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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특급열차>와 마찬가지로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이다.
그렇지만 앞의 책에 비해서는 얄팍한 배경지식을 가지고도 읽어낼 수 있고,
소재라든가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좀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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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킬러의 고백'과 '악어' 두 편이 실려 있는데, 나는 '악어'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감상적 킬러의 고백'도 그럭저럭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결국에는 몇 사람을 가지고 이리 저리 이야기를 굴리다 끝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 사람이 살다보면 여러 우연한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그것으로 가득찬 소설이라니, 아쉽다.

'악어'는 좀 더 잘 짜여진 추리소설에 가깝다.
특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콘트레라스'라는 인물에 감정이입한 상태에서
무엇 때문에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한 조각 한 조각 퍼즐 맞추기를 하는 느낌.
멸종위기에 처한 악어라든가, 삶이 위협받는 원주민에 대한 내용도 나오기는 하지만
작가가 특별히 그런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소설 :D

이윽고 콘트레라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거리로 나왔다. 키엘리 형사가 이제 막 오르넬라 브루니를 차에 태우고 있었다. 순간 콘트레라스와 그녀의 눈이 부딪쳤다. 그러나 그는 아득히 먼 세상에서 오는 듯한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외면했고, 혹시나 그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릴지도 모를 연민의 정을 떨쳐 내기 위해 빌어 먹을 추위를 향해 투덜거리면서 위스키와 따스한 열기가 있는 호텔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