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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제 빵집 리스트에 올라 있었으나 가 보지 못 하고 있었던, ‘나무 위에 빵집’에 다녀왔습니다 :)

'유기농 밀가루로 장시간 숙성시켜 맛있는 빵을 만드는' 나무위에, 빵집


원래는 주문을 하고 빵을 가지러 갈까 했었지만, ‘이번은 1차 방문이고 다음에 또 가는 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평소에도 채식인이 먹을 수 있는 빵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문 없이 들렀어요.

작업대와 매장이 바로 붙어있어요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어서, 솔직하게 아쉬웠던 점 몇 가지부터 먼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나. 3층에 위치한 나무 위에 빵집에 딱 들어가는 순간, 햄 냄새가 나고 있더라구요.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제가 들른 시간이 12시 경이었거든요) 스팸을 굽고 계시는 것 같았는데 저는 이 점이 좀 아쉬웠어요. 제가 채식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채식을 한다고 지나가면서 삼겹살 굽는 냄새나 치킨 냄새 안 맡는 게 아니고, 제가 먹지 않는 음식이라고 해서 거부감이 있지는 않아요) 여기는 ‘빵집’인데 빵의 향이 나질 않고 스팸 냄새가 나니까, 제가 생각했던 ‘나무 위에 빵집’ 이미지와는 매치가 안 되었다고나 할까요. 워낙에 빵 작업대와 매장이 분리되지 않은 형태라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아요.

둘. 제가 일부러 나무 위에 빵집을 찾아간 것은, 거기서 갓 구워져 나온 빵을 맛보기도 하고, 앉아서 빵 만드시는 것도 구경할 생각에서였는데 사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있기는 어려웠습니다. 빵에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아서 무슨 빵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물론 나빵 카페를 열심히 들락날락해서 대강 짐작은 갔지만) 우유, 계란,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비건빵에 대해서 물어볼 것도 많았는데 바쁘게 일하시는 분들을 붙잡고 하나 하나 묻는 게 죄송스럽더라구요. 물론 그렇다고 전혀 안 물어본 것은 아니고, 염치 불구하고 계속 질문을 하기는 했어요 ^^;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계속 반복하면 짜증이 나는데, 자꾸 붙잡고 이건 무슨 빵인지, 재료가 뭔지, 비건으로 가능한지 묻는 제가 그 분들 입장에서도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어떤 표시를 해 주신다면 (뺑 드 빠빠 - Pain de papa - 에서는 우유, 계란,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빵 코너를 따로 표시해 놓더라구요)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을 듯해요.

네, 그러면 본격적인 빵 이야기로 들어갈게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주문 없이 그냥 빵을 사러 들렀는데, 완전채식으로 가능한 빵은 딱 하나 ‘씨앗과 콩빵’이 있었습니다. 이름부터가 참 예쁜 씨앗과 콩빵은, 통밀 100%에 콩과 씨앗이 듬뿍 들어간 (이름만으로 짐작하실 수 있는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군요!) 건강한 빵이었어요. 먹어본 빵 중에서는 풀무학교의 갓골 통밀빵과 제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이라기보다는 포슬한 쪽이랄까요. 무게는 처음부터 달지를 않아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략 350g 정도가 될 것 같고 가격은 7800원이에요. 확실히 제가 가까이하기에는 좀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빵이 매장에 몇 가지 더 나오기도 하는 것 같은데, 제가 간 날은 아쉽게도 요거 하나밖에 없었어요.

직원분이 예쁘게 잘라주십니다

건강에 좋게 생겼지요? :)

단면을 보니 각종 씨앗, 콩 듬뿍

하나 먹어보니 담백하고 고소합니다!

팥빙수와 함께 점심으로 먹었어요


매장에서는 팥빙수도 먹을 수 있는데, 직접 만든 팥앙금과 떡이 들어간 단순한 빙수입니다. 아, 여기에 원래 우유가 들어가는데 저는 빼고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두유가 있다면 금상첨화겠만 그것까지는 바랄 수 없을 것 같고요 :) 여기 앙금은 좀 더 쫀득한 느낌인데 제 취향에는 역시 마노 팥빙수(2010/08/18 - [풀먹는곰파/맛집나들이] - 팥이 살아있는 팥빙수 @마노)가 진리! 여름이 완전히 가 버리기 전에 혜화에 한 번 가야할 것 같네요 캬캬.

한 눈에 봐도 깔끔하죠?

팥은 좀 쫀득한 느낌입니다

슥슥 비벼서 한 입


그 외에 매장에 나와 있는 빵들에는 소량이지만 분유가 들어갔거나, 계란물이 발라져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비건 분들은 먹을 수 있는 빵이 없는데, 대신에 주문을 넣으면 그런 것 없이 만들어 주실 수 있다고 해요 :) 이렇게 되면 주재료에 동물성 식품이 들어가지 않는 한 거의 모든 빵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올리브빵이나 통밀시나몬빵, 초록비스퀴빵 같은 다양한 빵들이 가능합니다.

먹음직스러운 올리브빵

멋지게 부풀어오른 통밀식빵

초록 비스퀴빵 @_@

말린과일이 올려진 쿠키

다른 종류도 있어요

초코칩 듬뿍, 호두 듬뿍


주문을 받아 만드신 빵들


겉이 딱딱한 유럽빵들

올리브 포카치아, 예쁘죠?

나중에 등장한 찹쌀팥도넛

쿠프가 예쁜 호밀과일빵

왼쪽 녀석은 시나몬 파운드


무엇보다 좋은 점은, 분유나 계란만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탕량을 줄이는 것, 통밀 100%로 만드는 것 등도 빵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한에서는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매장에 있을 때 어떤 분이 당뇨가 있으신 아버지를 위한 빵을 주문하려고 전화를 하셨던데, 사장님(?)께서 최소한의 설탕만 넣어서 빵을 만들어 주신다고 답변을 하시더라구요. 이미 만들어진 빵을 사 먹을 때는 자기에게 딱 맞는 것을 찾기가 어려운데,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빵을 구울 수 없는 - 저 같은! – 분이라면 ‘나무 위에, 빵집’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친한 친구가 되려면 아마 열심히 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흑흑 ㅠ_ㅠ)

나무 위에, 빵집 @ 이대 앞 - 곰파의 '내맘대로' 좋은 빵 :D 기준에서는 네 가지를 부분적으로 모두 충족시키네요!

하나, 통밀로 만든 빵 (통밀이 아니라면 호밀, 잡곡 등을 사용한 빵) - 모든 빵이 통밀 100%는 아니지만, 주문 가능. 
둘, 우리밀로 만든 빵 - 우리밀을 기본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주문 가능.
셋, 농약을 덜 쓴 밀. (즉, 무농약 또는 유기농) - 유기농 밀, 통밀, 호밀을 사용합니다.
넷,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든, 하나 하나의 개성이 살아있는 빵 - 더 말 해 무엇하겠어요 :)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 다음 번에는 제가 원하는 빵들을 따로 주문해서 먹어보려고 합니다 :) 

관심있으신 분들은 '나무 위에, 빵집'의 네이버 카페(http://cafe.naver.com/overthetree)를 통해서 주문하시면 택배로 받아보실 수 있고, 직접 찾아가시려면 이대 정문을 마주 보고 바디샵이 있는 왼쪽 길로 들어가 50m쯤 가시면 왼편 3층에 있는 매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