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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글로벌 NGOs - 세계 정치의 '와일드 카드'>는 사회학과의 임현진 교수님과 공석기 교수님이 쓰신 책으로, 글로벌 NGO가 부상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성장 과정, 이름만 들어봤던 여러 NGO들의 특징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나 같은 입문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2부 '글로벌 NGOs의 현황과 과제'에서 소개하는 단체는 다음과 같은데, 

- 초국적 인권단체 : 국제앰네스티(AI)와 휴먼라이츠워치(HRW)
- 초국적 환경운동단체 : 그린피스(Greenpeace)와 지구의 벗(FOEI)
- 초국적 개발 · 지원단체 : 옥스팜(Oxfam)과 보스엔즈(Both ENDS)
- 초국적 대안정책단체 : WWF, IUCN, 월드워치연구소(WWI)
- 초국적 반신자유주의단체 : 아탁(ATTAC)과 제3세계 네트워크(TWN)
- 초국적 여성단체 :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
- 초국적 농민단체 : 비아 캄페시나(La Via Campesina)

이 중 평소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단체인 옥스팜 부분부터 먼저 읽고 중요한 내용을 요약 · 정리해 보았다. 같은 개발 분야에 속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역할을 하는 보스엔즈가 함께 소개되어 있어, 각 단체의 특성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선진국의 개발 지원 NGO는 초기의 구호사업으로부터 정책옹호 캠페인, 개발도상국의 자립, 자족의 지역 커뮤니티 건설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음. 대표적인 단체로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한 옥스팜과  1986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보스엔즈가 있음.


옥스팜 Oxfam

옥스팜의 시작은 1942년 설립된 '옥스퍼드 기아구제위원회'로, 이 구제위원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 치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의 주민들을 돕기 위해 동맹국들의 해상봉쇄를 뚫고 식량원조 캠페인을 전개하였음. 전쟁 이후 구조활동의 폭을 넓혀 전쟁 난민에 대한 구호에 앞장섰고, 1960년대 들어 거대 국제원조 NGO로 성장. 7개의 옥스팜 지부 대표들이 모여 '전 지구적 차원의 정의구현과 빈곤에 대항한 공동행동을 전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결과 연합조직체인 옥스팜 인터내셔널이 탄생. 2004년 기준으로 정규직원 1천 7백 명, 해외 계약직원 2천여 명이 활동하는 거대한 조직임.

저개발 국가의 개발과정에 유의미한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일회적이고 자선적인 기부자의 역할을 넘어 장기적인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 발전에 지속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정책 개발에 집중하였음. 현재, 자연재해 지역에 대한 긴급구호에서부터 개도국 농산물에 대한 공정무역 캠페인, 여성 불평등과 같은 인권 문제, 기후정의와 같은 전 지구적 차원의 민주주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활동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함. 전 지구적 차원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일반 시민에게 제공해 줌으로써 지역과 국제이슈를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함.

조직 운영의 특이점
1) 옥스팜의 국제연대 및 협력활동은 튼튼한 후원조직과 일반 시민의 자원봉사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
2) 재활용품 판매매장(OxShop)을 운영하여 얻은 수익을 제3세계 빈곤퇴치를 위해 활용  ex) 옥스팜 영국의 경우 2008년 한 해 동안 약 2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옥스숍에 참여하였고 수익금 약 376억 원을 사업에 사용(70%를 제3세계 기부금과 보조금으로, 30%를 운영 및 기타 캠페인 활동비로 사용) 
3)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정책지원 및 옹호활동 - 워싱턴 D.C.의 대표부는 World Bank와 IMF를 대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뉴욕 대표부는 유엔에서의 로비활동을 맡고 있으며, 브뤼셀 대표부는 EU에서의 개발 지원정책, 제네바 대표부는 WTO와 관련된 무역 관련 초국적 캠페인에 초점을 맞춤.

