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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4일 월요일 ~ 9월 30일 일요일


업무

2학년 보충수업에서는 지난 수업에 이어 동사 변화를 연습하고, '개' '권' 같은 단위 명사도 복습했다. 특히 단위 명사를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해서 여러 번 반복했다. 다들 수업에는 진지하게 참여하는데 집에 가서 복습을 꼼꼼히 하지 않는 것인지 다음 수업만 되면 기억하는 애들이 별로 없다. 그러면 그냥 웃으면서 다시 가르쳐줘야 하는데 성격 상 그게 잘 안 된다, 흑..


생활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페루에서 보낸 편지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내 손에 들어왔다. 원래 내가 갈 곳이었던 페루, 결국 이집트에 오게 되어 함께 국내훈련을 받은 동기들과는 헤어졌지만 지금도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S오빠가 몇 번 편지를 보냈으나 어디로 증발했는지 중간에서 사라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안전히 잘 도착했다. 페루스러운 카드에다 멋진 사진까지 여러 장 넣어 준 마음 씀씀이 덕분에 직접 가 보지 못 한 페루를 눈으로나마 감상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먼 길 오느라 수고한 편지

페루 느낌이 물씬!


추석을 맞아 또 한 번 격려품을 받았다. 이번이 이집트에서 받는 마지막 격려품이다. 평소와 비슷한 구성이었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같은 것들이 빠졌다는 점. 아마도 몇 달 전 코이카 21주년 기념품으로 고추장, 된장, 간장과 고춧가루를 보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걸 못 받았던 신규단원들 입장에서는 좀 안타까운 상황일 것 같다.

이집트에서 받는 마지막 격려품,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면 종류도 좀 바뀐 듯


샘하우스에 가져가려고 전에 사 두었던 병아리콩 가루를 이용해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들어봤다. 프랑스 남부의 음식인 'socca'의 레시피를 보고 만든 것이긴 한데 사실 나도 그걸 사 먹어본 적은 없으니 내가 만든 것이 그게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병아리콩 가루를 물에 개고 거기에다 양파, 토마토, 마늘 같은 각종 채소를 잘게 썰어 섞은 다음 오븐에서 구워주면 완성. 짭짤한 케이크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밀가루가 아닌 콩가루 100%라 한 조각만 먹어도 든든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 사람들은 워낙 이런 콩으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고 양파, 토마토 귀신이니까 입맛에 잘 맞을 거라 예상하고 가져갔는데 역시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의 '소까'

다 구워지면 먹음직스러운 노란빛을 띈다


그리고 추석을 맞아 특별히 한국음식을 만들어 샘하우스에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조금 늦게 알게 되었지만 새로 룩소르에 파견된 J선생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는데, 케이크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샘이 알아서 준비해줬다 :-) 간단히 양파, 애호박, 표고버섯, 파프리카로 색깔을 맞추고 격려품으로 받은 참치통조림을 이용해 볶음 고추장을 만들어서 가져갔는데, 이집트 사람들 입에도 잘 맞는지 맛있다며 싹싹 긁어먹어서 뿌듯했다. 그런 걸 보면 비빔밥은 실패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음식인지도? 

가지런히 담은 비빔밥 고명들

그릇마다 밥 위에 얹어 비빔밥 완성

생일 케이크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