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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강대중 선생님의 '성인학습이론연구' 수업에서 제출했던 리뷰 페이퍼 #4
이건 선생님께서 따로 피드백을 안 주셨네 T-T



2013.11.07 
성인학습이론연구 리뷰페이퍼

 

전환학습의 실제 사례와 문학을 통한 관점 전환

 
 

이번 주의 읽기 과제는 Mezirow의 전환학습을 실제로 성인교육의 현장에서 적용한 사례들을 다룬 책 Learning as transformation: Critical perspectives on a theory in progress에서 관심이 가는 것을 선택해 읽는 것이었는데, 그 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발달의 의도를 가지고 가르치기라는 제목을 가진 6장이었다.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S가 커뮤니티 칼리지에서의 수업을 통해 자신이 결혼과 가족, 육아를 바라보는 방식과 다른 관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환이 일어난 일화를 소개한 후에, 성인교육자가 자주 마주하게 되는 어떠한 요소가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촉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총 세 명의 성인교육자가 시도한 활동을 간단히 보여준다. 그 첫 번째는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작품을 읽고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해 보는 문학 수업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삶을 거쳐 일어난 교육적 경험에 대한 글을 쓴 다음 그것을 다시 성찰할 수 있도록 한 수업이며, 세 번째로는 수업의 내용과 상관 없이, 각자가 자신의 과제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자기 평가를 하도록 하는 활동을 다루고 있다.


이전까지
Mezirow의 책을 읽으면서 이론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의미 도식, 의미 관점 등의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워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고, 현실에서 이러한 관점 전환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는지 의문이 많았는데, 이처럼 사례를 들여다 보면서 조금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다만 이 예시들에서는 Mezirow가 이야기한 의미 관점의 전환이 일어난다기보다, 의미 도식 차원에서 작은 전환들에 그치는 것 같았고, 이조차 학습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 없다 보니 정말로 그러한 전환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성인교육자가 전환 자체를 뚜렷한 목표로 설정하지는 않더라도, 전환을 염두에 두고 학습을 디자인함으로써 개인 학습자의 의미 도식/관점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환학습과 관련해 성인교육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첫 번째 예시인 문학 수업은 내가 학부 시절
희랍 비극’, ‘희랍 로마 신화와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실제로 경험한 것과 상당히 비슷해서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보여준 것은 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개설된 세계 문학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수업에서 다루는 것은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여러 문학 작품이다. 매 단원이 시작할 때마다 학생들은 주제와 관련된 도덕적 딜레마에 답하는 짧은 에세이를 쓰는데, 이 에세이는 그 학생이 기본적으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공적 책임과 사적 책임의 균형을 맞추는 주제에 관해서, 학생은 어머니로서 아픈 아이를 간호하기 위해 집에 머무는 것과 중요한 고객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는 식이다. 그런 다음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소규모 그룹 내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문학 작품 속의 인물들의 입장에서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의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작품 속의 인물을 끌어오는 것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와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그것을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서양고전학과에서 개설한 희랍 비극수업의 경우에는 이 예시에서처럼 소규모 그룹 내의 토론이 매 수업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한 비극 작품을 읽고 그 작품 내의 다양한 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 할 수 있다. 특히 희랍 비극 자체는 도덕적 딜레마를 핵심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다, 작품에서 여기에 대해서 성급한 판단을 내리려 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각 입장의 논리를 충실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작업을 하기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수업의 가장 핵심적 목표는 희랍 비극 작품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과 문학 감상 능력을 갖추는 것이겠지만, 분명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어떤 윤리적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이 다양할 수 있고, 어느 한 쪽에 함몰되지 않고 여러 입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성인교육자는, 다른 목표와 병행하여 관점 전환을 의도하는 학습을 조직해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 수업을 통해 나에게 의미 관점 차원에서의 전환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결국 문학작품에서 다루는 도덕적 딜레마가 내 삶의 문제는 아니어서 어떠한 결정을 한다고 해도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 나를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미 도식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축적되거나, disorienting dilemma를 마주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된다면 그것이 행동의 변화로까지 이어지는 의미 관점의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학부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입장에서 이러한 사례와 개인적 경험을 돌아보는 것은
문학을 통한 전환 학습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한 사람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키고, 보다 해방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있어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학교 교육 내에서는 그것이 일어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그렇다면 학교 밖, 성인 교육의 장면에서는 그것이 과연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을까? 이미 형성된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받으려는 기대를 안고 문학 수업에 참여하는 성인 학습자들이, 각자 자기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왜곡된 가정들에서 벗어나 좀 더 통합적인 관점을 갖도록 촉진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특히 국제개발협력과 관련해서는 세계 시민 교육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타 문화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넘어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구체적인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에 문학전환학습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좀 더 연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하여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