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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월요일 ~ 11월 11일 일요일


업무

4학년 수업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고, 욕심을 좀 비우고 가르치기로 마음 먹은 뒤로 순조롭게 수업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2학년 수업에서는 지난 주에 숙제로 냈던 질문 15개의 답을 확인하다가 드디어 폭발했다. 지금까지 몇 번을 반복해서 가르친 것이고, 숙제로 내 주었으니 생각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을 텐데 왜 도대체 이런 답을 써 온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학생 한 명은 숙제를 안 해 왔으면서 내가 숙제를 보자고 하니까 마치 해 온 것처럼 찾는 척을 하고, 화장실 다녀왔다는 핑계로 다른 학생들이 본문을 쓰는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고 있어서 결국 두 배로 혼이 났다. 대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왜 이런 식으로 낭비하는 것인지, 속상하고 화가 나서 정말 꾹꾹 참으면서 수업을 끝냈다.

같은 기관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던 자이카 단원 리에가 떠난 이후로 일본어과에는 가이드로 일하는 이집트인 선생님이 부임했는데, 그 선생님의 일본어 실력이 사실 그리 좋지 않아 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집트인 교사를 양성하는 것은 지속적인 언어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최종적인 목표이지만,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지 잘 지켜봐야겠다.


생활

이번 주에는 이틀 정도, 룩소르에서 정말 희귀한 비가 왔는데 특히 화요일에는 부슬 부슬 비가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날씨가 서늘해지고 있는데 어쩌면 그것 때문인지, 감기 몸살인지 배탈인지 알 수 없이 몸이 아팠다. 다행히 하루만 골골거리다 툭툭 털고 일어났다.

길을 보면 빗물이 고여 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흐린 하늘


금요일에는 현지평가회의를 앞두고 건강검진을 했다. 지난 해에는 룩소르 인터내셔널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추천 병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달랑 피검사와 흉부 엑스레이만 찍고 검사가 끝이 나서 정말 허무했다. 이번에는 좀 더 나은 검사를 받고 싶어서 새로 문을 연 사설 병원을 찾았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친절한 의사 아저씨가 영어로 설명도 잘 해 줘서 훨씬 믿음이 가는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토요일에는 아이샤가 카키아게 소바를 만들었다고 점심에 초대를 해 주었다. 메밀국수 위에 직접 만든 야채튀김을 올린 카키아게 소바, 가르기르 무침, 오이 초절임 등 깔끔하면서도 정성이 가득한 음식들이었다. 우엉 조림과 파+미역 된장 무침도 맛있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소네스타 호텔에 있는 일식당 '미야코'보다 아이샤가 만든 음식이 더 맛있는 것 같다 :-) 한국에 돌아가면 이것도 이제 안녕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아쉬울 뿐. 떠나기 전에 비법을 좀 캐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