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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대추야자는 우리나라의 대추와는 좀 다른 과일입니다.

어떤 분은 대추+야자인 줄 알았다고도 하시던데, 영어로는 Date라고 하는 과일이구요, 생김새를 보면 동글 길쭉한 모양이 대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맛은 좀 다르지요. 일단 단 맛이 엄청나게 강하고, 말린 후에도 대추처럼 쪼글쪼글하기보다는(종류에 따라 그 정도로 바싹 말린 것도 있긴 하지만) 곶감처럼 말랑합니다. 어떤 것들은 신선한 상태에서는 생대추처럼 아삭한데 대신 떫은 맛이 강해서 말려 먹고, 또 다른 것들은 신선한 상태에서 촉촉하고 말랑해서 그대로 먹어도 아주 달아요. 품종이 매우 다양해서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Medjool이라는 품종이 크기도 엄지손가락 정도로 매우 크고 단 맛이 강해서 인기가 많다고 해요.

일단 당도가 높다 보니 그만큼 열량도 많이 제공해서, 예전에 사막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었다고 하구요 지금도 라마단 기간에 하루 종일 금식을 한 후 첫 끼니를 먹을 때 꼭 이 대추야자와 우유 등으로 속을 달래기 때문에 라마단 기간이 되면 슈퍼마켓에서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대추야자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운동을 하러 다니는 졸리빌 호텔에서도 대추야자 나무를 쉽게 볼 수 있고, 얼마 전 현지평가회의를 하러 갔던 아인소크나의 리조트에서도 많이 보았습니다. 열매도 먹을 수 있다고는 하던데, 떫은 맛이 강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품종은 아닌 것 같았어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어요

호텔에서 발견한 대추야자 나무

아래에는 떨어진 열매들이



어떤 분들은 너무 달다고 별로 안 좋아하시던데, 사실 저는 백설탕과 같은 '그저 단 맛'이 아니라 고유의 향을 가지고 있는 대추야자의 단 맛을 좋아합니다. 뭐 달긴 하지만 한 번에 많이 안 먹으면 되니까요 :) (그리고 열량 생각하면 많이 먹어서 될 식품도 아닙니다 크크) 이집트에서는 (아마 다른 중동의 나라에서도 그러하겠지만) 100% 대추야자로 만든 시럽도 팔고 있는데요, 특유의 향이 있기 때문에 설탕 대용으로 아무 데나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따뜻한 물에 타서 먹거나 빵에 살짝 뿌려 먹는 등의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냥 열량 덩어리인 백설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대추야자에 많이 들어있다고 하니 건강에도 꽤 좋겠지요.  

대추야자 100% 시럽입니다

꿀이나 조청보다는 조금 묽어요

정제된 설탕 대신 사용하라는 안내문



아무튼 흔하디 흔한 과일이다보니 여기서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단 대추야자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내고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먹거나, 베이킹 등에 활용하고 있어요. 사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대추야자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먹길래 저도 하나씩 따라해 보고 있습니다.

1kg 한 상자가 10기니 (약 2000원)

대추야자가 빼곡히 들어있습니다

반을 갈라서 씨를 제거합니다


1. 얼려두었다가 먹기 : 카라멜처럼 쫀득거려서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대신 바싹 마른 대추야자는 곤란합니다.)
2. 견과류를 속에 넣어 먹기 : 대추야자의 씨를 빼내고 그 자리에 아몬드, 땅콩, 캐슈넛 같은 견과류를 집어 넣은 것을 선물용으로 많이 팔더라구요. 한국으로 치면 곶감 호두말이 같은 게 되겠죠? 대추야자의 단 맛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잘 어우러져서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습니다. 아, 어떤 상품 중에는 초코렛을 입힌 대추야자도 있던데 이게 의외로(그냥 생각하기에는 너무 달 것 같은데) 잘 어울리고 맛있다고 해요.
3. 베이킹에 활용하기 : 대표적인 예가 바로 데이트 스퀘어스(Date Squares), 그러니까 대추야자 필링을 넣어 구운 쿠키? 바? 같은 것입니다. 저도 한 번 만들어 봤는데 먹은 사람들의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렇지만 요즘 들어 제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이것입니다.

