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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강대중 선생님의 '성인학습이론연구' 수업에서 제출했던 리뷰 페이퍼 #3



2013.10.28 
성인학습이론연구 리뷰페이퍼

 

왜곡된 전제들의 발견과 성찰을 통한 전환

 
 

지난 2주 동안의 과제는 Mezirow Transformative Dimensions of Adult Learning 5, 6, 7장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때마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왜곡된 전제들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번 리뷰에서는 그것을 중심으로 관점전환이론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건의 발단은
KT&G에서 새로 출시한 THIS AFRICA라는 담배였다.이 담배는 아프리카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잎담배가 소량 함유되어 있어, 제품의 이름과 담뱃갑, 광고 모두 아프리카를 주 컨셉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담배가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를 연상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식에 있다. 담배의 포장과 광고를 살펴보면, 양복을 입은 원숭이 앵커의 뒤로 두 마리의 원숭이가 잎담배를 훈제하고 있고, 또 다른 광고에서는 식민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탐험가 복장을 한 원숭이가 돋보기를 들고 담배를 발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식민 지배 당시,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했던 아프리카 인 = 원숭이나 침팬지에 가까운 야만인의 공식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아프리카 출신의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이 광고를 보고 매우 불쾌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광고가 논란이 되자 KT&G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되는 광고는 회수하겠으나, 자신들은 전혀 아프리카를 비하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단지 원숭이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유쾌한 동물이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담뱃갑에 사용된 이미지는 여전히 바꾸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러한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광고와 포장을 신속히 시정하기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온라인 상에서 진행 중이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닌 한국인 중에서도 이 광고가 아프리카를 형상화하는 방식에 대해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낀 이들이 있는 반면, 광고를 보고 별 생각 없이 무심하게 지나친 사람들이 많이 있고, 심지어 이런 광고를 제작한 사람들처럼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 한 이들도 있다. 사실 특별히 인권에 대해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른바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인종적인 차이를 느끼지 못 하고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인종에 대한 차별과 그로 인한 인권의 침해는 일상 생활에서 접할 일이 적은 문제일 것이다. 옛날처럼 다른 인종, 타 문화의 사람들을 만날 일이 매우 제한되는 사회라면, 우리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을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원숭이와 같은 단순한 상징을 나쁜 의도 없이 사용하는 것이 용납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한국은 고립된 곳이 아니고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의 신화를 유지하기에도 어려우며, 타 문화에 대해 새로운 정보, 정확한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까닭에, 아프리카와 관련된 담배를 원숭이 이미지를 사용해 광고하는 이들이 가진 왜곡된 가정과 전제도 한층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아프리카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는 상태에서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단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원숭이 사이의 은유적 관계를 형성했을 것이고, 해당 광고를 보고 가장 먼저 불쾌감을 느낄 아프리카 사람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다수의 사람들도 비슷한 왜곡된 전제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나, 캠페인을 통해 광고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보고 자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가정과 전제가 부분적이고 편파적인 것이었음을 인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처럼 왜곡된 전제에 대해 인식하고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6장에서 Mezirow가 이야기하는 disorienting dilemma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신하기가 어려웠다. 이 상황 자체가 자신의 관점을 낯설게 보고, 그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바꾸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의 문제가 아닌 이상은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큰 차이가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고의 밑바탕에 깔린 관점을 더 통합적이고, 분석적이며, 새로운 경험을 통합할 수 있고, 다른 것에 열려 있는 발전된 관점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앞서 이야기한 캠페인을 조직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담뱃갑이나 광고가 바뀌는 것보다도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 안에 숨어있는 차별적 인식을 성찰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특히 이 부분이 고민되는 것이다. 7장에서는 성인 교육자의 역할로 대화를 통해 계속해서 학습자에게 질문을 던져 자신의 관점을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학습자가 자신의 삶과 더 밀접하게 연관 지어 생각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는 것일까?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개인적인 관계를 맺지 않고 성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또 하나의 의문으로 남는다.[DJK1] 


 [DJK1]책을 쓰고 칼럼을 쓰고 블로깅을 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유사한 것 같네요. “교육행위” “교수행위를 더 넓게 보고 그 하위 행위들을 범주화할 수 있다면 이런 것들도 포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