을 구웠다. 원래 레시피에서 오일을 반 정도로 줄였는데 별 문제는 없었고, 달콤한 무화과와 고소한 호두에다 호밀의 향이 더해져 이태원 '오월의 종'을 생각나게 하는 맛난 빵이 탄생했다. 호두는 그냥 먹을 때보다 이렇게 호밀빵에 들어갈 때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2차 발효 전

2차 발효 후

오븐에서 나온 무화과호두호밀빵

가장 즐거운 시간~ 빵 썰기

호두와 무화과가 쏙쏙 박혀있음


무화과호두호밀빵의 성공에 힘입어 살구아몬드호밀빵도 구워보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오일을 빼고 만들었으나 결과물에서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통밀과 호밀 때문에 무거운 반죽이라 시중에서 파는 부드럽고 가벼운 빵과 같은 식감을 시대할 수는 없지만, 대신 한 조각만 먹어도 든든할 정도라 점심 도시락으로 가지고 다니기에 좋다. 나만큼이나 빵을 좋아하는 J 언니에게도 나누어 주었는데 언니의 반응도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종 구워 나누어 먹게 될 것 같다 :) 

발효 중인 살구아몬드호밀빵

오븐에서 나와 식힌 상태

이번엔 살구와 아몬드가 쏙쏙

J 언니를 위해 반 덩어리는 포장하고

다음 날 아침에 살짝 구워서 먹음


그리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4주가 되었다. 식이조절도 병행한 지는 3주. 체중감량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하게만 가자는 생각이다. 사이클과 런닝머신에는 아이팟을 연결할 수 있는데 그러면 자동적으로 내가 운동한 것이 기록되어 나이키+ 사이트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이 정말 좋아지긴 했다 =_=) 아래는 9월 27일에 캡처한 나의 운동 기록! 사실 워낙 운동을 안 좋아하던 나인지라 격하게 달리지는 않고, 그냥 35분 동안 걷다가 조금 뛰다가 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뿌듯하다. 습관 하나가 만들어질 때까지 66일이 걸린다고 하니,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기까지 이제 절반 정도 온 셈이라고 보면 되겠지. 

27일까지, 근 한 달 간의 운동 기록


도시락으로 가져 간 통밀빵과 당근주스

경치 덕분에 더 맛있었던 점심


운동과 함께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쓰면서, 다시 비건 식생활로 돌아왔다. 이집트에 와서 한동안 요거트와 치즈는 꾸준히 먹었는데, 내 몸이 그것들을 그렇게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굳이 먹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좀 더 신선한 채소와 샐러드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원래 백미, 백밀, 백설탕 같은 것은 잘 먹지 않는 편이지만 그런 것들이 들어간 줄 알면서도 과자나 쿠키만큼은 포기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그것도 거의 끊어냈다 잇힝. 대신 통곡물로 된 씨리얼이나 오트밀 등을 찾던 중 영국인 슈퍼에서 말먹이에 가까운 씨리얼 '위타빅스'를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에 한 번 사 보았다.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먹었던 것은 '위트빅스'로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거의 단 맛 없이 푸석푸석한 곡물의 맛만큼은 거의 똑같은 듯하다. 그 때는 '대체 이 사람들은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거야'하고 지나가버렸는데, 사람 입맛이란 게 참 신기하게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인지 지금은 꽤 맛있게 느껴진다 :D 

뉴질랜드 생각이 나 사 보았는데

역시 말먹이 같은 푸석한 씨리얼

두유에 닿으면 흐물흐물해진다


이번 주에도 온통 먹는 거 사진이라 좀 부끄럽지만, 건강한 먹거리는 원래 나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특히 요즘은 좋은 것들을 먹고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까닭에 이렇게 된 것 같다. 일단 내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다른 것에게 에너지를 쏟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니까~  다음 주가 지나 개강을 하고 나면 좀 더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룩소르에서 보내는 스물네 번째 주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