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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위한 국제자원활동가 학교' 마지막 강의의 주제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진로 문제였다.

이 분야에 뛰어들 생각을 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보았을 문제들에 대해 정말 솔직하게, 톡 까놓고 이야기를 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본인이 경험하신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셔서 좋았는데 그것을 여기에서 다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워 질문만 정리를 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번 강의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


국제 개발 진로 이야기


일시 : 2014년 1월 24일 금요일 17:00-19:00
장소 : 조계종사회복지재단 
강사 : 김동훈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나눔사업부문 부장)


* 주황/빨간색으로 강조된 부분은 정리한 사람에 의한 것이며, 빠진 부분이나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
 

1. 월급이 얼마예요?

2.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어요?

3. 이런 일을 계속 하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요?

4. 후회는 없나요?

힘들 때는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동기 부여가 확실하면, 실패를 해서 힘들어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 같다.

5.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국제개발의 상과 조직이 생각하는 바가 다르거나, 반대일 경우.
10개 중 9개가 하기 싫거나 힘든 일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1개가 있으면 그건 할 만 하다.

6-1. 앞으로의 꿈은?
예전에는 30대에 공부하고 40대에 기반을 닦아 전성기라 할 수 있는 50대가 되면 의사 한 명이 일 년에 살리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을 직접 하는 것보다,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키워주는 일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장 활동가를 키우는 강의를 통해 청년들과의 만남을 갖고, 그들을 지원하는 일이나, 좋은 현장 활동가의 방패가 되어 조직 내의 사람들을 설득하고, 변호하는 일의 중요성을 느낀다. 직업에서 '직'을 목표로 하는 경우 힘들 수가 있는데, '업'이라고 생각하면 무슨 일을 하고 있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국제개발에 대해서도 좀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듯 세상의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6-2.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국외의 사정을 설명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었는데, 이제는 국내의 사람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맞다고 대답한다. 국내와 국외의 문제는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local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은 global에도 적용된다. 국제개발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국내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소셜벤처를 하는 청년들이 특정한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을 풀기 위해 일을 시작한 것에 비해, 국제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은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한국 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가 국제개발 분야에서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7. 한비야 팀장님 보고 관심 가지게 되었어요!

8-1. 기부를 하고 싶은데 추천 좀 해 주세요!

8-2. 일대일 결연 후원을 신청하고 싶어요!

9. 이번에 단기 해외 봉사를 가게 되었어요.

단기 해외봉사에서 하는 활동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운동회. 원래 의도한 것은 지역사회와 학교의 단절을 극복하자는 것이었는데, 현지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와서 노는 것=운동회'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니 단기봉사팀이 떠나고 나서 그 사람들끼리 운동회를 하면서 놀지 않는 것이다. 정말 제대로 하려면 봉사팀은 현지 사람들이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고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나서서 우리 눈에 보기 좋은 벽화를 그리는 것이나 매번 가르치기만 하는 방식의 문화교류를 하는 것, 교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악기를 가르친 다음 그것들을 남기고 떠나는 식의 예체능 수업 등 여러 문제가 있다. 그 문제의 핵심은 주체가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인데, 이것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10. 공부를 먼저 해야 할까요? 현장을 먼저 경험해야 할까요? 한국에서 일 해 볼까요?
한국의 특성 상 석, 박사 학위가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현장이 빠져서는 안 된다.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할 거라면 공부와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일 뿐이다. 어느 쪽을 먼저 하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1. 코이카 단원으로 나가면 어떨까요? or 어느 기관을 통해 나가면 좋을까요?
어떤 기관을 통해 가느냐보다는 어떤 경험을 하는지, 그 경험을 통해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개인적 특성도 고려해야 할 요소.

10-2. 어떤 전공이 유리할까요? 어떤 전문성이 중요할까요?

11. 어떤 사람이 잘 할까요?

그릇이 비어있는 사람, 수용성이 높은 사람.

12-1. 개발/발전이 뭘까요?

12-2. 어떤 프로젝트가 좋을까요?

나의 경우 10년간의 경험을 가지고 정말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만든 것이 브릿지 프로그램이었다.
service가 아닌 empowerment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하고, 우리가 대신 해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결국 이런 것은 자신의 삶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되어야 한다.

+
현재 한국 국제개발 분야의 노동조건에 관해서,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열악한 처우는 '현실'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먼저 투자하고 일이 따라오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Thoughts

- '직'과 '업'의 이야기가 개인적으로 많이 와 닿았다. 이집트에서 돌아와 일과 공부 사이에서 고민했던 때, 또 요즘에도 공부를 마치고 나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때면 마음이 답답하고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확실한 전망을 이유로 이것을 놓지 못 하는 이유가 있고, 그게 있는 한은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이 언저리에서 맴돌게 될 것 같다. 사실 진로를 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제까지 경험한 것과 갈림길에서 했던 선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언뜻 보기에는 각기 다르고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내가 가장 포기할 수 없는 것, 10개 중 9개의 힘들고 불편한 것들을 감수할 수 있게 만드는 단 하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자신에게 맞는 길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단기해외봉사와 관련해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던 반면 실제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단기 해외봉사가 현지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 쪽은 아니다. (한 발 양보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반대로 민폐를 끼치고 오는 경우 또한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소한 단기 해외봉사를 나가는 사람들이라도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들의 삶에 일어난 변화가 세상의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본다. 그러자면, 단기 해외봉사의 교육적 의미는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그것을 통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의미있는 경험을 하도록 도울수 있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작년 5월에 학교 인권센터에서 주최했던 포럼을 떠올려 볼 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떠난 해외봉사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초점 자체가 '무엇을 하는가' 보다는 '그것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자신들이 경험한 것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로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엇 쓰다 보니 관점전환학습 이론 관해서 읽었던 논문에서 평가 방식과 인식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 service가 아닌 empowerment, 자선(charity)이 아닌 연대(solidarity). 한 번에 바꿀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것은 멈추지 않아야지 :-)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소수라 할지라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국제개발 NGO를 비롯한 이 분야 여러 조직들의 의사소통구조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감. 내 삶의 문제는 못 본 척하고 남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