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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7일 월요일 ~ 9월 2일 일요일


업무

라마단 이후의 명절도 모두 끝나고, 이번 학기에 2학년 올라가는 학생들에게 연락이 와서 다음 주부터 보충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7, 8월 다 보충수업을 했었는데 올해는 라마단, 국외휴가 등을 이유로 이제야 시작을 하게 되었으니 꽤 늦은 데다 그리 길게 할 수도 없게 되었다. 돌아갈 때가 다 된 단원의 나태함인가 생각을 해 보았는데, 그것보다는 예비 2학년 학생들에게 받는 일종의 스트레스가 보충수업을 선뜻 시작하지 못 하게 한 더 큰 이유인 것 같다.

한국어를 잘 하고 싶어하는 열망은 참 칭찬해 줄 만 한데, 학생들이 실제로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너무 과한 결과를 바라고 있어서 지난 학기에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힘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다고 학생들만 탓할 수는 없는 게, 교실에서는 독재자가 되는 나의 가르치는 스타일이 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한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칠판 앞에서 길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간단히 정리해서 이야기한 다음 학생들에게 직접 적용해 보도록 하는 식으로 수업을 하는데, 짧게 이야기하는 대신 내가 말하는 동안은 학생들이 100% 나에게 집중하기를 원한다. 학생들이 집중을 하지 않고 옆 친구랑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것을 보고 있으면, 내가 말하는 내용이 중요하지 않거나 학습자의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 자신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만다. 아직도, 순한 양처럼 내가 가르쳐주는 대로 한 발 한 발 잘 따라오는 학습자를 기대하고 있으니,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학생들을 포용하기가 힘든 것이다. 10명의 학생들 가지고도 이렇게 한계를 드러내는 스스로를 보면 한국에서 선생님 되는 것을 일찌감치 접은 게 맞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제 한국에 돌아가기까지는 딱 한 학기가 남았으니 그 시간 동안은 스스로의 한계를 좀 극복하고 2학년 학생들과도 즐겁게 수업을 해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교실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가르치는 기쁨을 더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생활

이번 주에는 아무런 사진도 찍은 게 없다. 겉으로도 안으로도, 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실 매주 작성하는 기록에 사진을 넣기 위해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소한 거라도 찍어두는데, 이 일주일 동안은 무엇도 새롭게 보이지 않고,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서 가방 속의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고 살았다.
 
선배 단원들로부터도 많이 들었고,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지내면서 스스로도 여러 번 경험했던 '오르락 내리락'이지만, 이번 주의 내리락은 특히나 더 심했던 것 같다. 만약 밖에 원인이 있는 거였다면, 그러니까 이집션들 때문에 분통이 터지고 짜증이 나는 거였다면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가겠는데, 그냥 만사 재미가 없고, 생활의 윤기가 사라지고, 혼자 있는 게 외롭고,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라서 이런 감정을 피해 달아날 방법이 없었다. 어쨌거나 이것도 다 지나갈 것이고, 지나고 나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일주일을 보냈고, 겨우 밑바닥에서는 탈출한 것 같지만 아직도 공기와 햇볕이 있는 수면 위로 올라가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요즘 읽고 있는 Olive Kitteridge라는 소설에도 요즘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나만 이런 걸 느끼는 게 아니구나 싶었달까. 다음 주에는 이런 칙칙한 이야기에서 좀 벗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