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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의 풀무학교에서 만들어내는 갓골 통밀빵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사실 어떤 분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실 거에요. 아니 대체 거기 빵이 뭐가 특별하길래, 빵 사러 홍성까지 갔냐고.
그 이유를 말씀드리려면, 좀 길긴 하지만, 제 나름의 '좋은 빵' 기준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히힛.
하나, 통밀로 만든 빵 (통밀이 아니라면 호밀, 잡곡 등을 사용한 빵)
정제된 흰 밀가루는 보기에는 좋을지라도 영양분이 되는 것들을 거의 다 깎아낸 것이거든요. 백미와 현미의 차이!
현미밥을 먹다 보면 백미밥이 좀 심심하게 느껴지듯이, 통밀빵이나 호밀빵을 먹어 버릇하면 흰 빵은 뭔가 부족하게 느껴져요.
둘, 우리밀로 만든 빵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멀리서 운반해 온 수입 밀이 아닌, 우리 땅에서 자란 밀이라면 더욱 좋겠죠.
셋, 농약을 덜 쓴 밀. (즉, 무농약 또는 유기농)
저는 이 항목에 대해서는 좀 관대한 편이에요 :)
농약을 덜 쓴 편이 좋기는 하겠지만 농민분들 입장에서는 나름 고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유기농 인증을 받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또 겉으로 보이는 '인증'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것을 길렀는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건 너무 어렵죠!)
넷,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든, 하나 하나의 개성이 살아있는 빵
이 항목은 제가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사실 저는 체인점이나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쪽입니다.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똑같은 시스템이라니, 재미가 없달까요. 물론 어떤 경우에는 그 익숙한 시스템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만, 저는 모험이 되더라도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어하는 쪽입니다. (지난 겨울에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도 같이 간 친구에게 했던 말이, '나는 폴(Paul)에서는 빵을 안 사먹겠다, 골랐다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동네 빵집에만 들어갈 거야!'였어요. 왜냐면, 폴은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빵집이고, 어딜 가나 비슷한 빵을 파는데 굳이 거기에서 사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규모 시스템에서 생산된 평균 이상의 질을 자랑하는 빵보다는, 좀 들쑥날쑥할지라도 사람의 손길이 닿은 빵- 하나 하나 맛과 멋이 다른 녀석들이 제 눈에는 더 예뻐요.
사설이 좀 길어졌는데, 여튼 이런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빵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유기농 밀가루인데 통밀은 아니라든가, 통밀에 유기농인데 사람의 손길을 느끼기가 어렵다든가, 꼭 하나씩 빠지는 점이 있어요.
그런데 풀무학교의 빵은 놀랍게도 저의 네 가지 기준에 딱 떨어지는 빵이었기 때문에 그 현장에 가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D 1
한가했던 지난 금요일, 영등포 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홍성에 도착했어요.
용산에서 익산으로 가는 기차 |
홍성역을 나와서 사진 한 장 |
키 대로 서 있는 나무들 |
다행히 날씨가 좋았답니다 |
역에서 조금 떨어진 정류장에서 30분쯤 기다리니 드디어 홍동에 들어가는 버스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느린 삶'을 체험! 캬캬)
홍동에 내려서도 대체 풀무생협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아서 20분 넘게 헤매다가 겨우 찾아갔습니다.
빵집 뿐만 아니라 헌책방도 있지요
빵집으로 들어서는 문 옆에, 기분 좋은 '열림' 팻말이 달려있네요
빵집은 그리 크지 않았고, 평소에는 무인 판매 시스템이라 주민분들이 들러서 알아서 계산하고 빵을 가져가신다고 해요.
저는 외지인으로서 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하시는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
빵 만드시는 모습 살짝 구경 |
안 쪽에서 찍은 모습 |
그리 크지는 않지요 |
통밀빵을 먼저 구경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머핀들 |
카카오 머핀들 |
모카 머핀은 딱 두 개! |
통밀빵은 이미 많이 팔린 상태 |
요건 통밀채식쿠키입니다 |
아쉽게도 비건용은 아닌 빵들 |
그렇지만 건강한 빵 같아요 :) |
빵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이 있어서, 하나 하나 들여다 봤어요.
직접 농사지은 통밀 |
친환경 지퍼백과 위생장갑 |
앗 제가 좋아하는 양갱! |
맛있어 보였지만 욕심을 버리고 돌아섰습니다 |
쌀겨 등으로 만든 비누와 |
직접 만든 토마토잼도 있어요 |
채식 브런치 모임에서 먹을 빵을 사고, 옆에 있는 '느티나무 헌책방'도 구경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기차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왔지요.
집으로 돌아와서 홍성에서 데려 온 통밀빵과 머핀, 쿠키를 쭉 늘어놓아 봤습니다.
