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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머니

동행

곰파 2007. 9. 21. 10:50
어제는 박양명 선생님을 뵈러 갔었다.

거의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뵙지 못 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한 연락도 드리지 못 했는데
그래도 이번에 프랑스에 간다고 연락을 드렸더니 참 반가워 해 주셨다. (선생님 특유의 목소리로'ㅡ')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꽃이랑 케잌을 들고 (한낮의 더위 속에서) 성모여고로 향했다.

2시쯤 학교에 도착했는데 선생님께서 매점 근처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인사를 드린 다음 선생님께서 사 주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프랑스에는 왜 가냐고 물으시기에,
라틴어랑 희랍어를 조금 공부했고, 앞으로 서양고전을 공부할까 하고 있다고-
그 전에 프랑스어라도 조금 더 배워놓을 겸 어학연수를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의외로 너무 너무 기뻐하시며 참 잘 되었다고 말씀해주신다.

보통은 '참 신기한 공부하네'라던가 '그런 거 하면 먹고 살 길은 있나'는 반응이 대부분이기에
선생님이 그렇게 칭찬해 주시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양명쌤은 요즘은 그런 공부를 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며,
실용적인 공부만 해서 되겠냐고, 너희가 그런 공부를 좀 해야지-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선생님도 몇 년 후에 교사 생활을 정리하고 나면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이집트, 로마 역사를 공부할까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다.
그 외에도 선생님께서 해 주시는 말씀들이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랑 참 비슷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껄끄럽거나 불편하지 않고, 1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나 자신조차도 아직은 내가 걸으려는 길에 확신이 없고
정말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 참 잘 하고 있어! 라고 응원해 주는 이를 만날 때면 좋은 '동행'을 얻은 기쁨을 느끼게 된다.

똑같은 길을 같은 시간에 걷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해도,
시간과 장소를 뛰어 넘어 함께 걸어가고 있는 동행.

또, 그러고 보면 사람의 인연은 얼마나 신기하고 감사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