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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머니

나에게 하는 질문

곰파 2007. 11. 13. 02:41
이 곳 프랑스 앙제에 온 지도 벌써 한 달하고도 열흘이나 지났다.
늘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하는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지,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것은 참 오랜만이다.


나의 요즘 생활은? 나 잘 살고 있나? 음, 글쎄, 아하하.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들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요즘 나의 생활에 80% 정도는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만큼, 아니 어쩌면 그 때보다 더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고,
나는 나를 그렇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드는 이 환경이 참 좋다.

CIDEF에서 듣는 수업들도 한국에서 내가 막연히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고.
또한 이제까지 늘 그랬듯, 선생님 복이 있는 것인지 우리반 선생님부터 옵션 수업 선생님까지 다 좋다.

처음에는 일상생활에서 말을 하지 못 한다는 것이 참 갑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뭐 그냥그냥 안 되는 단어들로도 해결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살고 있다.
이건 어차피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일이니까 '조바심 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

뭐 그 외에도 사진으로만 보던 곳들을 직접 여행할 수 있다는 것 등등 좋은 점은 많다.


그렇다면 나머지 20%는 뭐지?
음...
말. 이야기. 나눔. 소통.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 내가 쌓아가곤 했던 관계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내가 얻었던 힘.
 
지금 내가 듣는 단계의 수업에서는 한국 사람을 딱 한 명 만날 수 있고,
그나마도 우리 반 수업에서는 나 혼자 덜렁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기숙사에 와서 언니를 만날 때까지는 한국말을 거의 쓰지 않고 지낸다.
이런 환경 때문에 더 크게 20%의 빈자리를 느끼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전히 주변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지금은 잠시 저것들을 놓아 두고, 미련은 버리고,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늘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존재하듯이, 두 가지를 다 잡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
내가 내어놓은 소중한 것들만큼 또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아껴가며 듣고 있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 '폭풍 속의 주'



+ 일주일에 한 번, 무한도전은 여전히 나에게 삶의 활력소다 :D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