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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널널한 주말이 왔습니다 이히히
오늘 할 일을 대충 끝내서 시간이 난 김에, 11월 초에 다녀왔던 파리 이야기를 전하려고 해요 :D
11월 2일, 프랑스에 온 지 한 달 만에 처음으로 Paris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곳 Angers에서는 TGV로 1시간 반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Angers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두근두근 하더라구요, 크크
어쨌거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그 전 날 싸 둔 가방을 들고 기숙사를 나왔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30분 정도가 남아서 (처음이라 너무 서둘렀던;) 물이나 사 마실까 하고 둘러봤는데
역에서 파는 것은 작은 물 한 병에 1.5유로인가 하더라구요 :-(
어이도 없고 시간도 충분하여 근처에 있는 슈퍼에 갔더니, 같은 물 한 병이 0.35유로 (!)
아무리 역에서 파는 거지만 너무 심해! 라고 분개하며 어쨌거나 기차에 무사히 올라탔습니다 :D
10시 30분경 몽빠르나스 역에 도착하여 제일 처음으로 간 곳은 몽빠르나스 묘지였답니다.
많은 분들이 '파리까지 가서 왠 묘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래요 저 이상합니다 T_T)
사실 11월 1일은 Toussaint 즉 '모든 성인들의 날'로 여기서는 꽤 큰 휴일이고
그 다음 날인 11월 2일은 모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날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즈음에 무덤 위에 국화꽃을 놓아 두러 묘지를 찾는다고,
이 시기에 꽃들로 가득한 묘지에 한 번 가 보면 좋을 거라고 듣기 수업 선생님이 말씀하셨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묘지들이 보통 도심과는 한참 떨어져 있게 마련이고,
저는 왠지 묘지라는 말만 들어도 으스스하고 음침할 것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가 본 이 곳 프랑스의 묘지는 그냥 공원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마 죽은 사람들도 이 곳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겠지만,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도 그들 사이를 거닐며 함께 쉴 수 있는 공간 같았답니다.
제가 찾아낸 특별한 무덤(음?)들은 따로 소개할게요 :D
1시간 가까이 걸어다니며 구경을 한 다음 민박집에 들러서 짐을 풀었답니다.
뭐 짐이라고 해 봤자 2박 3일 지낼 거라 작은 가방 하나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짐 가운데 필요없는 것들을 제가 쓸 침대 위에 풀어놓고,
민박집 아저씨께 가 볼 만한 곳을 추천받고 다시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지요.
제일 처음 갈 곳은 노트르담 대성당이었는데, 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케밥을 하나 사 먹었어요.
이 케밥이 4.5 € 인데요, 이 당시 먹을 때는 '양도 많고 참 맛있다! 좋구나!' 하고 생각했건만
Angers 에서 4€ 에 더 양도 많은 케밥을 먹고 나니 '역시 파리는 비싼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요 흐흣)
케밥의 특성 상 줄줄 흘려가며 다 먹은 다음 (흘린 것들은 비둘기들이 다 먹어요;)
드디어 노트르담 대성당을 구경!
사실 건축 양식에 대해 아는 것도 하나 없고, (곧 예술사 수업에서 배우게 될 거라구요 T_T)
성당 앞 광장에 사람들이랑 비둘기들만 가득하긴 했지만
그래도 길게 늘어선 사람들 뒤에 서서 성당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나름 잘 찍는다고 찍어 보았으나
노트르담 대성당은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뒤에 이상한 아저씨들만 나온... T_T
노트르담 대성당 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어요.
엄청나게 높은 천장과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들, 조각들... 그리고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들.
이렇게 멋진 대성당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지만, 그래도 저는 작은 성당의 아늑함이 더 좋아요.
왠지 이 대성당에서 만나는 하느님은 좀 엄하고 무서울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성당 안 곳곳에 성당을 설명하는 가이드북이나 메달을 파는 자판기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니까 조금 씁쓸한 느낌도 들었답니다.
이렇게 세계적인 관광명소에 그런 걸 설치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톨릭 신자로서, 루르드에서 묵주 자판기를 목격한 느낌이랄까...(혹시 정말 있는 건 아니죠?! 헉)
여튼 무사히 노트르담 대성당을 둘러본 다음 그 뒤로는 한 시간 정도를 걸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생뜨샤펠'을 볼 생각이었으나 막상 거기 가 보니 사람들이 150m쯤 줄을 서 있어서
인내심과 끈기가 한참 부족한 저는 바로 포기하고(!) 그냥 그 주변을 걸어다녔습니다 아하하.
