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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3일 월요일 ~ 4월 29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월요일에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집안에 일이 있어 한동안 (거의 몇 주 동안) 학교에 오지 않았던 학생까지 전원이 참석했는데, 웃는 얼굴로 마지막 수업을 하고 싶었던 내 마음과는 달리 이 날따라 학생들이 유난히 잡담을 많이 했다.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한 명씩 읽도록 시키다 보니 그 사이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읽는 것을 듣고 발음을 고쳐주려고 최대한 집중하고 있는데 자꾸 떠드는 소리가 들리다 보니 신경이 곤두섰다. 또, 자신이 읽는 것은 아니더라도 다른 학생들이 읽는 것을 많이 들어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텐데, 그럴 생각은 하지 않고 아랍어로 잡담을 나누는 것이 답답했다. 이런 사정을 학생들에게 쉬운 말로 설명을 하고 조용히 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도 수업 끝까지 떠드는 학생들이 있어 정말 진이 쏙 빠졌다. 실망한 나의 얼굴을 보고 수업 후에 여학생들이 와서 한국어 시험과 기말고사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 말을 들었다고 해서 한 번 지친 마음이 짠 하고 살아나지는 않았다. 1학년 학생들은 맨 처음부터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라 애착이 많이 가고 도움을 주고 싶지만 나와 성격이 잘 맞지는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일단은 이렇게 학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2. 시험 출제 :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 좀 쉽게 시험을 출제하려고 마음은 먹었는데, 한 학기 동안 가르친 모든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과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차별성을 두고 싶은 생각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시험을 쉽게 내기 위해서는 어렵게 낼 때보다 훨씬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전에는 주로 주관식으로 학생들이 직접 답을 쓰게 했던 데 반해 이번에는 맞춤법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고 배운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에 집중하기 위해서 객관식 문제를 만들고 있는데, 답이 아니면서도 답처럼 보이는 보기를 만드는 것이 참 어렵다.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니까 너무 어렵게는 내지 말아야지.


생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했다. 수업과 시험 출제 외에는 운동을 하고, 가끔 요리를 하는 데 시간을 쓰고, 책을 읽었다. 이번 주에 사무소에서 빌린 책을 반납해야 해서 최대한 열심히 읽었는데, 이번에 온 책들 중에는 두껍고 무거운 내용의 책이 많아 빨리 읽히지는 않는다.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만한 여지를 남겨주는 좋은 소설을 읽고 싶은데 사무소에서 빌릴 수 있는 책들 중에는 소설이 별로 많지 않은 편이라 좀 아쉽다. 그래도 활자에 정말 굶주렸던 프랑스 생활을 되돌아 보면, 이렇게 한글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에는 특별한 음식을 만들지는 않았고, 평소 좋아하는 렌즈콩으로 스튜(수프?)를 만들었다. 삶아 둔 갈색 렌즈콩과 당근, 양파, 마늘, 바질 가루와 고춧가루를 넣고 푹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을 하면 되는데, 만들기 쉬운 데 비해 양파와 당근의 은근한 단 맛과 렌즈콩의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리는 든든한 음식이다. 매일 한 번은 먹는 오이+토마토와 채소볶음을 곁들이면 간단하게 한 끼가 완성되고, 이렇게 한 냄비 끓여 냉장고에 넣어두면 며칠은 걱정이 없다.

오이+토마토와 견과류 채소볶음

갈색 렌즈콩으로 끓인 스튜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룩소르 단원들끼리 저녁 모임을 가졌다. 근처 중국식당에서 새롭게 태국 음식 메뉴를 선보여서 맛을 보러 갔는데, 처음에는 주문한 팟타이가 너무 하얀 색깔이라 정말 태국 음식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았다.

음식점 이름은 King and Thai

메뉴가 상당히 많았다

베지테리안 팟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