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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봉사단의 방한 행사에 다녀온 것이 지난 10월 15일(2010/10/17 - [길위의시간/떠나기전] - 코이카 60기 해외봉사단 국내훈련 17),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행사가 있은 지 며칠 후, 같은 방에서 간담회를 가졌던 분들께 메일로 못 다한 질문들을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행사 이후 인터넷 뉴스에서 확인한 단체 사진입니다


한국어로 메일을 보내기에도 왠지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께 영어로 메일을 쓰려니 머리가 좀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일을 보내게 된 것은 제가 지금 선택한 이 일이 앞으로의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국내훈련을 하면서 여러 선배 단원들이 와서 본인들이 했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었고 그런 이야기들로부터 느낀 바도 많았지만, 이번에 방한한 평화봉사단원들의 경우 자원활동을 한 지 거의 40년이 흐른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영향까지 관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메일 서두에서는 저를 소개하고, 행사를 통해 느꼈던 점을 간단히 쓴 다음 아래의 다섯 가지 질문을 적고 답신을 부탁했습니다.

사실 메일을 보내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그것도 정성들여 답변을 해 주셨고, 심지어 서울사무소장이셨던 분께서 제 메일을 포워딩해 주신 덕분에 다른 방에서 간담회를 하셨던 분들로부터도 메일을 받았습니다. 혼자서만 읽기에는 아까운, 좋은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중 몇 부분을 나누고자 이렇게 포스팅을 합니다. (영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분들을 위해(?) 나름 번역을 해 보기는 했는데,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영어로 적혀 있을 때의 뉘앙스가 죽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1. 한국에 대한 당신의 첫인상은 어땠습니까?
   What was your first impression on Korea?
2.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서 자원활동을 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What was your motivation or special reason of deciding to do voluntary work in Korea, not in other countries?
3. 한국에서 당신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리고 그것은 어땠나요?
   What was your job in Korea? And how was it?
4. 한국에서의 자원활동은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직업 선택에서 등등)
   What was the influence of your voluntary work on your life? (In choosing a job, etc.)
5. 저와 다른 단원들에게 해 주실 다른 조언이 있나요?

   Do you have any advice to me or other volunteers?



Eric O’Neill /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근무

(이 분께서는 간담회에서 제가 했던 질문에 대해서도 함께 답변을 적어 주셨습니다. 그 때 저는 "채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지에 가서 만약 고기를 먹지 않으면 그 곳 사람들이 제가 자신들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것 같아 그 점이 걱정된다"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제 걱정에 대해 좋은 조언들을 많이 해 주셨는데 이 분께서도 하나를 더 해 주셨네요.)
When we go to live in another country, it is important to experience the culture and adjust as much as we can to the experiences of that culture. But, in my opinion, we, as individuals, have the right to reserve some things about our beliefs and our own cultures for ourselves. In other words, it is okay to live in Peru, and explain to Peruvians that being a vegetarian is important to you, and for that reason you do not eat meat. That is part of who you are in Korea and part of who you are in Peru (or anywhere).

2. 사실 저는 처음에 남태평양의 섬으로 가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여자 평화봉사단원을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그 곳에 갔다가 불행히 사고를 당했고 죽었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그 때까지의 제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어요. 저는 그녀가 죽기는 했지만, 뭔가 매우 특별한 것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모범을 따르기로 했고 심지어 같은 나라로 가려고 했습니다. 평화봉사단에 저의 지원서를 보냈을 때, 그들은 다음 그룹이 출발할 때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할 거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기다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어디에 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들은 아크가니스탄 아니면 한국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좀 더 신비로워보였고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저는 한국을 선택했어요. 저는 제가 그 결정을 한 것에 대해 항상 기쁩니다. 

3. ... 제가 38년 전에 광주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것이 세계를 구하지 않았듯, 페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또한 세상을 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를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을 바꿀 것입니다. / 그러니,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의 일은 오직 그 곳에 있을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보고 배우고 나눌 것들, 그리고 당신이 사귈 친구들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I guess you know that teaching Korean in Peru will not '”save” the world, just like teaching English in Kwangju 38 years ago did not save the world. But it did change me! And it will change you. / So, the thing to remember is that your work is only a reason to be there. The things you see and learn and share, and the friends you make are what is really the most important.

4. 저는 한국으로부터 돌아왔을 때 International Administration에서의 석사 학위를 위해 대학원에 갔습니다. 저는 Catholic Relief Services라는 NGO 단체를 위해 일했는데 그들은 저를 콜롬비아 보고타로 보냈지요. 그곳에서 몇 년 간 일을 하고, 부인을 만났으며 저의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네, 저의 삶은 한국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변화되었습니다!


Barbara Garner / 충북 진천 여중과 충북대학교에서 근무 

4. 저는 그 이후로 계속해서 교육 분야에서 일해왔습니다. 현재 저는 개발도상국에서의 기본적인 읽고 쓰기 능력(literacy)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라이베리아, 가나, 말리의 교육부나 기초교육과 관련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든지 상담을 해 주고 있습니다. 평화봉사단은 제가 다른 삶의 방식을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문화들을 가로질러 일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평화봉사단에서의 경험은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5. 흐름에 맡기세요. 판단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기여한 바는 조그마하게 보일 것이고, (실제로) 그러하지만, 당신이 얻는 것은 엄청날 것입니다. 건강을 잘 챙기고, 즐기십시오! Go with the flow. Don't judge. Your contribution will seem small, and it is, but what you get will be huge. Take care of your health. Enjoy!      


Donald Baker / 광주 동신중학교와 광주교육청에서 근무

4. 제가 한국에 오기 전에, 저는 이미 아시아학(Asian studies) 교수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학 교수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습니다. (제 관심사는 중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한국이 매우 매혹적이라고 느꼈고 한국학으로 바꾸었으며 그것은 제가 평화봉사단 활동을 끝낸 1974년 이후로 저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현재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Asian Studies 학과 교수]


Catherine Sharpsteen & Alan Stevenson / 이화여대 특수교육과와 서울농학교에서 근무

1. 장기적 관점에서 제가 한국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그 곳의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완전하고 풍성한 삶(full and rich lives)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필요로 하지 않아 - 한국인들은 이것들 없이도 꽤 잘 살아가는 걸."하고 느꼈지요.

5. 열린 마음을 가지고, 예상 밖의 것을 기대하고, 현지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그것을 놓지 마십시오! Keep an open mind, expect the unexpected, learn the local language and culture, and stick with it!


이 메일들을 읽으면서, 특히 한국에서의 자원활동 이후 이 분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면서 저는 앞으로의 제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제가 기대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일지도 모르겠지만, 위에서 한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예상 밖의 것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 그나저나 다시 감사하다는 메일을 보내야 할 텐데 이게 문제네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