만약 제가 유럽여행으로 프랑스, 파리에 갔던 거라면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기다려서 보고,
다리가 부서지도록 열심히 열심히 걸어다니며 모든 걸 해 보려고 했을 테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뭐 천천히 보지'하고 게을러지더라구요 T_T
그래도 저 나름대로는 잘 구경했어요! (막 우기기)
한참을 걷다가 드디어 소르본 대학 근처 서점에 가 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 쪽으로 갔어요.
그저 서점 이름만 알고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길가는 파리지엔을 잡고 물어봤는데
멍청하게도 '지베르 조셉'을 '조셉 지베르'라고 물어보는 실수를... T_T
그래도 친절하게 그 분이 가르쳐 준 길로 가서 서점은 무사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D
예전부터 특히 이런 큰 서점에 오고 싶었던 건,
Angers 에서는 보기 힘든 라틴어나 희랍어 초급 교재들을 보고 싶어서였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코너에는 희랍어 고전 '원전'들이 가득했고, (당연히 '전혀' 못 읽습니다 흑)
여기 있는 책들 가운데는 나름 초급 교재들도 있었지만 그다지 재미 없어 보였어요 T_T
한참 걸은 데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쓰인 책들로 가득한 서점을 보자 정신이 아득해져서
결국 30분 정도 이리 저리 둘러보다가 다시 거리로 나왔답니다.
Angers는 작은 도시라 없는 것들도 많지만, 한 달 정도를 살고 나니 이 곳에 익숙해져서
Paris라는 큰 도시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걷다가 괜찮은 에펠탑 엽서들을 발견해서 엽서도 사고, 또 한참을 걸었지요.
가는 길에 그 유명한 퐁네프도 건너가 보고 (뭐 별 건 없었습니다만 흐흣)
여튼 걷고 걸어서 루브르 근처까지 갔어요.
계속 걸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한 노천 카페에 앉아 비싼 음료수를 마시며 엽서도 썼지요.
엽서를 쓴 다음, 민박집 아저씨가 추천해 주신 구경할 곳들이 수두룩하게 남아 있었지만
저는 몸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그저 "밥"을 먹으러 민박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답니다 :D
그러고 보니 무려 파리에 왔는데도 첫날에 에펠탑은 구경도 못 했네요 :D
그렇지만 이 사진을 보면 저기 멀-리 반짝이는 에펠탑이 살짝 보입니다 히히
이 날은 이걸로도 그냥 만족했어요! (이상하게 몸이 피곤했던 하루였습니다아아)
처음에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콩닥 콩닥했지만 두 번째로 탈 때는 그런 느낌도 덜했어요 크크
사람이 별로 없어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사진도 몇 장 찍었지요 :D
지하철이나 버스가 잘 되어 있어서 교통은 편리하고 좋은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Angers와의 비교...)
제가 느끼기에 파리는 그다지 깨끗한 도시는 아닌 것 같았어요.
뭐 그것도 나름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요.
숙소에 도착해서, 이 날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 가운데 하나를 찍어둔 거에요.
재미있는 건, 제 머리 위에 보이는 작은 얼룩 같은 게 바로 갈매기라는 거!
그것도 우리가 갈매기를 대충 그릴 때 그리는 3자 모양으로 찍혔답니다 크크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첫날에 제가 끄적거렸던 걸 들춰 보았더니,
그냥 앙제가 좀 더 조용하고, 지내기에는 더 좋은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 -_-;
그렇다고 파리가 싫다거나 한 건 아닌데, 뭐 아직은 특별한 감흥이 오지 않는다는 거...
음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늘 그렇듯 한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장소에 얽힌 추억인 것 같아요.
제가 이 곳에 와서 서울을, 부산을, 한국을 그리워하는 것도
그 곳이 그저 참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곳에 얽힌 추억들과, 그 추억들을 함께 나눈 사람들 때문인 것처럼요.
지금 당장은 낯설게만 여겨지는 장소일지라도,
조금씩 시간이 흐르다 보면 또 저에게는 소중한 장소가 되어 있겠지요 :D
둘째날의 이야기는 또 정리해서 올릴게요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