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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30일 월요일 ~ 5월 6일 일요일


업무

5월 중순에 있는 기말고사까지 수업이 없기 때문에 이번 한 주는 출제해 둔 시험지를 확인하고 관광한국어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며 보냈다. 우리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최대한 쉬운 한국어로 이집트 유적을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역사와 종교에 관련된 단어들은 한자어가 많다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생활

노동절이었던 화요일은 여기도 쉬는 날이었다. 나는 이미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상황이라 크게 다를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휴일 기분을 내려고 오랜만에 졸리빌 수영장을 이용했다. 요즘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도 있을 정도로 이미 날씨가 많이 더워진 상황이라 수영하기에 딱 좋았다. 평소에는 점심을 먹을 일이 생기면 도시락을 싸 가는데, 이 날은 특별히 샐러드와 피자를 주문해 먹었더니 정말 휴양지에 놀러온 느낌 :) 이번 주에는 피트니스 클럽에 Wii가 설치되었는데 요가, 근육운동, 유산소운동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서 평소보다 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을 보면 참 놀랍다.

어느 날 갑자기 설치된 Wii

밸런스 보드~ 처음 봤다

조깅을 해 봤는데 자꾸 앞으로..

그릭 샐러드

베지테리안 피자

빵도 함께 나왔는데 너무 딱딱


날씨가 더워지니 콩국수가 생각나서 콩나물 기르려고 가져왔던 쥐눈이콩을 삶아 콩국을 만들었다. 콩 삶는 것까지는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식감과 색깔을 위해 콩껍질을 벗기느라 고생을 좀 했다. 처음에는 별 거 아니겠지 하고 시작을 했는데 콩이 크기가 좀 작다 보니 손이 많이 가서 대략 한 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중간에 그냥 껍질 채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공을 들인 게 아까워서 그럴 수도 없었고...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색도 예쁘고 고소한 콩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콩국이 완성되었지만 들인 시간에 비해 먹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아서 좀 슬펐다.

한 시간 노동의 결과

콩껍질이 대략 반이다

콩국수 완성! 맛있었다


특별한 건 아니지만, 룩소르의 슈퍼에도 우리나라 빼빼로가 들어왔다. 카이로에서는 예전부터 팔고 있었지만 룩소르에서는 찾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슈퍼에 가 보니 3종 빼빼로가 다 구비되어 있었다. 나는 채식을 하기 때문에 먹지는 않지만(롯데 빼빼로에는 계란이 들어간다) 그래도 우리나라 과자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어 사진을 찍었다. 작은 예이지만 이런 걸 보면 룩소르는 봉사단원으로 살기에 물질적으로는 별 부족함이 없는 환경이고, 특히 열악한 상황에서 고생하는 다른 나라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 그런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균형을 잡고(내가 누리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어디까지나 나는 여기 봉사단원으로 와 있는 거니까), 정신적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환경을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오른쪽 사진은 일요일에 성당에 갔다가 찍은 사진이다. 성모성월을 맞아 제대 오른쪽에 성모님을 모셔 놓고 예쁘게 장식을 해 두었는데, 이걸 보고서 새삼스럽게 벌써 5월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냥 빼빼로, 누드 빼빼로, 아몬드 빼빼로

5월은 성모성월


며칠 전 카이로에서 시위하던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일이 또 일어났다.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이런 사고가 생겨서, 내가 아직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사실 룩소르는 워낙 조용해서 뉴스를 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이고, 현지인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지만. 5월 23, 24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터라 선거를 전후해서 또 크게 시위를 하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6월에는 언니가 이집트에 오기로 되어 있으니 부디 큰 일 없이 선거가 잘 치러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