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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강대중 선생님의 '성인학습이론연구' 수업에서 제출한 기말 과제.

기말 과제를 잘못 이해한 바람에 여러 편의 논문을 읽고 흐름을 짚어내야 할 과제에서 한 편의 논문만 분석하는 삽질을 함 T_T 
그 사실을 알게 된 게 종강일, 이걸 ETL에 제출한 다음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써 볼 수도 없었다.
사실 다른 논문들도 읽었는데, 흑. 아무튼, 선생님의 코멘트 중에서는 3이 제일 와 닿았음 :-) 



2013.12.10 성인학습이론연구 기말 과제

 

관점전환학습이론의 적용 사례

 


본 리뷰에서는, 이번 학기 동안 수업에서다룬 관점전환학습이론을 적용한 경험연구 논문인 ‘Fostering transformative learning in non-formal settings: Farmer-Field Schools in East Africa(Taylor, Duveskog,& Friis-Hansen, 2012)를 중심으로 이론과 실제의 관련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먼저 해당 논문에 대해서 한 마디로 소개하면, 케냐의 Farmer-Field School이라는 커뮤니티 주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농부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농사법에 대해 알아가는 학습 과정을 관점전환학습과 비형식교육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논문이라 할 수 있다.

논문의 서론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이제까지 관점전환학습에 대한 연구는 주로 고등교육 맥락에서 이루어졌고 비형식교육과 관련해서는 별로 행해진 바가 없다. 그렇지만 비형식교육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소외된 그룹이 가지고 있는교육에 관한 요구에 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논문에서 다루는 Farmer-Field School은 이러한 비형식교육 내에서 관점전환학습이어떤 방식으로 촉진되는지 탐구하는 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Farmer-Field School(이하 FFS)은 원래 1980년대 아시아에서 개발된 것으로, 농부 중심의 집단과 발견에 기반을 둔 학습을 장려하고, 유능한 조력자(facilitator)에 의해 안내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FFS의 접근법에서는 자급자족하는 농부들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자로 간주하며,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를 구성한다고 본다. 농부들은 FFS에서 새로운 농사 방법이나 아이디어를 접하게 되는데,이처럼 새로운 방식을 이해함에 따라 이전에 가지고 있던 가정이나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신념에 도전하는 토론에 참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고, 또한 비판적인 의식이나 의사결정 기술을 발달시키게 되며,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게 된다.

 
이 논문에서 다룬 그룹은 서부 케냐의 Kakamega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Luhya라는 인종 집단으로, 대가족과 씨족집단이 문화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농촌 생활과 농업에 관한 강한 전통적 신념과 금기를 가지고 있으며 씨족집단 내부의 관계도 끈끈하다농업의 역할이 중요하며, 소규모 농업은 이곳에서 가장 주요한 경제활동으로 식량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케냐 내에서도 이 지역의 빈곤 수준은 매우 높은 편으로 58%가 절대빈곤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의 농업은 저투입-저생산(low input-low output)이었다.이 지역은 8년 이상 FFS 프로그램이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논문에서는 질적 연구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개별적 인터뷰와 여러 번에 걸친 관찰이 행해졌다. 인터뷰 대상은 30-55세 연령의 20명 이상의 농부들로, FFS 졸업생이거나 현재 참여자이고 자급자족적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터뷰의 목적은 참여자들이 FFS와 비형식 교육 경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확인하고, 무엇이 그들의 학습 경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터뷰는 농부들의 집이나 현장에서 진행되었고연구자 그룹에는 아프리카와 서구의 가치관처럼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과 지역 문화에 대해 광범위한 이해를 하고 있는 연구자가 포함되어 있었으며 통역자가 있었다. 직접적인 관찰은 4개의 서로 다른 FFS 프로그램의 정기 모임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모임은 2-3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여기에서는 농업 기술에 관한 발표, 그룹 토의, 연극, 노래와 춤, 집단 실험 들판에의 방문 등이 포함된다. 이 관찰은 인터뷰를 위한 맥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FFS에서 사용되는 서로 다른 교수 방법에 관해이해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했다. FFS 프로그램의 정기 모임은 야외에서, 주로 큰 나무 아래에 참가자들이 가까운 거리에 앉은 상태로 진행된다. 그룹의 크기는 15에서 50명 정도로 남녀가 섞여 있고 자발적인참여로 이루어진다. 칠판이나 괘도가 있어서 정보를 한 눈에 전달하기 쉽고, 모임에서는 작물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활동, 토론 등이 벌어지며 몇몇 참여자들은 출석 체크, 세션 진행 보조 등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위와 같은 방식의 인터뷰와 관찰을 통해 알아낸 중요한 결과들은 다음과 같다.