4. 영양바 만들기

우리나라에도 '닥터유 에너지바', '칼로리 바란스'와 같은 영양바들이 꽤 있지요. 바쁠 때는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하고, 운동을 하고 난 후라거나 출출할 때 그냥 과자보다는 이런 영양바를 먹는 것이 몸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성분표를 잘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건과일이나 견과류 뿐만 아니라 설탕과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또, 채식을 하는 제 입장에서는 먹지 않는 식품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라라바(Lara Bar)라는 영양바는 설탕과 각종 인공 첨가물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자연 재료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나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많더라구요. 이 라라바의 주재료가 되는 것이 바로 대추야자입니다. 대추야자 자체가 충분히 달기 때문에 따로 설탕과 같은 감미료를 넣지 않고도 맛을 낼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이걸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외국 블로거들이 라라바를 따라 만든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몇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사실 원조 라라바는 오트밀을 사용하지 않고 주로 대추야자와 견과류의 조합으로 만들어지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상당히 고칼로리가 되는 관계로 저는 오트밀을 많이 사용했어요. 쫀득한 식감과 풍부한 맛을 원하시는 분들은 맨 마지막에 있는 '생 캐슈넛 대추야자 볼'을 만들 때처럼 견과류를 듬뿍 넣으시면 된답니다!) 

대추야자로 만든 세 종류의 달다구리


대추야자 오트밀 바 (Dates-Oat Bar)

1 시나몬+아몬드 맛 (Cinnalmond)

재료 (30g짜리 바 9개 분량)
오트밀 70g
대추야자 110g
건포도 40g
아몬드 30g
시나몬 1t
천일염 1/8t
물 1T (대추야자에 따라 조절)

만드는 법
1. 재료를 계량해서 준비해 둡니다.
2. 푸드프로세서에 오트밀을 곱게 갈고, 거기에 아몬드를 넣어 함께 갈아줍니다.
3. 2에 대추야자와 건포도, 시나몬, 천일염과 물을 넣어 같이 갈아줍니다. (대추야자가 촉촉하면 물을 적게, 말랐으면 많이)
4. 3분 정도 갈다 보면 어느 순간 재료들이 모두 뭉칩니다. 완성된 반죽(?)을 랩 위로 옮겨 주세요.
5.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주면 완성!

먼저 재료를 준비합니다

오트밀을 곱게 갈아준 다음

아몬드를 넣어서 같이 갑니다

아몬드는 너무 곱지 않게 갈아두고

여기에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어

다시 갈아주면 이런 덩어리가 되지요

이제 완성된 것을 랩 위에 옮겨서

반듯한 사각형 모양을 잡아주고

칼로 자르면 완성입니다


뱀발
1. 재료의 양은 입맛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시면 됩니다. 견과류를 좋아하시면 더 듬뿍 넣으셔도 무방해요.
2. 위의 버전은 시나몬 향이 그렇게 강하지 않으니 시나몬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 넣어서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 카카오+코코넛 맛 (Choconut)

오트밀, 카카오, 대추야자로 만든 영양바

위에 카카오가루를 살짝 뿌렸습니다


재료 (30g짜리 11개 분량)
오트밀 110g
대추야자 150g
코코넛 30g
카카오 2T
바닐라 1t
천일염 1/8t
물 2T (대추야자에 따라 조절)

뱀발
만드는 법은 시나몬+아몬드 버전과 동일하나, 이게 덜 쫀득한 편입니다. 단 것을 좋아하시는 분은 대추야자의 양을 늘려 주세요.


생 캐슈넛 대추야자 볼 (Raw Cashew-Dates Ball)

캐슈넛, 대추야자, 카카오로 만든 생초코볼

오트밀이 들어간 것에 비해 쫄깃한 식감입니다


재료
생 캐슈넛 1/4C
대추야자 1/2C
카카오 1T
바닐라 1t

만드는 법
1. 푸드프로세서로 캐슈넛을 잘 갈아줍니다.
2. 캐슈넛이 고운 가루가 되면, 대추야자와 카카오 파우더, 바닐라 에센스를 넣고 같이 갈아줍니다.
3. 어느 정도 갈다 보면 재료가 뭉치면서 쫀득한 캬라멜 같이 변합니다. (여기서 바로 멈춰주세요!)
4. 반죽을 꺼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줍니다.

뱀발
카카오 가루의 양은 입맛에 따라 조절해 주세요.


이 정도가 꿀처럼 달콤한 중동의 열매, 대추야자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아마도 이집트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줄 선물로 이 대추야자를 챙겨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한국에서는 아직 대추야자를 쉽게 찾아볼 수 없겠지만, 이태원이라든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수입 대추야자를 팔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