채식 브런치 모임에서 먹을 빵 |
네 종류의 통밀빵과 |
쿠키, 머핀까지 |
아, 위 사진에서 쿠키와 머핀의 반투명 비닐은 바스락대는 특이한 재질이었는데, 겉면을 보니 친환경 비닐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물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채식 브런치 모임에서 모인 분들과 함께 빵 맛을 보았는데요,
먼저 머핀은 가볍다기보다는 약간 묵직한 듯하면서 촉촉한 식감이었고, 맛은 그리 달지 않고 별로 기름지지 않았어요.
채식 베이킹이라고 해도 기름이나 설탕 맛이 많이 느껴지는 머핀들도 있는데 이 녀석들은 그런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주먹보다 약간 큰 사이즈 |
꽤 밀도있는 머핀의 속 |
다음으로 쿠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쿠키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네 종류의 쿠키들 |
요건 아몬드 토핑이네요 |
위에 토핑으로 얹은 것들도 달달한 재료가 아니라 흑미와 호밀 빻은 것, 아몬드 슬라이스, 코코넛 정도여서 딱 좋았어요 :)
오독오독 입 안에서 씹는 느낌이 너무 좋아 자꾸 손이 가는 게 단점이긴 했습니다! 여튼 깔끔한 쿠키에요.
마지막으로 통밀빵은, 네 종류를 사긴 했지만 브런치 모임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각각의 맛을 구분해서 먹지는 못 했어요.
약간 납작한 형태 |
토스트를 한 모습 |
구멍 없이 꽉 들어찬 속 |
그렇지만 밥을 씹으면 느껴지는 곡물의 단맛이나 담백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냥 솔직담백한, 있는 그대로의 빵 맛이랄까요?
우리 땅에서 자란 빵은 이런 향과 맛과 멋을 가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빵이 달려 있는 나무를 상상해 보면서요 :)
왠지 이 빵에는 잼 같은 것을 발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처음에는 과일하고만 먹었는데,
함께 사 온 '아름다운 가게'의 핫초코가 생각나서 같이 먹어 보았더니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핫초코도 곧 포스팅을~ 히힛.
토스트를 했더니 바삭해졌습니다 |
핫초코와 함께 먹으니 더 맛나요 |
그럼 마지막으로 갓골 통밀빵을 살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릴게요 :)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하시면 택배로 받아보실 수 있어요.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즉 계란, 우유, 버터 모두 들어가지 않은) 빵은 총 네 종류이고 쿠키와 머핀이 각각 두 종류 있어요.
이름 |
무게 |
회원가격 (원래가격) |
비고 |
무지방 무가당 둥근빵 |
280g |
4000원 (4200원) |
|
무지방 무가당 영양빵 |
220g |
5000원 (5500원) |
땅콩, 들깨 |
무지방 무가당 잡곡빵 |
230g |
5000원 (5500원) |
녹미, 찰현미, 찹쌀, 서리태, 찰보리, 팥, 흑미 |
무지방 무가당 흑미빵 |
270g |
5000원 (4500원) |
흑미 |
통밀 채식 모카머핀 |
|
1500원 (2000원) |
|
통밀 채식 카카오머핀 |
|
1500원 (2000원) |
|
통밀 채식 쿠키 |
125g |
2500원 (3000원) |
흑미, 호밀, 아몬드, 코코넛 토핑 |
나름 정성들여 표로 정리해 보았어요 :) (머핀은 몇 그램이었는지 무게 달아 보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아, 사진에서 보이는, 즉 제가 산 빵에 적혀 있는 가격은 지역 조합원 이용가여서 훨씬 더 저렴한 것이었구요.
대신 인터넷으로도 회원가입을 하면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500원 정도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까이 하기 어려운 가격대이긴 해요 흑 (며칠 전 졸업하고 백수가 되어 버린 저에게는 특히나!)
물론 빵에 들어간 재료의 품질이나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지만요 :)
온전히 혀에서 느껴지는 '맛'으로만 비교한다면 시중의 빵에 비해 소위 '경쟁력'이 없을 지도 모르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또 빵을 그냥 먹을 것 이상으로 여기는 분이라면 무조건 권해드리고픈 그런 빵이었습니다!
다시 먹고픈 빵이지만, 제가 시도해 보지 않은 빵집들의 리스트가 버티고 있으니, 언제쯤 또 먹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흑흑.
그럼 저는 다음에 또 다른 빵집 포스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 갓골 통밀빵 소개 페이지(http://foodlink.kr/shop/company_03.php)를 보면,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풀무학교 생태전공부 학생들이 '직접 기른' '통밀'을 빻아 '하나 하나 손으로 반죽하고 만든' 빵이라고 설명해 놓았어요. 너무 딱 맞아서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