 
1) 농업 기술과 같은 도구적 지식의 강조: 농부들에게 농업은 생계를 꾸리게 하는 주요 수입원이자 학습의 뚜렷한 진입 포인트를 제공한다. 어떻게 가축에게 예방접종을 하는지 배우거나, 기록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이러한 도구적 지식을 통해 더 나은 농사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은 보다 쉽게 식량을 확보하거나 소득을 늘리도록 돕고, 이는 참여자들이 FFS에 참여하는 데에 인센티브와 동기로 작용한다. FFS에 참여함으로써 영양 상태가 나아지고, 이전에는 독립적이지 못 하고 여기 저기 빌리러 다니던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다는 인터뷰가 있었다.

 

2) 지식의 발표: 참여자들은 총회나 그룹 내에서 발표를 할 기회를 종종 갖게 된다. 들판에서 관찰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발표하고 이것이 토론으로 이어지는 방식인데, 이러한 발표는 중요한 정보를 나누는 수단이자 참여자들이 수집된 데이터와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것을 배우게 되면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용기를얻고, 특히 가부장적인 공동체 속에서 리더십을 기를 기회가 없었던 여성 참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회가된다.

 

3) 실제적인 활동의 강조: FFS에서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실제적인 활동은 학습을 위해 꾸며진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의 농사 상황이나 문제를 통해 사람들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농부들은 구체적인 관찰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돌아보고 새로운 농사 관습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적 학습은 FFS의 중요한 교육적 방법인데, 말이나 글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 봄으로써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밭에서의 직접적인 관찰과 데이터 수집과 같은 도구적 학습은 사람들이 문화적 관습에 대해 질문할 기회를 만들어냄으로써 의사소통적 학습의 매개를 제공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한 참여자는 이전에는 작물이 좋은 수확을 거두지 못 하는 것이 이웃들이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작물을 기르는 것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여성 참여자들도, 이전에는 나무를 심거나 바나나를 심는 것은 여성이 할 수 없는 일로 금기시되었는데 FFS에 참여하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남성들은 집안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4) 협동적 학습 그룹: 3)에서 확인되는 도구적 학습과 의사소통적 학습의 결합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협동적 학습 그룹'이었다소집단은 관찰된 데이터에 대해 함께 논하고, 노래와 춤 같은 문화적 활동을 조직하는 역할을 한다여러 참여자들은, 이러한 소집단 내에서 서로 다른 관심사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협동하는 것이 FFS에서 자신이 배운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에는 개인으로서 어떤 일을 할 때 실패한 과거의 경험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협동과 네트워킹이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하고 있다. 어디에선가 막히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이러한 그룹이 남녀혼성이므로, 전통적 커뮤니티의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데, 이는 집에서 배우자와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한다.

그룹 단위의 학습은 또한 새로운 관행과 행동을 시험하기에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FFS에서 참여자들은 전문가에 의해 추천된 기술적인 해결책과 지역의 전통적인 관행을 비교하고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하도록 장려된다. 참여자들은 이것을 좋아했는데, 왜냐하면 그룹 단위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는 것은 혼자서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사람들은 금기를 깨뜨릴 때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해 두려워했지만, 함께 시도해 보고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두려움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룹을 통해 조성되는 안전한 공간은 조력자가 신뢰와 상호존중의 학습 환경을 장려함에 따라 더욱 강화된다.



