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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9일 월요일 ~ 3월 25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월요일에 드디어 파업이 끝났다. (만세!) 원래 월요일에는 카페에서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수업 한 시간 전에 학생이 전화를 해서 학교 문이 열렸다고 알려준 덕분에 카페가 아닌 한국어 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수업을 하니, 칠판과 마카, 교재 등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는 환경이 그렇게도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도 학교에서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수업은 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에 이야기했듯 시험과 관련된 신경전이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계속해서 단어 쓰기 숙제를 내 주고 있는데 점차 학생들의 한글 쓰는 실력이 나아지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학생들도 스스로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면 좋을 텐데.

 

간혹 어이없는 실수가 있긴 하지만, 이제는 한글을 잘 쓴다

 

2. 3학년 : 수요일 정규 수업 외에 화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보충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목요일 오후에는 토픽 대비 수업이 있어서 3학년 학생들을 볼 일이 꽤 많아졌다. 지난 주에 보충 수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 없어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번 주에 학교가 문을 열어서 큰 고민을 덜게 되어 다행이었다.

 

화요일에 처음으로 저녁 보충 수업을 해 보았는데, 시간이 비교적 많다고 생각하니 수업을 하는 내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졌고 학생들도 낮 시간에 보는 것보다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한국어 수업 말고도 공부해야 할 것들이 꽤 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보충수업에 나오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 :) 중간에 변덕부리지 말고 열심히 가르쳐야겠다!

 

토픽 수업에서 내가 가르치는 부분은 어휘/문법과 읽기 파트인데, 초급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 학생들에게는 문제 수준이 높은 편이라서 1-10번 정도를 넘어가면 거의 손도 대지 못 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몇 주 수업을 가지고 토픽 초급 합격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 것이고, 그냥 문제 구경이라도 하고 편안하게 시험을 보는 것을 내 나름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처럼 꾸준히 공부를 한다면 내년 정도에는 진짜로 합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활


월요일에는 카이로 사무소에서 룩소르 기관을 방문하러 오신 관리요원님과 함께 단원 모임을 가졌다. 안타깝게도 이 날까지 우리 학교가 파업이었던 터라 이고스는 둘러보지 못 하고 올라가셨지만, 그래도 룩소르에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어 즐거운 하루였다. 처음으로 소네스타 호텔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에 가 봤는데, 역시 시중 피자집의 치즈와는 질이 다른 모짜렐라 치즈! :) 분위기도 깔끔하고 좋았는데 다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없어서 휑한 느낌이었다.

 

이번 주에 만든 음식은 '오크라 검보'라는 것인데, 오크라라는 채소와 강낭콩, 병아리콩이 들어간 약간 매콤한 스튜다. 오크라 자체가 좀 끈적끈적한 성질이 있는 데다가 맨 처음 만들 때 오일과 밀가루를 함께 볶아 루를 만들기 때문에 완성된 스튜도 점성이 좀 있는 편이다. 이것도 전에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어서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이 좀 불가능했지만, 맛은 왠지 콩나물찜과 같은 좀 익숙한 맛이었고 간이 그리 세지 않아 콩을 듬뿍 먹기에 좋았다.

 

오크라와 강낭콩, 병아리콩이 들어간 검보 통밀 아이쉬와 토마토, 오이를 곁들여 먹었다

 

이 날 만들었던 오크라 검보는 금요일 도시락 모임에도 싸 가서 먹었다. 동행 분이 싸 온 것은 과일과 김치전, 파래전 :) 주로 내가 만드는 것은 콩이 들어간 외국 음식과 샐러드 종류이고, 언니가 싸 오는 것은 탄수화물 종류의 한국 음식과 과일이라 균형이 맞는다. 느긋하게 도시락을 먹으면서 책을 읽다가 천천히 운동을 하고 돌아왔다. 

 

완전 맛있었던 김치전과 파래전 오크라 검보와 오이&토마토

 

이번 주에 하나 더 만든 콩 요리는 '찬나 마살라(Chana masala)'라는 인도 음식인데, 이건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은 음식이다 :) 병아리콩에 토마토, 양파, 고수잎이 들어가서 새콤 달콤하면서 감칠맛이 느껴진다. 다음 번에 시간이 나면 만드는 법을 정리해서 올려야겠다.

 

찬나마살라와 통밀 아이쉬 고수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듯 밥과 먹어도 잘 어울린다

 

일요일에는 룩소르로 OJT를 온 신규단원을 맞아 단원들이 모두 함께 한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내가 온 뒤로 룩소르로 내려온 단원이 한 명도 없었던 터라 후배단원을 맞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기관의 상황을 파악하고, 집을 구하는 등 할 일이 이것 저것 많을 텐데 내가 도움을 받았던 만큼 많이 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