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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강대중 선생님의 '성인학습이론연구' 수업에서 제출했던 리뷰 페이퍼 #1
한국어로 글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어색했다. 선생님의 상냥한 피드백 :D



2013.10.01 성인학습이론연구 리뷰페이퍼

 

관점전환학습이론에들어가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 본격적으로 메지로우의 이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리뷰에서는 Merriam의 책 6장을 읽으며 생각한 것과 의문들을 먼저 다루고자한다. 이 책에서는 관점전환학습이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론을 차례로 설명하고, 중요한 세 가지 개념인 경험, 비판적성찰, 발달에 대해 살펴본 후, 관점전환학습이론에 관해 제기되는 문제와 최근의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일곱 가지의 이론들 가운데 내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메지로우와 프레이리의 이론이었다.

 

Transformative learning, says Mezirow, is “theprocess by which we transform our taken-for-granted frames of reference(meaning schemes, habits of mind, mindsets) to make them more inclusive,discriminating, open, emotionally capable of change, and reflective so thatthey may generate beliefs and opinions that will prove more true of justifiedto guide action”(2000, p.8). Through transformative learning we are freedfrom uncritical acceptance of others’ purposes, values and beliefs.(Merriam, p.133)

 

먼저, 위에서 메지로우가 설명하는 관점전환학습은, 내가대학에 들어온 후 경험한 학습과 그로 인한 변화를 그대로 언어화하고 있었다. 나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열심히 입시 공부만 하고 지낸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입학 후에도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항상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애썼고, 방학때도 계절학기를 들으러 학교에 나갔다. 그렇지만 현재의 행복을 유예한다고 해서 미래에 그것을 그대로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점차 깨달으면서, 나는 더 이상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생각들을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결국 다른 가치관의 형성과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메지로우의 이론은 매우 쉽게 이해되었는데, 특히 대화discourse를 전환 과정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이한 사람이 자신의 가치관을 돌아보고 그것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게 한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우리는 새롭게 형성된 관점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다. 학부 시절 세미나를 통해 나의 변화에 지지를얻거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것이 떠오르면서, 만약 이런 대화가가능한 공간이없었다면 비판적 성찰을 통해 기존 가정들의 문제점을 발견한 후에도 그것이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비판적 성찰과 대화가 순차적이고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기보다,순환적으로 발생하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졌고, 사람 내부의 작용인 비판적 성찰과외부와의 교류에 해당하는 대화 두 가지 모두가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관점의 전환이 일어나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생각을하게 되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메지로우가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앞으로 이 이론을 공부하며 살펴보고싶다.

 

다음으로, 프레이리를여기에서 접하기 전, <페다고지>를 읽으며 이집트에서의 경험을 떠올리고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얻었던터라 이것이 넓은 의미의 관점전환학습이론에 속한다는 것이 반갑게 느껴졌다. 이집트에서 혁명이 일어난후,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 예상했던 것보다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것을 보면서, 소수의 사람이 주도하고 나머지는 거기에 동의의 뜻을 표하는 방식의 혁명으로는 세상이 근본적으로달라지지 않는다고 느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변화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교육이 이것을 도울 수 있으리라(물론 반대로 방해할 수도 있지만) 믿기에 현재의 전공을 선택하였으면서도, 당장 성인들에게 그런 기회를제공하는 것보다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사회의 변화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야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DK1]  그렇지만 성인들이 문해교육을 통해자신을 둘러싼 억압적 환경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 프레이리의 이론을 보면서, 학교를 떠난 성인들의 학습이지금 당장의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이억압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자신의 삶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혁명처럼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더라도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관점전환학습은 주로개인적 차원의 행동 변화를 이야기하는 메지로우의 이론에서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다만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구분은 프레이리가 말하는 것처럼 분명하지 않고, 어떤환경에서는 피억압자인 사람도 다른 상황에서는 억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억압 자체에 대항하는 관점을 가진다는것은 상당히 힘든 일일 수 있다. 또한 어느 이론에서든, 관점전환이일어났으나 자신을 둘러싼 세상은 전혀 변함이 없을 경우 이는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한다.[1][DK2] 과연 이런 것들을 감수하면서까지관점전환학습이 일어나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그것이 성인교육자adult educator가 결정할 영역인지, 관점전환이라 할 때 바람직한방향은 있는 것인지[DK3]  등 앞으로 고민하며 알아가고 싶은것들이 많다.



[1]채식을 시작한 지 3년이되었는데, 고기를 먹지 않고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그것이 나의 가치관과 신념에 더 잘 맞다고생각하여 채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기존의 가치관과 갈등을 빚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된다. 많은 채식인들이 이러한 긴장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기에, 주로채식인들 간의 모임을 통해 공통의 신념을 확인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전략을 함께 모색하곤 한다. 갈등과긴장이 심해지면, 가치관은 그대로이지만 행동에 있어서 타협점을 찾는 경우도 있고, 아예 이전의 관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보면 과연 관점전환이 일어난 이후의 회귀에 대해 학자들이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진다.


 [DK1]시간은오래 걸려도 누구나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또 학교 교육은 한 사회의 체제를 유지하려는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하는 것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학교 교육이 변화하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이상에머물 수도 있겠지요.

 [DK2]채식주의자들의관점 전환과 회귀는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겠어요. 선행연구들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흥미로운 연구가 될것 같네요.

 [DK3]앞으로더 고민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다만 메지로우의 경우 해방적 관점이라는 입장을 세웠는데 이것 자체는 바람직한방향이 무엇인지를 함의하고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