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곰파입니다.
현지적응훈련 중이라 어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 오면 5시 정도... 짬을 내서 포스팅을 하기에는 너무 정신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답니다. 오늘은 경찰의 날로 이집트 국경일이기 때문에 수업도 없으니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하면서 밀린 이야기들을 해 볼까 합니다. 무엇부터 이야기할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역시 가장 중요한 먹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D 

처음 이집트로 파견국이 바뀌고 나서 가장 큰 저의 관심사는 과연 이집트에서도 채식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이집트 사람들도 콩과 야채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곳에 와서 생활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제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면 이집트는 채식인들에게 그리 나쁘지 않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1. 다양한 채식 빵
한국에서는 슈퍼에서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빵에 계란, 최소한 우유는 들어가기 때문에 항상 따로 빵을 구해서 먹어야 했는데요
신기하게도 여기에서는 가장 흔하게 보이는 빵이 완전채식(vegan)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빵이라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흰 식빵에는 우유가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던데 저는 원래 백밀가루 빵은 안 먹으니까 패스!

유숙소에 준비되어 있던 잡곡식빵

아무런 동물성 재료가 없어서 좀 놀랐습니다

요건 통밀빵으로 가격도 착하고

재료도 확인해보니 아무 문제없습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입니다

이건 슈퍼에서 파는 에이쉬로

마찬가지로 통밀로 만들었습니다

색깔부터가 통밀빵스러워요


이 외에, 이집트 사람들의 주식이 되는 에이쉬 빵도 통밀가루로 만들고 밀겨를 바깥에 붙여 화덕에서 구워내는 식물성 빵이고
에이쉬를 좀 더 딱딱하게 구워낸 공갈빵처럼 생긴 빵도 있는데 그것도 밀겨가 첨가된 담백한 건강빵이라 할 수 있지요.
제가 좋아하는 이런 빵들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좀 더 상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 


2. 길거리 음식 - 팔라펠(Falafel), 풀(Fuul), 코샤리(Koshary)

팔라펠은 프랑스와 한국에서 사 먹어보았고, 직접 만들어 먹은 적도 있었는데요 [2010/11/05 - [풀먹는곰파/곰파의부엌] - 와플팬 팔라펠과 껍질콩 샐러드] 여기서는 '따메이야'라고도 부르며 한국에서 길거리 토스트마냥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콩 간 것, 몇몇 야채와 향신료를 첨가해서 튀겨낸 것인데 약간 녹두전 같은 느낌도 나는 것 같아요. 아,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소량의 계란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미리 물어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서민들의 음식인 만큼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팔라펠 샌드위치(싼다위치 따메이야) 하나에 싼 것은 1기니, 비싼 것도 1.5기로 한화로는 300원 정도입니다.

주로 에이쉬에 팔라펠과 야채를 넣어

샌드위치로 만들어 파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냥 팔라펠만 따로 사서 먹을 수도 있지요


팔라펠에 비하면 인지도가 좀 떨어지는 이 음식은 '풀(Fuul)'인데, 이집트 사람들에게 만큼은 아침식사 메뉴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학원 가는 길에도 길거리에서 이걸 열심히 먹고 있는 현지인들을 종종 보고, 유숙소 문지기 아저씨도 저녁 때면 이것과 빵을 먹다가 저에게 권하기도 했으니 인기음식이긴 한 모양이에요. 일단 비주얼이 좀 먹음직스럽지 않아서 처음에 선뜻 주문할 마음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기름에 튀기는 팔라펠에 비해 건강에는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콩을 푹- 익혀서 여러 가지 향신료와 기름으로 맛을 낸 것인데 경우에 따라 안에 야채나 다른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로 만들거나 그냥 에이쉬에 찍어 먹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이 좀 짜게 먹는 경향이 있어서 때에 따라서는 '내 맛이 아닌'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나, 잘 한다는 집에서 먹었더니 양파와 익힌 콩이 잘 조화되어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이쉬에 풀을 넣어주는 모습

음 역시 비주얼은 그다지...


팔라펠과 풀에 이어 이집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채식 음식으로는 '코샤리(Koshary)'가 있습니다. (코샤리, 쿠샤리 아무렇게나 불러도 같은 음식입니다.) 익힌 쌀과 마카로니, 병아리콩과 렌즈콩 위에 튀긴 양파를 얹고 토마토 소스를 부어 비벼먹는 일종의 이집트식 비빔밥 같은 것인데, 여기에 식초와 고추기름마냥 매운 기름을 입맛대로 첨가해서 먹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포장용기에 담아가서 먹는 사람도 많은데 그 경우에는 앉아서 먹는 것보다 약간 저렴하더라구요 :) 위의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원래 가격이 저렴해서 스몰 사이즈가 3.5기니, 즉 700원 정도입니다.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 특히 맞는 듯합니다. 

유숙소 근처의 인기 코샤리 집

밥과 마카로니, 콩과 튀긴 양파 위에

토마토 소스를 부어 비벼 먹습니다



3. 그 외
이집트가 관광국가여서 그런지, 이 외에도 Vegetarian 음식을 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까르푸에 갔을 때는 중국 음식 코너에서 샐러드를 먹었는데, 직원 분에게 채식으로 가능한 것을 물었더니 마요네즈가 들어간 것까지 확실하게 말을 해 주셔서 좀 인상깊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채식이라고 하면 그냥 풀이 들어간 음식이라고만 생각해서인지, 마요네즈 들어간 샐러드도 채식으로 분류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거든요.

까르푸에서 먹었던 샐러드. 마음대로 골라담아 한 접시에 14.5기니였습니다.


다만 우유도 먹지 않는 비건(vegan)인 경우에는 몇 가지 미리 확인을 해 보아야 할텐데,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좀 힘들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점은 한국에서 생활을 하는 외국 채식인들도 종종 어려운 점으로 꼽았던 점이라 미리 예상을 하고 있었고, 완전히 적응이 되기 전까지는 우유 정도는 먹는 락토 채식을 할 생각이라 저는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4. 직접 만든 음식
매번 밖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는 없으니 유숙소에서는 직접 요리를 해서 먹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매 끼니 한식으로 먹지 않고 빵이나 국적을 모를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던 터라 여기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지금까지는 해 먹었던 음식은 칠리빈, 레드커리, 구아카몰 등입니다 :) 그런데 남겨놓은 사진을 보니 다른 것은 없고 둘 다 '밥'이네요. 왼쪽에서 보이듯 한국에서 챙겨온 산채비빔밥 야채 모듬으로 비빔밥도 만들어 먹었고, 사진에는 없지만 미역국도 끓여 먹었습니다.
 

산채비빔밥과 채식김치

병아리콩을 넣은 밥과 가지, 브로콜리, 김


함께 생활하는 동기 언니들과 함께 양배추와 오이로 김치도 담갔는데 (저는 야채 다듬는 거 살짝 거들기만 했지만) 액젓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채식김치가 되는 바람에 저는 기뻐하며 먹었습니다 캬캬. 다만 이집트 고추가 상당히 매워서 처음에는 입에 불이 날 듯한 김치였기 때문에, 혼자 살 때 혹시 김치를 담그게 된다면 그런 점을 고려해서 잘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이집트에서의 채식, 그 전반적인 상황은 다 말씀드린 듯합니다. 앞으로 생활하면서 차차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지 싶어요. 혹시 따로 궁금한 것이 있는 분들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아는 한에서 성실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