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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3일 월요일 ~ 9월 9일 일요일


업무

1. 이번 주 월요일부터 2학년 보충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약속한 10시가 되어도 학생들이 한 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학년이면 모를까, 2학년 학생들은 그냥 말도 없이 안 나올 애들은 아니어서 그 중 한 명에게 전화를 해 보았더니, 수업 시각을 아침 10시가 아니라 오후 2시로 잘못 들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나는 10시부터 한 시간 넘게 기다린 상황이어서 결국 이 날은 수업을 취소하고, 목요일부터 정상적으로 보충 수업을 시작했다. 전체 10명의 학생 중 룩소르에 있는 7명이 나왔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원활하게 수업이 잘 이루어졌다. 가장 신경을 긁는 학생(잦은 지각과 결석 + 숙제 안 해옴 + 실없는 농담 툭툭의 3종 세트)이 안 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학생들과 기분 좋게 수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다. 

2. 매번 새 학기가 시작할 때면 개강 날짜 하나를 알아내기 위해 여러 번 학과장실에 가야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의 방문 끝에 9월 16일에 개강한다는 답변을 받아냈지만 이걸 곧이 곧대로 믿을 수가 없는 게, 매번 그 날짜보다 2주는 지나서야 진짜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집트 식 학사 운영에 익숙해져서 그저 그러려니 생각하고 조급한 마음을 버린 상태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생활

다음 주면 또 한 명의 룩소르 단원 S언니가 단원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자이카 단원 리에의 임기도 끝이 나기 때문에, 셋이서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근처에 있는 사파가에 여행을 다녀왔다. 사파가(Safaga)는 룩소르에서 후루가다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도시인데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후루가다보다는 가까워서, 아침 일찍 출발해 한 나절 스노클링을 하고 오후에 돌아오는 식으로 하루 만에 홍해를 구경할 수 있어 일정이 빠듯한 여행자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

보트 2층에서 쉬는 사람들

참 예쁜 홍해의 물 색깔

멀리 보이는 길쭉한 게 섬


새벽 6시 반에 미니밴을 타고 출발해서 9시가 좀 넘은 시각에 사파가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준비해 간 아침을 먹고, 보트가 출발하는 곳에서 스노클링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 보트에 올랐다. 30분 정도 보트를 타고 나가면 첫 번째 스노클링 지점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인솔자를 따라 물 아래 구경을 하고, 다시 보트에 올라타 두 번째 지점으로 이동해 또 한 번 스노클링을 했다. 그러고 나서 뷔페식으로 준비된 이집트 음식을 점심으로 먹고 좀 쉬다가 (사실 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섬에 내려서 해수욕을 하며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그런 다음 다시 보트로 돌아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니 대략 오후 5시, 차를 타고 룩소르로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몸이 좀 피곤하긴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셋이서 한 장

리에와 함께


가져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바람이 엄청 불어서 머리가 이리 날리고 저리 날려 정신이 없었다. 보통 때는 폴라로이드라고 해도 같은 자리에서 2장을 찍으면 대강 비슷하게 나오기 마련인데, 이 날은 바람 때문에 찍는 사진마다 다 다르게 나와서 좀 웃기기도 했다. 예정된 이별에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좋은 추억을 남기고 헤어질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