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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9일 월요일 ~ 1월 15일 일요일


업무

방학- 일단은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중이다. 전공부터가 그랬지만, 지금도 내가 하는 일은 몸이나 돈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일이고, 성과 또한 눈에 뚜렷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충 하더라도 별 차이 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여튼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하려면 제대로 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생활

화요일에는 J언니와 함께, 전부터 눈여겨 봐 두었던 음식점 '루프 Roof'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스낵타임 4층에 위치한 식당이라 일단 룩소르 신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했다. 에피타이저로 주문한 각종 딥과 샐러드 세트는 함께 나온 빵(부탁하면 따뜻하게 데워준다)과 잘 어울렸고, 내가 주문한 채소 구이는 아주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그릴에 구워 불 맛이 느껴져 맛있었다. 자세한 것은 룩소르 음식점 리뷰에 적을 예정. 오랜만의 외식이었는데, 나일 강을 보며 한가하게 수다를 떨 수 있어 좋았다 :)

옥상에 자리잡은 음식점

병아리콩 딥, 가지 딥과 샐러드 등

폴라로이드 사진도 찍었다


목요일에는 카이로에 다녀온 샘을 만나러 샘하우스에 갔다. 다시 한국어를 배우기로 한 샘과 한 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늦은 점심으로 '피티르'(얇은 밀가루가 겹쳐진 일종의 패스트리)와 '떠히나 빌 아쌀'('떠히나'는 참깨 페이스트, 여기서 '아쌀'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농축액 같은 것)을 먹었다. 고소한 참깨 페이스트와 달콤한 사탕수수 꿀이 잘 어우러져 맛있었는데, 먹고 나니 점심이라기보다는 간식이었던 것 같은 느낌?

전에도 한 번 먹었던 피티르

떠히나 빌 아쌀


그리고 이 날 샘이 이집트 전통 콩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특수 조리기구인 '담마싸'를 빌려줘서, 집에 돌아와 한 번 사용해 보았다. '담마싸'는 위는 좁고 아래가 넓고 둥근 형태의 냄비인데, 이것을 핫플레이트 같은 것 위에 올려 아주 약한 불로 오랫동안 콩을 익히는 데 사용한다. (이집트 스타일 슬로우 쿠커라고 볼 수 있겠다!) 이집트에서 인기있는 콩인 '풀'은 껍질이 두꺼워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밤에 이 냄비에 넣어 놓고 자러 갔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확인하니 푹 잘 익어 있었다. 다 익은 콩은 커민, 레몬즙, 떠히나, 마늘, 소금 등으로 입맛에 맞게 양념을 하고 기호에 따라 토마토나 오이 등을 첨가해 먹으면 된다. 이 콩 특유의 향 때문에 (마치 청국장이 그러하듯) 한 입에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은 아닌데, 워낙 코샤리를 뛰어넘는 국민 음식이라고 해서 꼭 한 번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콩 자체의 맛이 아주 진한데 먹다 보니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약한 불로 오래 끓인다

미니 사이즈 담마싸

다음 날 비트샌드위치와 함께

커민, 레몬즙, 떠히나로 간을 하고

토마토와 오이도 넣어 먹었다


금요일에는 자이카 단원인 리에가 저녁식사에 초대해줘서 함께 밥을 먹었다. 고기 없이 채소 볶음, 시금치 무침, 일본식 된장국과 톳을 넣은 밥이 나왔는데, 일본 간장으로 간이 되어 있는 상태라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었다.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리에가 남은 밥을 싸주기까지 했는데, 사실 그 며칠 전부터 톳 톳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터라 (정확하게는 톳 두부무침이 먹고 싶었음) 사양하는 시늉도 안 하고 넙죽 받아왔다. 그 외에 이번 주에 만들어 먹은 것은 시금치 스무디(시금치+바나나+치아씨드+두유)와 아보카도크림 파스타로,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초록이 테마인 음식이었다. 아보카도크림 파스타는 잘 익은 아보카도와 레몬, 마늘, 소금을 블렌더로 갈아 크림처럼 만든 다음 면과 버무리면 끝이라 만들기 쉽고 맛있다. 일요일에는 J언니와 오랜만에 한식으로 저녁을 먹었는데 이 날의 메뉴는 한국에서 날아온 연근이 들어간 영양밥과 마법의 들깨가루로 맛을 낸 미역국, 표고강정과 시금치&열무 나물 등이었다. 직접 연근을 잘라 건조기에서 말려 보내 주신 어머니의 정성(세상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엄마가!)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었다는 후문.

리에가 싸 준 히지키고항(톳밥)

아침으로 먹은 시금치스무디

아보카도크림 파스타

파릇파릇한 연두색

연근, 무말랭이, 밤을 넣은 영양밥

들깨가루 듬뿍 들어간 미역국

표고강정과 밑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