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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채식 브런치 모임 포스팅 (2010/08/31 - [풀먹는곰파] - 채식 브런치 모임, 그 첫 번째) 에서 살짝 언급했던,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에서 만들어내는 갓골 통밀빵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사실 어떤 분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실 거에요. 아니 대체 거기 빵이 뭐가 특별하길래, 빵 사러 홍성까지 갔냐고.
그 이유를 말씀드리려면, 좀 길긴 하지만, 제 나름의 '좋은 빵' 기준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히힛.

곰파의 '내맘대로' 좋은 빵 기준 :D

하나, 통밀로 만든 빵 (통밀이 아니라면 호밀, 잡곡 등을 사용한 빵)
 
정제된 흰 밀가루는 보기에는 좋을지라도 영양분이 되는 것들을 거의 다 깎아낸 것이거든요. 백미와 현미의 차이!
현미밥을 먹다 보면 백미밥이 좀 심심하게 느껴지듯이, 통밀빵이나 호밀빵을 먹어 버릇하면 흰 빵은 뭔가 부족하게 느껴져요.
둘, 우리밀로 만든 빵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멀리서 운반해 온 수입 밀이 아닌, 우리 땅에서 자란 밀이라면 더욱 좋겠죠.
셋, 농약을 덜 쓴 밀. (즉, 무농약 또는 유기농)
저는 이 항목에 대해서는 좀 관대한 편이에요 :) 
농약을 덜 쓴 편이 좋기는 하겠지만 농민분들 입장에서는 나름 고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유기농 인증을 받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또 겉으로 보이는 '인증'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그것을 길렀는지,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이건 너무 어렵죠!)
넷,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든, 하나 하나의 개성이 살아있는 빵
이 항목은 제가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사실 저는 체인점이나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별 매력을 못 느끼는 쪽입니다.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똑같은 시스템이라니, 재미가 없달까요. 물론 어떤 경우에는 그 익숙한 시스템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만, 저는 모험이 되더라도 다른 것을 시도하고 싶어하는 쪽입니다. (지난 겨울에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도 같이 간 친구에게 했던 말이, '나는 폴(Paul)에서는 빵을 안 사먹겠다, 골랐다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동네 빵집에만 들어갈 거야!'였어요. 왜냐면, 폴은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빵집이고, 어딜 가나 비슷한 빵을 파는데 굳이 거기에서 사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규모 시스템에서 생산된 평균 이상의 질을 자랑하는 빵보다는, 좀 들쑥날쑥할지라도 사람의 손길이 닿은 빵- 하나 하나 맛과 멋이 다른 녀석들이 제 눈에는 더 예뻐요. 

사설이 좀 길어졌는데, 여튼 이런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빵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유기농 밀가루인데 통밀은 아니라든가, 통밀에 유기농인데 사람의 손길을 느끼기가 어렵다든가, 꼭 하나씩 빠지는 점이 있어요.
그런데 풀무학교의 빵은 놀랍게도 저의 네 가지 기준에 딱 떨어지는 빵[각주:1]이었기 때문에 그 현장에 가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D

한가했던 지난 금요일, 영등포 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홍성에 도착했어요.

용산에서 익산으로 가는 기차

홍성역을 나와서 사진 한 장

키 대로 서 있는 나무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답니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정류장에서 30분쯤 기다리니 드디어 홍동에 들어가는 버스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느린 삶'을 체험! 캬캬)
홍동에 내려서도 대체 풀무생협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아서 20분 넘게 헤매다가 겨우 찾아갔습니다.

빵집 뿐만 아니라 헌책방도 있지요


빵집으로 들어서는 문 옆에, 기분 좋은 '열림' 팻말이 달려있네요


빵집은 그리 크지 않았고, 평소에는 무인 판매 시스템이라 주민분들이 들러서 알아서 계산하고 빵을 가져가신다고 해요.
저는 외지인으로서 그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하시는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

빵 만드시는 모습 살짝 구경

안 쪽에서 찍은 모습

그리 크지는 않지요


통밀빵을 먼저 구경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머핀들

카카오 머핀들

모카 머핀은 딱 두 개!

통밀빵은 이미 많이 팔린 상태

요건 통밀채식쿠키입니다

아쉽게도 비건용은 아닌 빵들

그렇지만 건강한 빵 같아요 :)


빵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이 있어서, 하나 하나 들여다 봤어요.

직접 농사지은 통밀

친환경 지퍼백과 위생장갑

앗 제가 좋아하는 양갱!

맛있어 보였지만 욕심을 버리고 돌아섰습니다

쌀겨 등으로 만든 비누와

직접 만든 토마토잼도 있어요


채식 브런치 모임에서 먹을 빵을 사고, 옆에 있는 '느티나무 헌책방'도 구경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기차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왔지요.

집으로 돌아와서 홍성에서 데려 온 통밀빵과 머핀, 쿠키를 쭉 늘어놓아 봤습니다.

