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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요즘 저의 주 아침식사 메뉴인 오트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트밀은 귀리(Oat)를 먹기 편하게 가공한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것으로 끓인 귀리죽을 뜻하기도 합니다. 귀리라고 하면 왠지 말이나 먹을 법한 사료의 인상을 주고, 귀리죽이라는 단어에서는 가난의 냄새가 폴폴 나는 듯한 느낌은 어렸을 때 읽은 이야기책에서 온 것일까요? 실제로 옛날에는 밀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귀리를 먹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영양적 우수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귀리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귀리는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편이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며,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아 당뇨가 있는 분에게도 좋다-는 것이 제가 대강 알고있는 귀리의 장점입니다. 보통은 귀리를 쪄서 납작하게 누른 오트밀로 죽을 끓인다든지 빵을 만들 때 부재료로 사용하는 식으로 이용을 하곤 합니다.

사실 오트밀을 처음 접한 것은 오트밀에 건과일, 견과류가 섞인 뮤즐리(muesli 무슬리?) 형태였지만, 조리과정 없이 차가운 우유(저에게는 두유)와 함께 먹는 뮤즐리는 저에게 한 끼 식사보다는 간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지방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씨리얼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끔 집어들곤 했지만 결국에는 주전부리로 먹어치우게 되곤 해서 아무래도 오트밀과는 인연을 끊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채식 레시피를 찾기 위해 들어가는 외국 블로그에서 보니, 따끈하게 끓인 후 입맛에 따라 과일이나 견과류를 곁들인 오트밀 죽은 맛도 있고 꽤 든든하게 보였습니다. 마침 제가 살고 있는 룩소르도 40도에 육박하던 더위에서 벗어나 새벽과 밤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지라 뭔가 따뜻한 아침식사가 필요했던 터라 더욱 괜찮을 것 같았구요. 그렇게 오트밀로 아침을 시작한 지 벌써 몇 주 째, 오트밀은 꾸준히 팬케이크와 와플을 제치고 식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이런 오트밀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살짝 살펴보면,

스틸 컷 오트밀 (Steel cut oats, 부순 귀리?)
한국에서는 파는 것을 보지 못 했는데, 길쭉하게 생긴 귀리를 3등분 정도로 잘게 분쇄해 놓은 것을 말합니다. 가공이 덜 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만큼 조리에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긴 하지만, 대신 쫀득쫀득 씹는 식감도 좋고 견과류 같은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그냥 끓일 경우 20분 정도는 불 위에 두어야 한다고 해서 저는 조리시간을 줄이고자 밤에 뜨거운 물을 부어 불려 놓았다가 아침에 끓이는 방법을 쓰는데, 이렇게 하면 10분 정도면 완성이 되는 것 같아요.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완성된 오트밀에도 알갱이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맛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스틸 컷 오트밀을 가장 좋아합니다.

카이로에서 사 온 스틸컷 오트밀

잘게 부숴놓은 상태입니다

알갱이는 비즈공예할 때의 구슬 정도?

오트밀을 30g 정도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밤새 두면

다음 날 아침에는 불어 있습니다


사과를 얹은 시나몬 오트밀

살아있는 오트밀 알갱이

여기에도 알갱이는 여전히

이건 고구마를 넣은 버전입니다


압착 오트밀 (Rolled Oats, 납작 귀리?)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납작한 형태의 이 압착 오트밀인데요, 얼마나 가공을 했는지에 따라 다시 Old fashioned oats와 Quick cooking oats로 나뉩니다. 올드 패션드 쪽은 통귀리를 눌러놓은 것처럼 생겼고, 퀵 오트밀은 그걸 다시 작은 입자로 분쇄해 놓은 모양인데, 당연히 퀵 오트밀이 조리 시간은 적게 걸려요. 심지어 전자렌지를 이용하면 2분 정도만에 완성이 되니까 바쁜 현대인에게는 후자가 적합할 지도 모르겠지만, 맛과 영양은 덜 가공한 쪽이 더 좋다는 저의 생각입니다. 사실 Old fashioned oats도 10분 정도면 완성되기 때문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고, 또 저는 아침에 오트밀을 슬슬 휘젓고 있으면 왠지 행복해지는 종류의 인간인지라 전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네요 :P

