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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처음 한 달을 보내면서 아쉬웠던 점 한 가지는 유럽풍의 담백한 곡물빵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통밀빵은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었고,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납작한 빵 '아이쉬'(걸레빵으로도 불린다는)도 제 입에는 잘 맞았지만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장인이 한 덩이 한 덩이 직접 만든 빵'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 한 달 있으면서 메리어트 호텔의 베이커리에 들러 곡물빵을 사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룩소르로 가게 되면 그것마저도 어려울 터, 결국 저는 제 손으로 빵을 만들어 먹기 위해 한국에 있는 동안 빵 만드는 법을 배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에 인터넷에서 모니터 넘어 배운 방법으로 빵을 몇 번 만들어보긴 했지만, 근본 없는 베이킹이라서인지 결과물의 질이 너무 들쑥날쑥했거든요. 

채식이면서도 제 입맛에 맞는 빵을 만들기 위해, 저는 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는 '나무 위에, 빵집'[2010/09/11 - [풀먹는곰파/빵순이곰파] - 당신께 맞춰드려요, 나무 위에 빵집]에 찾아가기로 했지요. '나무 위에, 빵집'의 수많은 빵들 중에서 제가 꼭 배우고 싶었던 것은 거친 통밀빵 속에 향긋한 시나몬 파운드가 들어있는 '통밀시나몬빵'과 호밀이 50% 함유되었다는 '살구세이글'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 폴카빵'과 살짝 달콤한 디저트빵에 속하는 '카카오크랜베리비스퀴빵'을 배우기로 하고, 한 번에 세 시간 정도씩 두 번에 걸쳐 네 가지 빵을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보통은 주1회 총 5회 정도로 커리큘럼이 짜인 베이킹클래스가 운영되지만 저처럼 특수한 사정을 가진 사람은 직접 연락하면 원하는 시간에 따로 수업을 들을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알아보세요 :)

작은 스텐볼에 재료를 계량하고

알뜰주걱으로 섞은 뒤 손반죽 시작

손반죽 이후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흑

성형을 마치고 2차 발효하기 전입니다

옆구리가 살짝 터진 통밀시나몬빵

충분히 식힌 뒤 슥슥 잘라봅니다

예쁘게 자른 통밀시나몬빵

통밀빵 속에 시나몬파운드가 쏙~



이 날 함께 만든 프랑스폴카빵

납작한 편이고 꽤 단단합니다

도마를 꽉 채울 정도로 크지요

칼집도 나름 멋스럽게 나왔습니다

빵의 결은 꽤 촘촘하고 담백한 맛입니다


두 번째 수업에서 만든 살구세이글

거친 듯 풍미가 느껴지는 겉껍질

말린 살구와 호밀의 조합이 좋아요


이건 카카오크랜베리비스퀴빵으로

겉에는 달콤한 크랜베리비스퀴

그 속에는 부드러운 카카오빵이 있지요


수업을 들으면서 그 과정을 사진으로 잘 남겨놓고 싶었지만, 위에서 보시다시피 처음 계량 단계 이후로는 도저히 카메라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잘 적어놓았으니 나중에 혼자서 만들어 볼 때에도 이런 예쁜 빵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 손반죽을 하는 것은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열과 성을 다 한 끝에 완성되어 나오는 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아마도 저의 베이킹은 계속될 듯합니다.


 

아래는 보너스로 '나무 위에, 빵집'에서 제가 베이킹 수업을 듣는 날 옆에서 선생님과 직원 분이 만든 빵들입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만든 빵을 '만드는 노력 없이' 드시고픈 분들은 '나무 위에. 빵집'에 한 번 찾아가 보셔도 좋을 거에요 :) 

올리브가 듬뿍 들어간 빵

칼집이 멋스러운 시나몬파운드빵

왼쪽은 스콘들, 오른쪽은 아마도 쑥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