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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8일 월요일 ~ 10월 14일 일요일


업무

2학년 수업 : 학기가 시작한 지 1주일이 넘었는데도 안 오는 학생들이 있어 다른 애들에게 물어봤더니 그 중 한 명은 아예 제2 외국어를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아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도 힘든 고비를 넘기고 기초를 단단히 다지면서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지금 와서 그만둔다니 좀 아쉽지만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니 어떻게 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한국어 공부가 어려워서 그러는 거라면 나와 개인적으로 상담이라도 하고 옮겼으면 싶은데, 정확한 이유를 듣질 못 했으니 뭐.. 이번 주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난 시간에 가르친 것을 많이 잊어버리고 엉뚱한 대답들을 해서 좀 힘들었다. 집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더 천천히 가르치든지 수업에서 복습을 더 자주 하든지 해서 해결을 해야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학생들이 꼬박꼬박 복습을 하도록 시켜야 하는데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4학년 수업 : 가장 오래 가르친 4학년 학생들과는 서로를 잘 알아서 그런지 이번 학기에도 별 문제 없이 순조롭게 수업을 하고 있다. 작년에 가르치던 회화, 문법 교재에다 보충 프린트를 종종 활용하고 수업 중간 중간 작문도 많이 시킨다. 학생들이 작문을 한 것을 보면 뭘 알고 뭘 모르는지가 대번에 드러나기 때문에 참 좋은데, 다만 자기들이 잘 알고 익숙한 단어만 자꾸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이걸 막을 방법을 고민 중이다.


생활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샘하우스에서 일하는 직원이 '마흐쉬'를 만들어 왔다. 가지, 애호박, 피망 같은 채소에다 양념한 쌀을 채워넣어 익힌 음식인 마흐쉬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특히나 이렇게 여러 종류의 마흐쉬를 만들 경우, 모두 한 냄비에 넣어 익히는 것이 아니라 종류 별로 따로 냄비에 넣어 조리를 하는데, 각각 익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 만들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같은 날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이집트 전통 과자도 종류 별로 맛볼 기회가 있었다. 사실 어떤 것들은 정말 설탕시럽의 단맛만 너무 강해서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데, 이 날 맛 본 것 중에 몇 가지는 그렇게까지 달지 않고 고유의 맛을 가지고 있어서, 잘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손님이 오면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돌 만 양배추 마흐쉬

속을 파낸 피망 마흐쉬

속을 파낸 가지 마흐쉬

속을 파낸 애호박 마흐쉬

이집트 전통 과자 모듬


요즘은 학교에서 수업 및 수업 준비, 헬스클럽에서 운동, 샘하우스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일로 일주일이 꽉 차 있다. 집에서는 2008년 텝스 문제집을 구해서 틈틈이 풀고 있고, 언니가 올 때 가져다 준 텝스 단어책도 꾸준히 외우고 있다. 텝스 점수가 당장에 꼭 필요한 건 아니고, 답 없는 문제로 머리가 복잡할 때는 답이 딱 정해진 시험 공부를 하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해서랄까. 

지난 주에 있었던 스리랑카 단원들 사고 때문에 마음이 좀 좋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그런 사고를 당한 것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 댓글들을 보니 너무나 개념없이 아무 말이나 툭툭 해 놓은 사람들이 많아서 속상했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여기에서 보낸 2년이라는 시간도 참 같잖고 우습게 보일 수 있겠구나.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같은 하늘 아래 너무나도 다른 생각을 가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게 새삼 피부로 느껴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