채식 브런치 모임에서 먹을 빵

네 종류의 통밀빵과

쿠키, 머핀까지


아, 위 사진에서 쿠키와 머핀의 반투명 비닐은 바스락대는 특이한 재질이었는데, 겉면을 보니 친환경 비닐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물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채식 브런치 모임에서 모인 분들과 함께 빵 맛을 보았는데요,

먼저 머핀은 가볍다기보다는 약간 묵직한 듯하면서 촉촉한 식감이었고, 맛은 그리 달지 않고 별로 기름지지 않았어요.
채식 베이킹이라고 해도 기름이나 설탕 맛이 많이 느껴지는 머핀들도 있는데 이 녀석들은 그런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주먹보다 약간 큰 사이즈

꽤 밀도있는 머핀의 속


다음으로 쿠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쿠키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네 종류의 쿠키들

요건 아몬드 토핑이네요

통밀로 만들어서인지 일단 묵직했고 (가벼운 쿠키가 아니었어요) 정말 달지 않아서 설탕이 아닌 곡물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위에 토핑으로 얹은 것들도 달달한 재료가 아니라 흑미와 호밀 빻은 것, 아몬드 슬라이스, 코코넛 정도여서 딱 좋았어요 :)
오독오독 입 안에서 씹는 느낌이 너무 좋아 자꾸 손이 가는 게 단점이긴 했습니다! 여튼 깔끔한 쿠키에요.

마지막으로 통밀빵은, 네 종류를 사긴 했지만 브런치 모임에서는 정신이 없어서 각각의 맛을 구분해서 먹지는 못 했어요.

약간 납작한 형태

토스트를 한 모습

구멍 없이 꽉 들어찬 속

100% 통밀이고 글루텐도 첨가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쫄깃한 빵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밥을 씹으면 느껴지는 곡물의 단맛이나 담백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냥 솔직담백한, 있는 그대로의 빵 맛이랄까요?
우리 땅에서 자란 빵은 이런 향과 맛과 멋을 가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빵이 달려 있는 나무를 상상해 보면서요 :)

왠지 이 빵에는 잼 같은 것을 발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처음에는 과일하고만 먹었는데,
함께 사 온 '아름다운 가게'의 핫초코가 생각나서 같이 먹어 보았더니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핫초코도 곧 포스팅을~ 히힛.

토스트를 했더니 바삭해졌습니다

핫초코와 함께 먹으니 더 맛나요


그럼 마지막으로 갓골 통밀빵을 살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릴게요 :)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하시면 택배로 받아보실 수 있어요.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즉 계란, 우유, 버터 모두 들어가지 않은) 빵은 총 네 종류이고 쿠키와 머핀이 각각 두 종류 있어요.

이름

무게

회원가격 (원래가격)

비고

무지방 무가당 둥근빵

280g

4000원 (4200원)

 

무지방 무가당 영양빵

220g

5000원 (5500원)

땅콩, 들깨

무지방 무가당 잡곡빵

230g

5000원 (5500원)

녹미, 찰현미, 찹쌀, 서리태, 찰보리, 팥, 흑미

무지방 무가당 흑미빵

270g

5000원 (4500원)

흑미

통밀 채식 모카머핀

 

1500원 (2000원)

 

통밀 채식 카카오머핀

 

1500원 (2000원)

 

통밀 채식 쿠키

125g

2500원 (3000원)

흑미, 호밀, 아몬드, 코코넛 토핑


나름 정성들여 표로 정리해 보았어요 :) (머핀은 몇 그램이었는지 무게 달아 보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아, 사진에서 보이는, 즉 제가 산 빵에 적혀 있는 가격은 지역 조합원 이용가여서 훨씬 더 저렴한 것이었구요.
대신 인터넷으로도 회원가입을 하면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500원 정도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까이 하기 어려운 가격대이긴 해요 흑 (며칠 전 졸업하고 백수가 되어 버린 저에게는 특히나!)
물론 빵에 들어간 재료의 품질이나 만드는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지만요 :) 

온전히 혀에서 느껴지는 '맛'으로만 비교한다면 시중의 빵에 비해 소위 '경쟁력'이 없을 지도 모르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또 빵을 그냥 먹을 것 이상으로 여기는 분이라면 무조건 권해드리고픈 그런 빵이었습니다!

다시 먹고픈 빵이지만, 제가 시도해 보지 않은 빵집들의 리스트가 버티고 있으니, 언제쯤 또 먹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흑흑.
그럼 저는 다음에 또 다른 빵집 포스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1. 갓골 통밀빵 소개 페이지(http://foodlink.kr/shop/company_03.php)를 보면,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 풀무학교 생태전공부 학생들이 '직접 기른' '통밀'을 빻아 '하나 하나 손으로 반죽하고 만든' 빵이라고 설명해 놓았어요. 너무 딱 맞아서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