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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0일 월요일 ~ 9월 16일 일요일


업무

1. 2학년 보충수업 : 이번 주에는 계획한 대로 월요일과 목요일, 두 번의 수업을 했다. 룩소르에 사는 학생들만, 대략 4~6명 정도가 수업에 오는데 모두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라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 아직 정식으로 개강을 하지 않은 상태라 지난 학기에 쓰던 교재 대신에 그림 단어카드를 이용해서 몇 가지 주제의 명사들을 가르쳤고, '가다' '오다' 같은 기본적인 동사들로 현재, 과거, 미래 시제 문장을 보여줬다. 본격적인 문장을 가르치니까 단어만 다룰 때보다 학생들이 좀 더 흥미있어 하는데, 아무래도 어순이 영어나 아랍어와는 다르다 보니 좀 헷갈려했다. 영어로 문법 설명을 하면 너무 길어지고, 개중에는 못 알아듣는 학생들도 있어서 되도록이면 예문을 많이 접해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 시간 정도 수업 하고 쉬는 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수업을 이어서 했는데, 이렇게 하면 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학생들이 돌아오질 않음!) 아예 1시간 40분 정도를 쭉 이어서 수업해 봤더니 오히려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좋았다.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수업을 했지만 학생 한 명은 필기도구도 없이, 그것도 늦게 수업에 들어와서 눈치를 줬다. 워낙 손으로 쓰는 공부를 안 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펜 하나 없이 다니는 학생들도 많긴 하지만 작년에 수업을 들었으니 한국어 수업에서는 필기구가 필요하다는 걸 알 법도 한데...

2. 4학년은 이번 학기에 관광한국어를 배우게 된다. 선임 단원이 만들어 둔 유용한 교재가 있으나 안타깝게도 지금 4학년에게 너무 어려운 수준이라서 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쉬운 내용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룩소르 유적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정도는 가르쳐주고 싶은데 그러자니 단어들이 너무 어렵다. 가르치고 싶은 것은 많고,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고...


생활
 
이번 주에 룩소르 단원 S언니의 임기가 끝나서, 언니는 카이로에 올라가 수료식을 하고 이집트를 떠났다. 이제 나보다 먼저 룩소르에 와 있던 단원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고 여기 남아있는 단원도 총 세 명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만나고 함께 지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니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독립적인 성격이면서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때때로 도움을 주고 받기도 했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다 떠나보낸 후에야 이런 인연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감사해야 할 일임을 깨닫는다. 바쁘게 지내지 않으면 외로움을 느낄 것 같아서 요즘은 운동도 학교도 더욱 열심히 나가고 있다.

그렇게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이번 주에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것보다 외식을 한 일이 잦았다. 아래 사진은 '피티르'라는 음식으로, 얇게 민 반죽 안에 재료를 넣은 이집트식 파이인데 주로 피자집에서 같이 판다. 반죽을 손으로 돌려가면서 비칠 때까지 아주 얇게 늘린 다음, 그 안에 각종 채소와 소스를 넣은 다음 반죽을 덮어서 마무리해주고 오븐에 구우면 끝. 안에 건포도와 코코넛, 설탕 같은 것을 넣어서 (엄청) 달달하게 만든 것을 후식으로 먹기도 한다. 

나름 유명한 피자집 '피자홈'

얇은 반죽 위에 토핑을 올리는 중


이번 주에 갔던 또 다른 음식점 '일 자아임'은 룩소르 신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내 중심가 식당인데, 2층은 앉아서 먹는 공간이고 1층에서는 포장을 해 갈 수 있다.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한 번도 가 볼 엄두를 내지 못 했던 곳이었다. 혹시 음식값을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을까 싶어 눈을 크게 뜨고 감시했는데 나중에 봤더니 주문이 컴퓨터로 처리가 되고 계산서에 음식 이름이 찍혀 나와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 그렇지만 아랍어를 못 읽는 여행객들에게는 주문한 음식이 아닌 더 비싼 음식 이름을 찍어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사람이 북적북적

아랍어 메뉴판과 가격

오른쪽 통에 포장도 가능


다음 학기 계획을 세우다 보니 내가 룩소르에서 지낼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세 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아직까지 못 해 본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