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2년 12월의 끝자락에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벌써 7개월이 넘는 시간이 흐른 셈입니다.
그 동안, 서평을 남긴 것 외에는 블로그를 거의 방치해두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한국에 적응하느라 바빴달까요.
이제는 어느 정도 주변이 정리되었으니, 그 간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놓을까 합니다. 


다시 시작된 고민

학부를 졸업하고 이집트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쳤던 저는, 돌아오면서 앞으로 '국제개발협력' 중에서도 교육 분야를 더 공부하고, 이 쪽에서 일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이집트에 있었던 시기는 혁명이 일어나 무바락 대통령이 물러난 직후로, 사회 발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때였어요. 그러나 혁명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 했고, 오히려 그 이후 이집트에서는 크고 작은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충돌이 그치지 않아 점차 사람들은 실망하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저는 '개인, 사회,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또 거기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큰 가닥은 잡았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대학원에 가서 공부부터 할 것인가, 아니면 관련된 일을 하면서 구체적인 질문을 찾은 다음 다시 공부를 할 것인가-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아무 망설임 없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슬슬 나이를 먹어가는 시점에 전업 학생이 된다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갈팡질팡하며 헤맨 끝에, 다가오는 9월부터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글로벌 교육협력' 전공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코이카 장학금(2년의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World Friends Korea 단원을 대상으로, 자신이 봉사했던 분야나 국제개발협력과 관련된 공부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에게 학비의 75%를 지원)을 받게 된 덕분에 학비 부담은 조금 덜었고, 특히 이 장학금은 제가 이집트에서 보낸 2년과 그와 관련해 앞으로 하려는 공부에 대한 지지처럼 느껴지기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프리카 인사이트

그렇다고 내내 진로에 대한 고민만 하고 지냈던 것은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5월 즈음부터 재미있는 일에 참여하게 되어 이를 통해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나고 배울 기회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 인사이트(Africa Insight)는 코이카 60기 동기인 허성용 단원이 중심이 되어 만든 단체로, '교육과 옹호(Advocacy)를 통해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방식을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한국에 돌아와 사람들을 만나며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오해,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일반인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라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고, 스스로도 아프리카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았을 때 큰 망설임 없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5월의 세네갈 사진전을 시작으로 6월 말에는 Like Africa라는 첫 번째 강연회를 했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도 소소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프리카의 다채로운 면모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현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AfricaInsight.or.kr
세네갈 사진전 : http://hubnbridge.tistory.com/700
Like Africa 강연회 : http://hubnbridge.tistory.com/702


ODA Watch 여름집중워크숍

그런가하면 7월 한 달 동안은 '개발을 넘어 발전 대안을 찾아가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시민 단체인 ODA Watch에서 주최한 집중 워크숍을 들으며 더 넓은 배움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총 12강으로 구성된 이 워크숍은 '국제개발협력이 무엇인가'라는 가장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교육, 문화, 인권, 평화, 경제 등 국제개발협력의 다양한 분야를 들여다봄으로써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심화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집중워크숍 후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ODA Watch 여름집중워크숍 인터뷰 기사 : http://www.odawatch.net/37464


교육공동체 벗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게 되었지만 그 속에서도 저의 주 관심사는 '교육'이고, 또 여전히 한국의 교육현장과 다양한 실천에서도 눈을 떼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개발(또는 발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제가 하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치듯이, 한국의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교육 주체들과 맺고 있는 관계 또한 중요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학교 안팎의 교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저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 존재가 바로 '교육공동체 벗'입니다.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로서 우정으로 연대하며 참여와 소통을 통해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공존공생의 삶을 나누'는 벗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라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저는 (교사로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학교의 숨겨진 모습을 알 수 있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절망적인 부분도 많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벗 카페에 가입해서 교육에 관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며 많은 힘을 얻었고, 이제는 저도 조합원이 되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교육에 대한 저의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어요. 얼마 전 다녀온 괴산 여우숲에서의 벗 여름연수를 통해서는 '농촌,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이 국제개발협력 현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중요하고 필요한 실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 홈페이지 : http://communebut.com/xe/main/


문학학회 뒷방 늙은이들

공부와는 큰 관계 없이, '지금, 여기'에서의 저의 행복을 위해 하는 일도 있습니다. 2005년 국어교육과 입학 당시부터 함께 했던 멤버들과의 문학학회는, 문학텍스트(주로 소설)를 읽고 각자 생각하고 느낀 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자리입니다. 이집트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에는, 책을 읽고 나서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아쉬웠던 터라, 한국에 돌아온 이후 친구들과 함께 다시 세미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각자의 생활이 바빠 한 달에 한 번밖에 못 만나지만, <은교>, <백의 그림자>, <우아한 거짓말>과 같은 텍스트를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그것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은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채식이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그것은 차차 풀어나가도록 할게요.

요즘은 페이스북을 통해 짧은 글을 쓰거나 책에서 읽은 구절에 생각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이상, 한국에 무사히 정착했음을 신고합니다 :-)


+ 얼마 전에 Corea Courier 라는 영자신문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이집트 생활을 돌아보는 내용이라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