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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3일 월요일 ~ 1월 29일 일요일


업무

여전히 방학이고, 독서를 하며 여유를 즐기면서 짬짬이 다음 학기 수업 계획을 짜고 룩소르 가이드책도 들여다 보고 있다.


생활

이번 주에는 이런 저런 모임이 많이 있었다. 먼저 구정이었던 월요일에는 다시 한 번 김가네에 모여 한국 사람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채식 만두와 두부가 들어간 떡국에다 두부김치, 잡채가 나왔고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귀한 음식인 삼겹살과 오징어볶음, 닭볶음탕까지- 사장님 덕분에 한국에서보다 더 배부르게 먹은 설날이었다. 후식으로 S언니가 만들어 온 찹쌀호떡까지 먹으니 여기가 한국인지 이집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 작년 설날에는 급하게 한국 들어와서 부산 내려가느라 정신은 없고 울적했던 것만 기억나는데, 벌써 1년이 흘렀다니.

만두와 두부가 들어간 떡국 (계란은 패스)

김가네의 6종 밑반찬 세트

얼마만에 먹어보는 두부인지

채소 듬뿍 잡채도 나오고

마지막에는 닭감자탕까지


수요일인 1월 25일은 이집트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경찰의 날' 시위가 일어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다시 한 번 큰 시위가 벌어질 것인지, 아니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혁명을 축하하는 날이 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긴장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침에 운동을 하면서 뉴스를 보니 예상대로 타흐리르 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는 했지만 현 군부를 향한 격렬한 시위 등은 없는 것 같아서 일단 안심이었다. 개인적으로 군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가 보고 있는 가운데 또 이집트 정세가 불안정한 쪽으로 흘러간다면 관광업이 주 산업인 룩소르 사람들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 상황을 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룩소르 단원들이 모두 모여 S언니가 준비한 떡볶이, 순대, 김밥과 그 외 각자 조금씩 가져온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 이번 주에는 여러 번 샘하우스에 갔었는데, 샘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러 가기도 했고 토요일에는 룩소르를 찾은 손님들과 함께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아 갔다. 이 날은 식사에 초대된 사람이 많다 보니 평소보다 음식 종류도 다양했고, 마치 한솥 도시락에서 쓰는 것 같은 판에 음식이 준비되어 나왔는데 모두들 입맛에 맞다며 맛있게 먹었다. 사실 코샤리와 따메이야 말고도 먹어 볼만한 이집트 음식이 많은데(향신료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좀 다르겠지만), 여행자들은 그 맛을 보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감자튀김, 풀(이집트 전통 콩요리), 가지, 바바가누흐

내가 만든 고구마 수프와 '보싸라'라는 이름의 콩요리

식당이 된 샘하우스

마흐쉬(속을 채운 채소)와 각종 샐러드

닭고기가 포함된 일반인 버전


저녁 식사 후에는 샘하우스에서 예전에 일했던 '로마'라는 친구의 여동생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갔다. 신랑이 보이지 않아 물어 보았더니, 이 날은 신부 측 사람들만 함께 모여 축하를 하고 내일 신랑과 신부가 만나 교회로 가서 식을 올린다고 했다. 그냥 골목길에다 의자를 깔고 스피커를 설치한 다음 계속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조각 케이크와 탄산음료도 제공되었는데, 다른 결혼식에 가 본 단원의 말로는 형편이 좋지 않은 집에서는 그냥 초콜릿 하나 정도가 나오는 것이 끝이었다고 했다. 한참 동안 앉아서 구경하다가, 잠깐 앞에 나가서 사람들과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기도 한 후에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쩌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 이른 시간에 돌아가는 것으로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

그냥 골목에 마련된 행사장

신부와 사람들이 춤을 춘다

춤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구경하다가 가까이 가서 합류

왼쪽의 키 큰 사람이 '로마'라는 친구

케이크를 한 조각씩 나눠줬다

먹는 것이 아닌, 장식용 케이크

이건 샘하우스에서 받아 온 마흐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