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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3일 월요일 ~ 10월 9일 일요일


업무

1. 현지평가회의 : 10월 4일 화요일부터 5일 수요일까지, 카이로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아인 소크나의 리조트에서 이집트 코이카 사무소의 2011년 하반기 현지평가회의가 있었다. 상반기 현지평가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3개 차수의 봉사단원, 그러니까 10년 2차부터 4차까지의 단원들이 모이는 자리여서 총 참석 인원은 서른 명 남짓이었다. '현지평가회의'라는 이름이 이야기하듯, 각 봉사단원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경험을 공유, 평가하는 자리였는데 나로서는 활동한 지 6개월 정도 되어 살짝 나태해지려는 시점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포스팅 예정~)


생활

4월에 룩소르로 내려온 뒤 근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카이로에 가게 된 거라 떠나는 날에는 마음이 좀 들떠 있었다. 룩소르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가야 할 곳도 미리 생각해 보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공항으로 출발, 비행기가 약간 지연되긴 했지만 아무 문제 없이 카이로 공항에 잘 도착했다. 그렇지만 거기서 동기단원 언니가 사는 마디 지역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면서부터 고생은 시작되었다. 세 명이 같이 탔는데 택시기사가 중간에 말을 바꾸어 돈을 더 요구하는 바람에 최종 목적지보다 좀 빨리 내려 다시 택시를 탔으나 이번엔 이 아저씨가 내가 가는 곳을 잘 몰라 이상한 곳에 내려준 것. 우여곡절 끝에 한 번 더 택시를 탄 끝에야 겨우 동기단원 언니네 집에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현지평가회의를 마치고 카이로에서 3일 동안 머무는 사이 열심히 쇼핑을 했는데, 부끄럽지만 사실 나의 쇼핑 리스트에 있는 것들은 거의 90%가 식료품이었다. 알파 마켓, 까르푸, 시티스타에다 Health Harvest 라는 유기농 식품 매장까지 골고루 찾아 다니며 '룩소르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것들'을 열심히 주워 담았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 공수해 왔으나 거의 다 떨어져가던 비정제 설탕, 생 캐슈넛, 크랜베리 등을 구했고, 메이플 시럽과 비건 초콜렛 칩, 무말랭이와 같이 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물건들도 사게 되었다. 이렇게 물건들을 사러 다니면서 본 이집트의 대형 마트와 쇼핑몰은, 내가 룩소르에 지내면서 보는 현지인들의 생활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나도 룩소르에서 외국인으로 살기 때문에 완전 현지인들의 생활을 경험할 일은 별로 없는데도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다를 바가 없거나 더 화려한 시티스타와 같은 쇼핑몰에서는 왠지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으니, 이 나라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큰 지 조금은 알 만 하다. 

까르푸

너무 넓어서 돌아다니기 힘들었던 '시티스타'

한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Bob's Red Mill 제품들을 파는 유기농 매장 'Health Harvest'

카이로 생활을 경험한 것은 불과 며칠에 불과하지만, 이 도시에는 정말 없는 게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한국인들이 주로 사는 마디 지역은 다른 외국인들도 많이 사는 곳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거칠고 검은 독일 빵과 같은 빵을 파는 곳도 있고 카페의 종류도 정말 다양했다. 한국식당에서는 5기니면 두부도 살 수 있다고 하니 나처럼 직접 두부를 만들어야 할 일도 없겠지 :P 또, 예를 들어 룩소르의 슈퍼에서 구할 수 있는 강낭콩 통조림이 하나에서 두 종류라고 한다면 카이로의 대형마트에서는 예닐곱 종류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성에 있어서 따라갈 수가 없어 보였다. 나의 관심사는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옷이나 가방, 구두 같은 것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런 것을 누리다 보면 그만큼 재정적으로 빠듯해질 것이기에, 나같은 사람이 룩소르에 가 있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으로 만들어 먹는 통밀빵은 기껏해야 5기니 정도면 되는데, 여기에서 사 먹으면 20기니는 드는 것이 한 예다.) 또 룩소르는 워낙 작은 동네인 데다 마이크로 버스로 내가 원하는 거의 모든 곳을 갈 수 있기 때문에 택시 문제로 머리 아플 일이 없었는데, 카이로에서는 택시 기사와 실랑이하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었고, 도로를 건널 때도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건너갈 타이밍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룩소르가 지상 천국 같은 곳은 아니지만 - 매일 나를 귀찮게 하던 마차꾼들과 무엇보다 그 엄청난 더위 - 나는 이솝우화 속 도시에 놀러 온 시골쥐가 되어 버린 것인지, 조금 덜 누리고 살더라도 마음이 편한 시골 생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다시 룩소르로 돌아왔다.

어쩌면 이것은, 나는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가 카이로 단원이었다면 또 위에서 나열했던 나름의 장점을 보면서 나의 생활에 만족을 했을 테니까. 어쨌거나 어느 자리에 있든지 중요한 것은 나부터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면서 이 곳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것이니까 이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앞으로 남은 생활도 잘 해 나가야겠다.


+ 카이로에서 즐긴 먹거리와 마실거리 :)

동기 언니들과 함께 갔던 중국 식당

튀긴 두부 요리

가지와 감자 볶음

오이 샐러드

가지 요리

건두부 볶음

건두부와 두부를 사 갈 수도 있다


일주일 동안 신세 진 언니에게 보답하고자 함께 간 멕시코 식당

멕시코 음식을 파는 식당

나름 고급스러운 분위기

사람도 꽤 많았다

기본 샐러드

직접 튀긴 나초

토마토 살사

파히타의 재료인 구운 야채와 고기

양파, 토마토, 양상추와 치즈

재료들을 싸 먹을 수 있는 또르띠야


룩소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체인점, 코스타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