이것도 카이로에서 공수해 왔지요

다른 통에 옮겨담은 압착 오트밀

두 종류의 비교 사진

이렇게 얇은 종잇장 같은 게 Quick oats입니다

스틸 컷 오트밀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지요


인스턴트 오트밀 (Instant oats, 즉석 귀리?)
마지막으로, 인스턴트 오트밀은 위에서 말한 Quick cooking oats에다 소금, 설탕, 건과일 등을 첨가해서 바로 전자렌지에 돌려먹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건 제가 먹는 게 아니어서 가지고 있는 사진도 없고, 사실 먹어본 적도 없는데, 주변에 먹어 본 사람 말로는 너무 달았다고 해요. 설탕 듬뿍 지방 듬뿍, 고도로 가공된 인스턴트 오트밀은 굳이 추천해 드릴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트밀의 종류는 이 정도면 대강 살펴본 것 같고, 그러면 어떻게 조리하면 되는 것인가 하니~ 사실 딱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둘러본 블로그들만 해도 각자 취향에 따라 조리 시간도, 들어가는 재료도 다르더라구요. 제가 주로 쓰는 방법은 오트밀 30g + 1.5C 정도의 물에다 소금을 약간 넣고 끓이다가 0.5C 정도의 두유를 넣고 물기가 적당히 사라질 때까지 끓이는 것인데요, 그 날 그 날 기분에 따라 건포도, 시나몬, 카카오 가루, 사과 등을 넣어 먹습니다. 처음에는 두유와 물을 1:1로 넣었더니 너무 느끼해서 끝까지 먹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푹 익은 과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마지막에 올려서 살짝 섞어 먹는데, 사과나 바나나를 이용하면 굳이 설탕을 넣지 않고도 단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지요.


이렇게 드셔 보세요

+ 메이플 시럽, 몰라세스, 대추 시럽, 현미 조청과 같이 고유의 향이 살아있는 감미료는 한층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줍니다.
+ 사과, 배, 바나나와 같은 생 과일이나 건포도, 건자두, 건살구 등의 말린 과일을 넣어도 맛있는 오트밀이 되지요.
+ 향신료를 좋아하신다면 시나몬 추천! 특히 시나몬+건포도+사과의 조합은 최강이에요.
+ 카카오가루+바나나도 제가 아끼는 조합. 일주일에 한 번쯤은 여기에다 초코칩을 살짝 뿌려줘도 괜찮겠지요.
+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와 같은 견과류를 넣으면 더 고소한 오트밀이 되겠지만, 대신 열량도 생각해야 할 거예요.
+ 마찬가지로, 외국에서는 주로 땅콩버터와 같은 견과류 버터를 위에 얹어 먹던데, 맛있긴 하겠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어요, 흑.
+ 한국인 입맛이라면 참기름과 간장이나 된장 등으로 간을 해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P

시나몬+건포도+사과에다 몰라세스 살짝

이것도 비슷한 버전인 듯

카카오 넣은 오트밀 + 올브랜 씨리얼

카카오+바나나 오트밀에 해바라기씨

카카오+바나나 오트밀에 초코칩 약간



아, 죽으로 끓여 먹는 것 외에도 오트밀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요, 제가 시도해 본 것으로는 오트밀 쿠키, 오트바, 대추야자 오트바 정도가 있습니다. 제가 만들어 본 오트바는 각종 건과일, 견과류와 볶은 오트밀을 섞어 조청 등을 넣어 굳힌 일종의 강정 같은 것이었는데 일단 오븐에 구울 필요가 없어서 좋았고, 또 시중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유사 제품에 비하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대추야자 오트바는 잘게 분쇄한 오트밀에다 대추야자와 카카오 가루를 넣고 푸드 프로세서에 돌려 만든 것인데 마찬가지로 열을 가하지 않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간식이 되겠습니다. 다음에 대추야자 포스팅을 하게 되면 자세히 다룰 수 있을 것 같네요 :)

오트밀에 건포도와 견과류를 넣은 오트바

유산지로 포장해서 선물했었지요

앞에 있는 것이 대추야자 오트바입니다

하얀 알갱이가 바로 오트밀이지요


이렇게 해서 제가 사랑하는 오트밀을 파헤쳐 보았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오트밀에 대해 검색을 하던 중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반려견 먹이로 오트밀 죽을 끓이는 분들도 꽤 있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결국 제가 먹는 것의 정체는 말먹이가 아닌 멍멍이 죽이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지만, 뭐 사람에게나 멍멍이에게나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고 좋은 음식인 것이라고 마음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후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오트밀 한 번 드셔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