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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7일 월요일 ~ 5월 13일 일요일


업무

다음 주로 예정된 기말고사를 위해 시험지를 인쇄해 한 부씩 겉장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 사실 시험이 다 되어가는데도 학교 측에서 이 작업을 하라는 연락이 없어서 지난 일요일에 한 번 찾아가봤더니 마침 잘 만났다는 표정으로 시험지를 제출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기관은 코워커가 없다보니 정말 긴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을 때는 일본어 선생님인 리에를 통해서(일본어 과에는 현지인 보조교사가 있다)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어떨 때는 간섭이 없어서 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학사일정은 제 때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것 같다. 아무튼 이제는 기말고사만 남았는데, 학생들이 과연 배운 걸 기억하고 있을지 걱정.


생활

지난 1년 간의 룩소르 생활에서 큰 힘이 되어주셨던 분들이 이 곳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좋은 일로 가시는 거니까 축하를 드리고 기쁜 마음으로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앞으로는 떠나보내야 할 사람만 여럿이라 마음 한 켠에서 허전함을 많이 느끼게 될 것 같다. 새로운 단원이 얼른 오면 좋겠는데... 아무튼 좀 이르지만 송별회 겸 코이카 단원이 모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룩소르 맛집 투어라는 이름으로 2주에 한 번 정도 새로운 식당을 가 보고 있는데, 이번 주에 간 곳은 '맥심(Maxim)'이라는 식당이었다. 많은 식당들이 그러하듯 이집트 음식과 외국 음식을 다 제공하는 곳으로 주로 서구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식당인 듯했다. 처음 식당에 들어갔을 때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요즘 룩소르에 관광객이 이렇게도 없나 싶었는데 다행히 식사 중간에 10명 정도의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와 좀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채식 메뉴도 마련이 되어있기는 했지만 특별한 음식은 없었고, 사실 후무스(병아리콩으로 만든 스프레드)가 좀 기대 이하였던 탓에 다시 찾게 될 것 같지는 않은 곳이다.

운동하러 가서 먹은 점심 도시락

S언니의 아삭아삭 월남쌈

만들기 쉬운 렌즈콩 수프

맥심 메뉴판 中 채식 메뉴

커리소스와 함께 나온 채소모듬

좀 실망스러웠던 후무스


토요일에는 같은 건물에 사는 일본인 아이샤, 자이카 단원 리에, 코이카 단원 몇 명이 함께 모여 옥상에서 포트럭 파티를 가졌다. 전에 옥상에서 함께 차를 마시다가 이야기가 나와서 각자 음식을 한 가지씩 준비해 만나기로 했던 것인데, 요리를 좋아하는 아이샤가 정말 멋진 음식들을 많이 만들어와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풍성한 식탁이 되었다. 나는 렌즈콩이 들어간 라자냐, 다른 단원들은 잡채와 장조림을 각각 준비해왔고 리에는 잡채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좀 새콤한 맛이 나는 일본 음식을 만들어왔다. 아이샤가 준비한 것들은 키슈(계란이 들어간 파이 같은 프랑스 음식), 칠리새우, 가쓰오부시를 올려 먹는 초록색 나물, 스시에다가 후식으로 케이크까지 구워와서 다섯 명이서 다 먹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같은 건물 옥탑방에 잠시 머물고 있는 독일인 여성분이 생일 선물로 받은 케이크까지 나누어준 덕분에 헤어질 때 남은 음식들은 각자 조금씩 나누어 집으로 가져갔다. 나는 밖에 나가서 한 끼를 사먹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접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들을 나누면서 함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더 좋은데, 어쩌면 채식을 하기 때문에 바깥에서는 음식을 먹는 데 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 참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일처럼 느껴지는데 반해 여기서는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럽고, 특히 이 날처럼 누구 한 사람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가져오는 경우에는 별로 부담도 없다. 한국에 돌아가도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

렌즈콩이 들어간 채식 라자냐

오랜만에 먹은 잡채

닭고기와 계란 장조림

잡채 비슷한 새콤한 맛의 국수

아이샤가 만든 키슈

별로 맵지 않은 칠리새우

가쓰오부시를 올려 소스를 뿌려먹는 일종의 나물

데코레이션도 너무 예쁜 스시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

한 상 가득 음식이 차려졌다


어쩌다 보니 이번 주 생활 관련 사진들은 온통 먹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운동도 하면서 여름을 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좀 새로운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룩소르가 워낙 조용한 동네여서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크고 새롭지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별 일 없는 잔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은 거라고 할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