성과
1) WTO가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 및 농촌의 생존권과 직결된 농업 생산물에 대해 선진국들이 수입 관세를 삭감하도록 로비 활동을 전개, 면제 폭을 확대함.
2) 분쟁,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을 받는 지역에 대한 응급지원과 원조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음.
3) 다국적 제약회사를 보호하는 WTO 규탄 캠페인을 통해 에이즈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에 대한 약값 인하.
4) '공정무역 정책보고서'(Make Trade Fair)를 통해 선진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을 비난하고 공정무역의 정당성을 확산시킴.
5) 다른 영역의 초국적 운동단체와의 적극적 연대활동  ex) IANSA, 국제앰네스티와 전개한 무기통제캠페인
 
비판/한계점
1) 공정무역 캠페인 전개 과정에서 스타벅스와의 마찰 - 특정 지역의 상품에 공정무역 마크를 붙이는 것이 다른 지역의 커피 생산자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비판을 받음. 기업과 빚을 수 있는 마찰의 예.
2) 조직운영 및 사업의 규모가 거대해짐에 따라 위계적이며 기업과 같은 체계 운영에 빠질 위험이 높음. 운동이 아닌 사업 중심적 활동으로 전락할 수 있음.
3) 옥스팜의 정책지원 및 국제 협력사업이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해결책 제시가 아니라 빈곤의 현상과 징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 내부에 머물면서 제한적 수준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수동적이라는 것.


보스엔즈 Both ENDS

보스엔즈의 'ENDS'는 '환경'(ENvironment)과 개발(Development Service)의 약자임과 동시에, ends라는 단어의 의미인 '목적'이 더해져 이중적 해석이 가능. 환경과 개발, 북반구와 남반구, 부자와 빈자, 전 지구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의 상생적 연결을 목적으로 삼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이 주도권을 갖고 연계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과 학습을 강화하고자 함.

옥스팜이 재정지원단체(funding agency)라면 보스엔즈는 자금원(funding source)을 저개발국 시민단체에 연결해 주는 브로커의 역할을 하는 단체. 단순히 재정지원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지역 시민 사회의 역량을 강화시켜 주는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개발정책' NGO. 위에서 살펴 본 옥스팜이 자원봉사자의 참여, 시민들의 기부와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사업을 전개하는 반면 보스엔즈는 역량 강화를 위한 연계사업을 디자인하고 저개발국 NGO의 활동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음. 보스엔즈처럼 작은 규모(사무국 활동가 39명)의 NGO가 초국적 연대 및 개발 지원활동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초국적 정치기회구조를 잘 활용하고, 브로커로서의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 보스엔즈는 환경 및 발전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정확한 자료와 대안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재정지원 기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음.

한계점/향후 과제
1) 풀뿌리 회원의 참여가 배재된 채 재정동원을 외부 국제기구나 재단, 정부의 프로젝트성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문제.
2) 투명한 회계관리, 설득력 있는 정책 개발, 지속적인 연계활동 등의 자기 검열과 감독이 수반되어야 함.


- 임현진 · 공석기 저, <글로벌 NGOs - 세계 정치의 '와일드 카드'>, 나남 에서 발췌



Thoughts

- Oxfam에 대한 비판에서 3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Oxfam에서 나온 자료 읽을 때면 항상 방향이 분명하고 빈곤의 뿌리를 파헤치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생각해 왔는데, 기준을 더 높이 두는 이들에게는 타협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거대 규모의 조직으로서 꾸준히 저 정도 이야기를 하는 것만 해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Oxfam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민들의 지원을 받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건 좀 더 알아봐야겠다.

- Both ENDS는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단체인데, 규모는 작지만 브레인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다만 한계점으로 지적된, 재정 마련의 문제는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뭘 해도 돈이 문제... 며칠 전에 교육공동체 벗 조합비 출금 문자에 '우정 연대 자본독립 공존공생 서로 감사'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가능한가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