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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7일 월요일 ~ 3월 4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다른 학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서 간단하게 수업에 관련된 내용을 오리엔테이션만 했고 1학년은 목요일부터 본격적인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방학 동안 지난 학기에 배운 것을 다 까먹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다들 잘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단 목요일에는 새 교재 앞부분에 있는 한글 파트를 복습하면서 발음을 체크하고 새로운 단어도 약간 배우는 식으로 수업을 했다. 지난 학기까지는 학생들이 두 줄로 앞을 보고 앉아있는 대열이었는데 이번에는 의자를 둥글게 배치했더니 학생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서 수업 중에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기에 편하고, 심리적으로도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4시간이라는 턱없이 부족한 수업 시수를 보충해 보고자 일요일마다 보충수업을 하기로 했다. 전원 참석하지 못 하더라도 원하는 학생들만 데리고 단어와 중요한 표현을 가르쳐볼 생각이었는데, 적극적인 1학년 학생들은 모두 수업에 나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일요일에 첫 보충수업을 했는데, 한국어-아랍어 그림사전을 가지고 하나의 주제(이번 주에는 '학교에서')로 묶인 단어들(가위, 책, 공책 등)을 공부한 다음 각자 복습할 시간을 주고, 나는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거나 단어를 다시 읽어주는 일을 했다. 손은 가만히 두고 눈으로 단어를 구경만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과연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받아쓰기로 확인을 해 보니 역시나 맞는 답이 거의 없었다. 한글을 겨우 뗀 상태인 학생들 수준에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학기 수업을 하고 나면 최소한 아는 단어라도 좀 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생활

월요일에는 지난 주에 이어 아프리카 영화제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 'The night of the truth'라는 부르키나파소 영화였는데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온 두 부족이 화해를 하기 위해 만남을 갖지만 과거의 일들로 인해 다시 한 번 큰 갈등을 겪는 내용이었다. 중간 중간 끔찍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간혹 눈을 가려야했지만 그래도 끝부분에 가서는 어렴풋한 희망을 보여줘서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상영관을 나설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델로 삼아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이제는 우리와 좀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적으로 간주하고 피의 복수를 이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날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영화 보기 전 차 한 잔 대접받고

부르키나파소 영화를 관람!


수업과 운동 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일이 없는 나날을 보내다가, 토요일에는 자이카, 코이카 여자 단원들이 모여 홀란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식당은 지나가는 길에 보기만 하다가 리에의 소개로 처음 가 보게 되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홀란드(네덜란드) 사람이었고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아저씨가 혼자 요리를 하다 보니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풀 먹는 사람에게는 꽤 한정적인 메뉴가 아쉬웠지만, 내가 다음에 식당을 차린다면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아담한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이집트에서는 보기 힘든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나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점이 좀 특이했다.

메뉴판에서도 네덜란드 냄새가 솔솔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주인 아저씨

따끈한 야채수프

익혀서 양념한 야채를 돌돌 만 전병

다른 음식에 딸려 나온 감자칩


전에도 말했듯 요즘 먹는 것 중에는 사진을 찍을 만한 것들이 별로 없어서 증거로 남아있는 사진들은 없지만 여전히 잘 먹고 살고 있다. 이번 주에는 익힌 비트와 병아리콩을 함께 갈아 예쁜 자주 빛깔의 후무스(Hummus)를 만들었는데, 양을 가늠하지 못 해 너무 많이 만든 바람에 점심 도시락으로도 가져가고, 저녁에도 채소와 함께 먹는 등 거의 매 끼니 먹어야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를 따라 가지+콩 커리도 만들어봤는데, 커리파우더와 토마토페이스트가 합쳐지니 평소 먹던 고형분 카레와 얼추 비슷한 맛이 나는 것이 신기했다. 다음에는 이것 저것 첨가해서 그 카레의 맛을 재현해봐야겠다.

후무스+샐러드 도시락

위의 도시락에 납작 빵 추가

콩이 듬뿍 들어간 가지+콩 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