이 논문을 읽으면서 든 첫 번째 의문은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 정말 관점전환학습인가 하는 것이었다.인터뷰를 통해 확인되는 바로는, 참여자들은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있던 인식을 깨부수는 경험을 하였고 그것을 통해 구체적인 행동에서도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것이 Mezirow가 말하는 관점전환에 딱 들어맞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인터뷰 대상인 농부들은 10단계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만약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외부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하거나 정확한 시작과 끝을 알 수가 없다또한 관점전환에서 비판적 성찰과 담화를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는 것과 달리, FFS 참여자들이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각자의 비판적 성찰은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고, 담화 또한 새롭게 형성된 의미 관점을 시험해보는 곳으로서의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논문에서 관점전환학습을 가지고 이 현상을 해석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Newman이 주장한 바, 관점전환학습이라는다른 종류의 학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에 이 논문의 사례는 더 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 굳이 전환이라는 거대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참여자들에게 나타난 변화를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전환학습의 실제 사례를 다룬 논문을 살펴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논문 또한 Mezirow가 이론적으로 만들어낸 완벽한 관점전환학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단지 그 용어와 핵심 개념만을 빌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어쩌면 이 논문이 FFS 농부들의 사례를 통해 관점전환학습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의 서론 부분에는, 관점전환학습은 서구의 뿌리깊은 편견을 반영하여 분석의 단위로 개인을 상정하고 있으며 사회문화적인 맥락이 학습을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에 반해 이 연구에서는 개인이 비판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의미 도식이나 관점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커뮤니티나 그룹 내에서 공동의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이는 몇 주 전 읽은 Merriam의 논문의 핵심, 즉 비판적 성찰을 통한 관점전환은 높은 수준의 인지 발달을 요구하는 것이며 모든 성인에게 가능한 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만약 관점전환학습의 범위가 이 논문에서 보여주는 사례처럼 개인의 비판적 성찰을 필수적으로 수반하지 않은 방식의 학습으로까지 넓어진다면, 더 많은 사례를 다룰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다시금 Newman의 문제 제기로 돌아가게 된다. 굳이 그렇게해서 어떠한 학습에 관점전환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에게 가장 흥미롭게 생각된 것은, 이 논문에서 보여주는 도구적 학습과 의사소통적 학습의결합, 그리고 그것이 해방적 학습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당장 먹고 살 일이 절박한 사람에게는 관점전환학습보다도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의미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말에 일부 동의를 하면서도 완전히 수긍할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고민을 했었다. Mezirow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성인에게 있어 관점전환학습이 가장 중요한 학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실용적인 지식을 습득하거나 기술을 익히는 도구적 학습을 하면서도 관점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것을 장려하는 것은 개인의 해방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자신들의 생활을 개선해보고자 FFS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 결과 각 가정에서 먹을 것이 조금 더 풍족해지고 물질적인 삶의 질이 높아진 것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여성들이 자신들을 속박하고 있던 전통에 도전할 수 있게 되고, 무력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사회문화적 맥락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구성원들이 서로의 학습에 도움을줄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그러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논문이 하나의 사례를 들어 보여 주었고, 또한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외부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DJK1] .

 

Taylor, E. W., Duveskog, D., &F riis-Hansen, E. (2012). Fostering transformative learning in non-formal settings: Farmer-Field Schools in East Africa. International Journal of Lifelong Education, 31(6), 725-742. doi:10.1080/02601370.2012.713035
 


[DJK1] 

1. 
딱 하나 논문만 읽은 게 좀 아쉽습니다.

2.  혹시 농민들에게 도구적 학습을 제외한 해방적 학습만이 가능했을까요뉴만이 얘기한 정도의 차이는 이런 거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3.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교육 원조를 성인학습의 관점에서 연구해야 합니다퍼주기가 아니라 empowering이라면 학습자로 그들을 인식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