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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0일 월요일 ~ 10월 16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에 드디어 개강을 했다. 월요일에 학과장을 만나러 가서 시간표를 받아왔고 그에 따라 가장 먼저 수요일에 3학년 수업이 있었는데, 아직 학생들이 고향에서 돌아온 것인지 한 명 밖에 오지 않았다. 교재로 쓸 책을 주고 복사를 해 오도록 하는 정도로 간단히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돌려보냈다. 아, 사무실 컴퓨터 본체가 고장이 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학과장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선뜻 남는 컴퓨터 본체 하나를 빌려주고 설치까지 직원을 시켜 도와 주었다. 전에 에어컨 문제로 너무 고생을 했던 터라 전혀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해결이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목요일에는 1학년 수업이 있었다. 예전에는 새로 입학한 1학년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인터뷰도 해서 학생을 뽑았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어 수업에 대한 소개는 전에 벽에 붙여놓은 상태고 인터뷰를 해서 학생을 뽑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바로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어차피 한 달 정도 수업을 해 보고 노력을 하지 않는 학생과 한국어에 영 소질이 없어 보이는 학생에게는 다른 언어로 바꾸도록 권고할 생각이니까, 일단 기회는 모두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여학생 2명과 남학생 4명이 첫 수업에 들어왔는데 영어 수준은 중하 정도여서 설명은 최대한 줄이고 따라 읽고 연습하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다. 3학년 학생 두 명이 이 수업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허락을 해 줬는데, 정말 의사소통이 안 된다 싶을 때는 얘네들이 도움을 좀 주기도 했다. 그래도 지난 한 학기 함께 수업을 했다고 3학년 애들은 훨씬 편하고 익숙하다. 아직 1학년 학생들과는 뭔가 어색한 느낌 :)


생활

카이로에 다녀온 짐을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4월 이후 처음으로 물도 10박스 주문했다. 마침 현지평가회의까지 끝내고 나서 이런 일들을 하고 있으니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 쉬었던 운동도 이번 주에는 다시 꼬박 꼬박 나갔고, 전반적으로 부지런히,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개강을 맞이해 함께 일하는 J언니에게 선물한다는 핑계로 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오트바를 만들었다. 볶은 오트밀, 건과일, 견과류에다 카이로에서 공수해 온 현미조청과 시나몬 등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것이긴 하나, 슬프게도 내가 많이 먹어도 될 성질의 것은 아니어서 맛보기 용으로 2개만 남기고 4개는 예쁘게 포장해서 언니에게 줬다. 재료에다 먹는 방법까지 적어서 동봉한 건, 그냥 내가 이런 자질구레한 거 만드는 걸 좋아하기 때문, 힛.  

잘 굳혀서 자른 오트바

유산지로 개별포장

재료와 먹는 법을 적은 종이

두 개씩 쿠키봉지에 넣고

편지 동봉하면 선물용 오트바 완성


토요일 오후에는 ACE, Animal Care in Egypt 라는 기관을 방문했다. ACE는 영국의 자선단체로, 룩소르의 다치고 병든 동물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일을 한다. 전에 'Jewel of the Nile (나일 강의 보석)'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때 이 단체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이번 기회에 찾아가게 된 것이다. 기관은 내가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시설도 좋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각각 다섯 마리가 넘는 고양이와 개, 예닐곱 마리의 말 등이 있어 매우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데리고 온 늙고 병든 당나귀가 그 날 안락사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이집트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봉사단원으로 이 곳에 와 있지만 사실 도와야 할 것은 사람들 뿐만이 아니고, 또 나에게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 곳 분들이 반겨주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이 곳에 가서 보고, 듣고, 일하다 보면 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자세한 포스팅은 다음에!] 

ACE 기관의 로비

로비 책상에 앉아 있던 야옹이

밖에서 풀을 먹고 있는 말


어디든 방문할 때면 손에 뭔가 들고 가야 하는 성격이라, 그 전 날 ACE에 가져갈 머핀을 만들었다. 애호박이 들어간 시나몬 머핀을 전부터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나는 먹을 수가 없어 안타까워하던 차에 '이 때다!'하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사실이긴 하다. 나는 조금 맛만 보았는데 애호박 맛은 전혀 나지 않고 그냥 촉촉한 시나몬+건포도+호두 머핀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 날 기관 방문했을 때 자원봉사자와 직원 분들에게 드렸더니 맛있게 드셔서 만들어 간 보람이 있었다 :)

카이로에서 사 온 머핀 유산지 사용

남은 것은 그릇에 구웠다


개강과 동시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좀 더 활기차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2011년을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룩소르에도 슬슬 가을이 오는 것인지 밤과 새벽 무렵에는 서늘한 바람이 조금 불어온다. 물론 아직 최고기온은 35도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여기에도 살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긴 한 것 같다. 아직도 이 곳 이집트에서는 정치적, 종교적인 이유로 충돌이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는데 부디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여행) 성수기인 겨울을 잘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