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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을 직접 만든 것 (2010/06/22 - [일상다반사] - 직접 만든 100% 통밀빵) 으로는 성에 안 찼던지,
결국은 한남동 러빙헛에서 있었던 한울벗 번개에 가는 길에 제가 좋아하는 빵집에 들렀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전 일단 하나가 생각나면 그것을 다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걸 하기가 힘들어요 -ㅁㅠ)

바로, 이태원에 있는 '오월의 종 베이커리' 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은 거친 곡물과 소금, 물, 효모(이왕이면 천연 효모)로만 만들어진 빵이에요.
몇 년 전만 해도 폭신하고 부드러운 흰 빵이나, 달달한 슈크림이 들어간 크림빵, 파이 이런 것들을 좋아했는데요,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바게뜨의 참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담백한 빵으로 취향이 바뀐 것 같아요.
또 흰밀가루나 정제설탕의 나쁜 점을 알게 되고 나서는 그런 것들이 들어간 빵을 먹고 싶지 않은 것도 한 몫을 하구요.

한국에는 파리바게트, 뚜레주르와 같은 대형 체인 빵집들이 많아서 어딜 가든 볼 수 있고 이용하는 사람도 많은데,
프랑스에는 그리 크지 않은 이름 없는 동네 빵집(boulangerie 불랑즈리?)들이 골목마다 쏙쏙 자리잡고 있더라구요.
그런 빵집에는 artisan(아르티장? '장인'이라는 뜻)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대형 체인에는 주지 않는 명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각 빵집마다 조금씩 다른 빵, 다른 맛을 보여주기 때문에 예전엔 어느 빵집에 갈 지 엄청 고민하곤 했어요 ㅋㅋ

지난 겨울 파리에 갔을 때도 제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아침 일찍, 가까운 빵집에 바게뜨를 사러 갈 때였어요.
프랑스 빵집들은 한국처럼 진열된 빵을 손님이 자유롭게 구경하고 담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계산대 뒤에 진열되어 있는 빵을 보고 이야기하면 주인이 내어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실 좀 불편해요. 빵 이름도 필기체로 적어 놓아서 알아 보기 어렵고, 알아 본다 한들 무슨 빵인지 알 수가 있어야죠! (그렇지만 이것을 자신이 만든 빵을 함부로 내어주지 않겠다는 자부심이나 애정 같은 걸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뭐 그냥 공간 활용을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고민 끝에 고른 빵 이름을 이야기하고, 돈을 내고, 종이에 둘둘 말아 주는 빵을 받아서 그 향기를 맡으며 친구네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행복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

한국에서는 그렇게 손수 만든 빵, 특히 거친 빵들이 별로 인기가 많지 않아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건강,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아지고 외국인들도 늘어나다 보니 점차 작고 특색있는 빵집들에서 그런 빵들을 볼 수 있어요.

이 날 갔던 '오월의 종'도 그런 빵집의 하나로, 천연효모를 이용해 호밀, 통밀 등이 함유된 거친 빵을 여러 종류 만들어낸답니다.

정말 작은 가게 (모르면 그냥 지나칠 정도?)


이태원 역에서는 걸어서 5분~10분 정도? 제일기획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가게도 작고, 간판이 튀는 것도 아니어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면 빵집인 것도 잘 모르고 지나칠 것 같아요.

아래는 빵 사진들이에요.
통밀빵의 경우에는 통밀 비율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느다고 하고 (식감과 맛을 생각해서)
대신 호밀빵은 80~90%까지 호밀을 사용한다고 하셔서 주로 호밀빵 종류를 골라 담았습니다.
 

my favorite, 무화과 호밀빵!

크렌베리 바게뜨

레이즌 브레드

건포도 호밀빵

호밀잡곡빵

바게뜨와 크렌베리 호밀빵 등등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은 캄파뉴! 너무 커요 ㅠ_ㅠ

이것 저것 골라담은 빵 바구니 :)


참! 여기 주인 아저씨가 정말 정말 좋으세요.
자기 빵이라고 과대포장하거나 자랑하는 일도 전혀 없으시고 (조금은 하셔도 괜찮을 정도로 ㅠ_ㅠ ㅋㅋ)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이셔서 왠지 아저씨가 만든 빵이라면 더 믿음이 갈 것 같은? 그런 분이에요.

제가 호밀잡곡빵을 골랐더니 천연효모 사워종을 이용해 만든 빵이라며 약간 걱정하는 눈치셨는데,
집에 와서 먹어봤더니 제가 기대하던 딱 그 맛! (저 뿐만 아니라 한울벗 사람들도 잘 먹던데요 캬캬)
담백하고 약간 시큼한 데다가 안에 씹을 것들이 많아요. 빵 자체도 가볍지 않고 묵직한 느낌이구요. 
사람이든 빵이든, 저는 오래 곁에 두고 볼 거라면 이런 쪽이 좋거든요 :)

아, 좀 더 대중적인 취향을 가지신 분이라면 맛 없어 하실 수도 있어요.
채식하는 사람들은 많이 단 거 별로 안 좋아라하니까 이 쪽이 입맛에 맞는 지도...

빵 가격도 비슷한 성격의 다른 빵집들에 비하면 착해요 :) 물론 대형 체인점이나 3개 1000원 빵집에 비하면 비싸지만,
빵 만드는 사람의 수고, 맛에 대한 만족도, 저의 행복 지수 등을 고려해 보면 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영화도 잘 안 보고 커피도 안 마시는 저의 유일한 사치품목이라며 합리화 :) (그리고 비싸면 그만큼 덜 먹어야죠 뭐! ㅋㅋ)
 
다음 번에는 한남동 악소(Ach so)에서 호밀 함량이 90%라는 폴콘브로트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한 덩어리 사면 한참 먹을 것 같은데... 어디 취향 비슷한 빵 친구 없나요, 사서 나눠 먹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