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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6일 월요일 ~ 2월 12일 일요일


업무

방학도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지금도 언제 개강인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개강 1주일 전이 되어서야 학교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이집트의 현실. 1년치 학사일정이 나와있는 한국과는 너무 달라서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생활

월요일에는 리에와 함께 누비안 하우스에 다녀왔다. 누비안 하우스는 누비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전통 공예품을 전시하는 곳인데 얼마 전까지 2명의 자이카 단원이 파견되어 각각 구슬 공예와 도자기 공예를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지금은 두 명 다 임기가 끝나서 일본으로 돌아갔고, 곧 새롭게 한 명이 파견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자이카 단원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기다리다가 마침 리에가 자기 학생들을 데리고 갈 계획이라고 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직접 짠 직물, 구슬공예로 만든 핸드폰줄,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 컵 등 다양한 공예품들이 있어서 한 시간 정도 천천히 둘러보며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컵을 하나 샀다. 건물 바깥에는 식당과 까페 등이 있는데 아쉽게도 요즘은 손님이 없어서 열지 않는다고 했다. (더 많은 사진은 따로 포스팅 예정!) 바쁜 일정에 쫓기는 여행자라면 여기까지 둘러볼 여유가 없겠지만, 룩소르에서 며칠 머무르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구경해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비안 하우스 가방

건물 가운데 있는 휴식 공간

내가 고른 컵 (10기니)


요즘은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때문인지 온통 뿌옇고 흐린 하늘을 보는 날이 많다. 비가 오지 않는 룩소르라 이제까지는 거의 매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프랑스에서 보던 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따라 정전이 되는 일이 많아서 짧게는 1, 2분 길게는 10분 정도까지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기들이 정전을 많이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상대적으로 환경이 좋은 이집트이다 보니 한여름 외에는 해당사항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름보다 더 자주 정전이 되는 것 같다.

운동하러 갔다가 찍은 사진

모래바람 때문에 온통 흐릿한 하늘


금요일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베두인 족에게 납치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다행히 글을 쓰는 지금(2월 15일)은 모두 무사히 풀려난 상황이다. 체포되어 있는 자기네 부족 사람들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종종 그렇게 납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히려 그 지역 사람들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로 시나이 지역에 한국인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이집트를 더 위험한 나라로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