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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6일 월요일 ~ 1월 22일 일요일


업무

방학이라 주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 주에 읽은 책 중에서 '열혈교사 도전기'라는 책이 교사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 책은 TFA(Teach For America)라는 단체를 설립한 사람이 쓴 것으로, 미국의 명문 졸업생들이 2년 동안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프로그램이 자리잡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던 데 비해(책의 제목만 본다면 당연히 그런 내용을 기대하게 되지 않는가!) 책의 대부분은 단체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 뒷부분에서 내가 원하던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TFA의 많은 우수한 교사들 중에 특히 성공적이었던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학생들의 성취 목표를 높게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우리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 비슷한 환경(학교 건물이나 컴퓨터 등)을 제공하기만 하면 할 일이 끝난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은데, 실제로는 환경에서 비롯된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을 하고 나니 요 근래 나를 괴롭히던 문제의 해결책이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지난 학기 동안 열심히 가르친 것에 비해 학생들의 노력과 성취 수준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 해서 좀 힘이 빠진 상태였는데, 결국 이 학생들을 내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게 하려면 보통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제는 이 결론에 맞춰 행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것 같다.


생활

위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동기를 얻게 된 이야기를 썼는데, 생활 면에서도 그와 비슷한 변화가 있었다. 한동안 늘어져 있는 듯한 생활을 하다가(늘어져 있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전 주에 운동을 세 번만 갔던 것을 보면 꽤 늘어져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주에는 대청소를 하고 위 층 자이카 단원이 쓰던 책상을 들여 온 것을 계기로 삼아 다시 부지런하게 살기 시작했다. 한쪽 벽으로 책상을 붙이고 독서등을 놓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고 나니 확실히 생활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화요일에는 코이카에서 보낸 설 격려품이 도착했다. 명절 때면 이렇게 풍성한 격려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할 일이다. 아쉽게도 내가 먹을 것은 몇 개 되지 않지만, 대신 먹지 않는 것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으니 부자가 된 것 같아 좋다.

2012년 설 격려품

새로 들어온 꼬꼬면 포함 전체 샷

내가 먹을 것들만 따로 모았다


목요일에는 샘하우스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늘 그렇듯 점심(저녁?)도 먹고 돌아왔다. 이 날의 메뉴는 따끈한 감자 수프와 튀긴 감자&가지, 내가 만들어 간 홈모스(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소스) 등이었는데, 요즘 한창 추운 룩소르의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샘은 여전히 한국어 자모음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한 번 수업을 하고 나면 응당 해야 할 복습과 숙제를 빼 먹어서 이 날도 나에게 잔소리를 많이 들어야 했다. 나도 상냥하고 친절한 선생님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질 않으니 참..

튀긴 감자와 가지, 감자 수프, 익힌 채소 등

병아리콩과 말린토마토로 만든 홈모스와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