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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혁명이 없었더라면 2월 초에 다녀왔을 OJT, 날씨 따땃한 4월이 되어서야 다녀왔습니다.

제가 파견될 '룩소르 관광호텔 고등교육원'이 있는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의 유물이 남아 있는 관광도시로, 카이로에서 기차로 10시간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이전 단원들까지는 밤기차를 타고 OJT를 갔다고 들었는데 저는 혼자여서인지 사무소에서 비행기표를 끊어준 덕분에 카이로 공항에서 룩소르 공항까지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집트 에어 비행기들입니다

탑승권이 샛노란 색이네요

포근한 흰 구름 위를 날아서

사막 같은 모랫빛 땅을 지나

의외로 푸릇푸릇한 룩소르에 도착



OJT 기간에는 호텔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선배단원이 미리 예약을 해 둔 호텔은 예전부터 단원들이 쭈욱 이용을 해 온 곳이라 일반 관광객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습니다. 룩소르의 먹을거리 포스팅[2011/04/10 - [길위의시간/이집트통신] - OJT 기간 동안 먹고 마신 것들]에서 이야기했듯 아침과 저녁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원들에게는 좋은 숙소라고 볼 수 있지요. 깨끗하고 깔끔한 호텔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앞에 놀이공원 같은 게 있어 밤 늦게까지 좀 시끄러운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사람은 한 명 침대는 두 개

화장실도 깨끗합니다

기념으로 거울 셀카 하나


어느 날은 남는 베개와 수건 등으로 이런 것을 만들어 놓는 센스까지~



OJT 기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파견될 기관을 방문하여 기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이 할 업무가 무엇인지 또 미리 준비해 가야 할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선배단원 J언니와 함께 학장님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는데, 학장님이 한국어 수업에 크게 간섭을 하지 않는 편이라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고 몇 마디 아랍어를 써 먹은 뒤에 한국어 교실에 에어컨을 꼭 달아주십사 부탁드리고 나니 끝이었어요.
그 다음 날부터는 학생들과의 만남을 가졌는데, 학생들이 한국어를 왜 배우는지 등을 알기 위해 준비한 설문지를 나누어주고 작성하게 했고,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기 위해 한 명 한 명 자기 이름을 적은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순하고 말을 잘 들을 것 같은데, 영어와 한국어 모두 높은 수준이 아니라서 앞으로 수업을 할 때 최대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또, 룩소르가 지방도시이다 보니 학생들이 한국어를 더 배우고 싶어도 수도인 카이로에서만큼은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져서, 학생들이 좀 더 큰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물론 한 번에 이 모든 것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어 사무실에 들어가 보면

왼쪽에는 단원들 책상, 오른쪽에는 컴퓨터와 책장이 있습니다

여기는 한국어 교실 (에어컨이 없어요)

학생들에게 간단히 제 소개를 하고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OJT 기간에 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일은 앞으로 생활할 룩소르에 대한 정보를 얻고, 무엇보다 시급한 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을 끝내고 룩소르에 오면 다음 날부터 바로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집을 보러 다닐 시간도 없는 데다,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내 집만큼 편할 수는 없으니까요. 카이로에서 생활하는 단원들의 경우 부동산 중개인에 해당하는 '심사르'를 만나 집을 소개받지만, 여기 룩소르에서는 단원들의 소개로 알음알음 집을 구하는 편인 듯 했습니다. 저도 덕분에 몇 군데 돌아다니지 않고 생활하기 적당한 집을 발견했고, 카이로로 돌아오기 전에 집주인과 계약도 마쳤습니다. 사실 이 글을 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계약이 깨질 뻔 해서 조금 골치가 아팠는데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잘 해결되어 다행입니다 :) 

룩소르 시내 사진은 아래의 기차역 말고는 별로 찍은 것이 없네요. 룩소르에서 지내는 것은 카이로에 비교하면 좀 심심한 시골생활에 가깝겠지만, 대신 공기가 맑은 편이고 길 건너기도 훨씬 쉽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 시내는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고, 마이크로버스 노선도 3개가 전부여서 일주일 정도 생활하니 대강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혼자 모든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면 힘든 일이었을텐데 선배단원들의 도움으로 모든 일이 원활하게 풀렸습니다. 다음에 후배단원이 오면 저도 잘 도와야겠어요.
 

깔끔한 외관의 룩소르 기차역



카이로로 돌아오기 전 날에는 기관에서 발급받은 허가증을 이용해 카르낙 신전을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가르칠 학생들이 관광 가이드가 될 학생들이기에, 4학년 학생들은 '관광한국어'라는 수업에서 룩소르의 유적을 한국어로 설명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최소한 한 군데는 보아야 할 것 같아서 카르낙 신전에 가게 된 것인데, 규모가 참 어마어마했습니다. 많이 부서지고 남은 흔적이 저 정도라면, 대체 원래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직은 저도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라 자세한 설명은 드릴 수가 없고, 그냥 제 눈에 들어왔던 풍경을 담은 아래 사진들만 첨부합니다.


돌바닥이 시원한 것인지

여기 저기 멍멍이들이~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 새와 진짜 새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낙서들

이름과 전화번호?

이렇게 팔 정도의 정성이라니

오벨리스크 앞에서 한 컷

앞서 가는 사람은 J언니

정말 어마어마한 기둥들



이렇게 약 일주일 간의 OJT를 잘 마치고 카이로로 돌아와서, 이제는 OJT 활동 발표와 아랍어 수업까지 모두 끝내고 내일 있을 수료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래는 수료식을 마치고 바로 룩소르로 가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비행기표 문제로 월요일 오전에 떠나게 되었네요. 이제 정말로 봉사단원으로서의 생활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있을 일들이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어느 때 쯤엔 당연히, 지치고 힘든 날도 찾아오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을 예상하고 움츠러들지는 않으려 합니다. 씩씩하고 부지런한 곰파로 지내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