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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를 비롯한 나라들과 그 외의 수많은 지명들.
간혹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그야말로 '다른 세계'인 곳.
루이스 세풀베다의 <파타고니아 특급열차>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배경지식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 절감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 학기에 들었던 '독서교육론' 수업에서도 여기에 관련된 내용을 다뤘었다.
학습자의 독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수자는 글의 종류나 전개 방식 등에 관련된 지식을 가르치거나 내용에 관련된 배경지식을 직접 알려주기도 한다는 것.

멀리 갈 것도 없이, 이것은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수능 언어영역 공부를 할 때를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된다. 선생님들은 그 글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지만, 과학이나 예술, 철학같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다룬 글이 나왔을 때는 내용 자체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 때(고등학생일 때) 나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교양을 바탕으로 그런 글을 쉽게 설명하는 국어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여하튼, 글의 내용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가르쳐주는 것은 분명 학습자가 그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학습자의 독서 능력을 향상시켜주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 식의 교육방식은 당장 그 글을 읽는 데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학습자가 잘 모르는 내용을 접할 때마다 누군가가 배경지식을 설명해 주지는 못 할 것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결론은 그거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것.

그렇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물고기를 그냥 던져주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나 독서교육에서처럼, 그 근본적인 방법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더 그런 것 같다. 또한 '배경지식'이라고 뭉뚱그려지는 수많은 정보들은 사실 꽤 많은 수고를 들여서야 겨우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언제인지 궁금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 및 주변 국가들의 관계나 정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결국은 사회과 부도에서 남아메리카 지도를 찾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호기심은 앎의 시작이지만, 호기심이 바로 앎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언제나 그에 걸맞는 노력이 필요한 거다 흑흑 T_T

어쨌거나 나에게는 내용과 무관하게 많은 생각들을 하도록 이끌어준 책이었고, 언젠가 내가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책에서 더 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작가의 책이지만, 이 책 다음으로 읽은 <감상적 킬러의 고백>이 더 마음에 들었다 :D 추천~!

  + 마음에 드는 구절들 +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이 땅에서 우리는 행복한 존재가 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어.
   하지만 우리 중의 누구도 거짓말을 속임수와 혼동하지는 않아.」 (133쪽)

  그때서야 나는 원을 순환하는 나의 긴 여정이 끝났음을, 마침내 내가 나의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여행의 출발점에 섰음을 깨달았다. (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