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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일 월요일 ~ 4월 8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지난 주 수업에서 고민이 생긴 이후로 좀 기운이 빠진 탓에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되도록 크게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수업을 했다. 또, 전에는 학생들이 늦게 오면 일일이 늦게 오지 말라고 주의를 주곤 했는데 매번 이러는 것도 피곤해서 아예 학생들이 다 올 때까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더니 먼저 온 학생들이 늦게 오는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인지, 전체적으로 수업할 준비를 갖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줄어들었다. 학생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과 필요할 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둘 다 잘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일요일 수업에서는 조금 기력을 회복해서 수업 분위기도 좀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한 번 꺾인 열정이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듯해서 걱정이다.

2. 3학년 : 화, 토요일에 보충수업, 수요일에 정규수업, 목요일에 토픽 수업이 있었다. 자주 보는 만큼 정도 들고, 학생들도 나름 숙제를 열심히 해 오고 있어서 수업을 하는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수업에서는 문법을 가르치고 그것을 작문을 통해 확인하거나 질문을 던져서 회화 연습을 하는 등 이것 저것 해 보고 있는데, 그러자니 여전히 시간이 좀 부족하다.
 
3. 4학년 : 학생들에게 바람맞았다.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일이 있어 못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화도 안 난다.
 
이번 학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날 것이라던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 5월 하순에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그 전에 학교 수업을 모두 끝내고 시험까지 마무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할 모양이다. 4월 말에 수업이 모두 끝나고 한국어 시험은 5월 중순에 잡혀 있다고 한다. 아예 학기가 늦게 시작했던 작년보다는 좀 더 수업 시수가 많겠거니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면 올해도 길어봐야 12주 정도로 학기를 마무리하게 될 듯하다. 이렇게 하면서도 정규 학기와 같은 등록금을 받는 건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다.


생활

룩소르는 요즘 봄을 넘어 여름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수업 외에는 여전히 운동을 하며 지내고 있는데, 이번 주에 졸리빌에 갔더니 이상한 솜뭉치 같은 것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신기하게 생긴 나무에서 떨어진 것인데, 멀리서 보니 눈뭉치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씨앗 뭉탱이 같았다. 수업 후에 곧바로 운동을 하러 가는 날이면 도시락을 싸 가는데, 오랜만에 한국에서 챙겨 온 예쁜 도시락통과 젓가락을 꺼내보았다. 별 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것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혼자 먹는 도시락은 간소했지만, 이번 주 점심 도시락 모임(?) 메뉴는 김치볶음밥, 오렌지, 생채소스틱, 오크라검보/가지콩커리으로 아주 다양했다. 여기에 셔틀버스 기사 아저씨가 선물해 준 빵까지 더해져서 더 풍성한 식탁이 되었다. 아저씨께는 다음에 맛난 것을 선물해드려야겠다 :)

풀밭에 하얀 뭉치들이 있다

처음에는 솜인가 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민들레씨 같은 느낌

오랜만에 예쁜 도시락통을 꺼냈다

김+밥과 간소한 밑반찬으로 싼 도시락

여유로운 점심 만찬

오랜만에 먹은 김치 볶음밥

내가 싸 간 채소와 커리, 검보


이번 주에는 샘하우스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 한 선물을 받았다. 현지 스타일의 빨간색 파자마인데, 마침 더워지는 요즘 날씨에 입기 좋을 것 같다. 하늘색 줄무늬 스카프는 애용하던 코이카 팔토시를 잃어버린 바람에 햇빛 가리개 대용으로 쓰려고 하나 구입했고, 나무로 된 그릇은 예전부터 눈여겨 보던 것이라 하나 샀다. 어쩌다 보니 이것 저것 새로운 물건이 많이 생겼다.

오늘도 맛있는 이집트 음식 한 상

감자 샐러드에는 고추가 들어가 매콤하다

샘에게 선물받은 빨간 파자마

햇빛을 피하려고 산 스카프

맨들맨들한 나무 그릇


금요일에는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하고 주님 수난 예식을 드렸는데, 평소 30분이면 끝나는 미사에 익숙해지다 보니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기도와 예식 동안 끊임없이 앉았다 일어났다 하느라 힘이 들었다. 주로 이탈리아어와 아랍어로 진행되어서 귀로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세계 어디에서나 미사 예식은 동일한 데다 매일미사 어플을 통해 독서와 복음을 읽을 수 있어서 눈과 머리로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부활절인 일요일에는 아침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는데, 콥틱 달력으로는 부활절이 한 주 뒤고 이번 주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어서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다니는 근처 교회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또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