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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채식한다고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단골 질문 중의 하나가 "단백질은 뭘로 섭취해요?" 하는 물음입니다. 

어떤 분들은 현미를 비롯한 통곡물을 먹으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은 다 섭취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왠지 더 먹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사실 제 몸을 생각하면 굳이 더 먹어주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흑흑) 콩이나 두부를 꼭 식단에 포함시키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을 떠나 이집트 특히 룩소르에 오고 나서는 두부가 직접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삶은 콩만 먹자니 좀 심심해서 병아리콩으로는 스프레드를 만들고, 렌즈콩으로는 스프를 끓이는 등 나름의 변화를 주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올리브 렌즈콩 버거'의 레시피였습니다. 

음, 제가 처음 렌즈콩(렌틸콩)을 먹어본 것은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였습니다. 기숙사에서 종종 초록색 렌즈콩을 이용한 샐러드와 수프가 나왔었는데, 먹을 당시에는 그냥 괜찮네 정도였는데 오히려 한국에 돌아오니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결국 재작년에 프랑스에 다시 갔을 때 500g 정도를 사서 돌아와 종종 수프로 끓여먹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인도 카레에도 이 콩이 들어가고, 우리나라의 김치, 스페인의 올리브유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에 들 정도로 영양도 풍푸한 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렌즈콩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졌습니다. 아무튼 이집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렌즈콩으로 '올리브 렌즈콩 버거'를 만들었더니 그냥 수프나 샐러드로 먹는 것과는 색다른 맛이 있어 참 좋더라구요. 아, 한국에서는 별 필요가 없겠지만 혹시 새싹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렌즈콩을 발아시켜 며칠 싹을 길러 먹을 수도 있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외국에서는 그렇게도 먹기에 저도 아보카도롤 만들 때 그렇게 새싹을 충당했지요 :P)

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주재료가 올리브와 렌즈콩이라, 올리브 특유의 향을 싫어하시는 분들께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 저는 각종 향신료, 허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제 입에는 딱 맛있는데, 입맛이 토속적인 분들 취향은 아니지 싶어요. 렌즈콩 자체는 무난하니까, 야채를 좀 더 넣고 타임이나 바질 등의 허브 대신 간장과 후추로만 간을 하면 나름 괜찮은 한국식 야채버거가 나올 것도 같은데, 직접 해 본 것은 아니라 장담은 못 하겠네요 헤헤. 잔소리가 매우 길었는데 아래에 레시피 나갑니다 :)

원래 레시피 : http://www.theppk.com/2010/12/olive-lentil-burgers/

재료
양파 작은 것 1개 / 양송이 버섯 200g (7~8개) / 마늘 3톨
블랙올리브 1/2C / 익힌 렌즈콩 2C
말린 타임 1/2ts / 말린 바질 1/2ts / 후추
빵가루 1C / (익힌 파스타)
간장 1Ts / 레몬즙 1ts

양송이 버섯과 양파

씨를 뺀 블랙올리브

삶아서 물을 빼 둔 렌즈콩

익힌 파스타(는 옵션, 빵가루만 있어도 충분해요)

우유, 버터 안 들어간 그냥 빵가루


만드는 법
1. 양파는 깍둑썰기, 양송이 버섯은 편으로 썰고 마늘은 다져 놓습니다.
2. 냄비에 양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3분 정도 익힌 후 버섯, 다진 마늘, 타임과 바질, 후추를 넣어 같이 볶습니다.
3. 10분 정도 양파+버섯을 익히는 동안 올리브는 푸드프로세서를 이용하여 잘게 다져 큰 그릇에 옮겨둡니다.
4. 익힌 렌즈콩과 볶은 양파+버섯을 푸드프로세서에서 함께 잘게 다집니다. 이 때 빵가루를 반 정도 넣습니다.
5. 다진 올리브, 렌즈콩+양파+버섯을 그릇에 함께 담고 간장과 레몬즙으로 간을 한 후 섞어 줍니다.
6. 남은 빵가루를 넣어가며 너무 질척거리지 않을 정도로 질기를 맞춰줍니다.
7. 반죽을 6~7등분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줍니다.
8. 패티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바르고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15분 구운 후 뒤집어서 10분 정도 구우면 완성! 

양파는 깍둑썰기, 버섯은 송송 잘라

마늘과 허브를 넣어 볶아줍니다

올리브는 잘게 다지고

익힌 파스타도 다지고

올리브와 버섯+양파도 다집니다

모든 재료를 섞고 빵가루를 넣어 적당한 점도를 맞춘 뒤

원하는 모양으로 (저는 그냥 둥글 납작하게) 만들어줍니다

올리브유 살짝 발라 오븐에 구우면

짜잔~ 올리브 렌즈콩 버거 완성!

속은 부드럽고 겉은 아주 살짝 바삭


뱀발
위에서 재료를 따로 따로 다졌는데, 커다란 푸드프로세서가 있는 분이라면 그냥 한 번에 윙 돌리시면 될 거예요. 저는 그런 게 없어서 작은 다짐용기를 쓰다 보니 일이 좀 많아졌습니다. 또, 원래 레시피에서는 빵가루만 이용해서 질척거리는 정도를 조절하지만, 마침 익힌 파스타가 있어 함께 사용했습니다. 파스타도 괜찮은데 빵가루를 쓰면 좀 더 고소함이 느껴져 좋은 것 같아요. 다만 한국에서 비건 빵가루를 구하기가 쉬운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반죽이 약간 촉촉한 정도여야 구웠을 때 너무 바싹 마르지 않고 부드럽게 익습니다. 미리 이렇게 패티를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고 싶을 때 해동하여 오븐에서 구워먹으면 된답니다.


열심히 요리했으니 이제는 입이 즐거울 시간! 욕심이 많은 저는 이것 저것 조금씩(응?) 다 맛봐야 성이 풀린다지요 :P

오늘의 저녁식사

알록달록한 샐러드와

감자크로켓, 토마토와 버거 등등


제가 룩소르에서 부릴 수 있는 최대한의 사치가 바로 아래의 식품들입니다 :) 바질페스토는 4천원, 선드라이 토마토는 6천원 정도인데 이 곳의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편이거든요. 고기 안 먹어 아낀 돈 덕분에 입이 호강하고 있습니다.

바질 페스토

향긋한 초록색의 페스토를

세몰리나빵에 살짝 발라먹습니다

햇볕에 말린 토마토

올리브오일에서 건져

마찬가지로 세몰리나빵과 함께


잠시 이야기가 딴 길로 샜지만 이 포스팅의 주인공은 '올리브 렌즈콩 버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한국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이태원의 외국 식품 슈퍼마켓에 가면 렌즈콩을 구할 수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을 거예요. 글루텐을 이용해 만든 밀고기와는 달리 고기를 흉내낸 것이 아니라 콩 자체의 맛을 살린 야채버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입에 맞으실 지도 :D

음,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국에 계신 분들은 매크로[2010/08/17 - [풀먹는곰파/맛집나들이] - 진짜 프리미엄 버거 @매크로]에 가면 최고의 버거를 먹을 수 있으니 이런 수고 안 하셔도 되겠네요. (저도 매크로 가고 싶어요 흑흑)